섭외 끊긴 배우들의 넋두리까지 왜 대중이 들어줘야 할까?[이슈와치]

김범석 2024. 7. 19.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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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 한예슬 등 드라마 출연 섭외가 예전같지 않다며 하소연하는 배우들이 늘고 있다.

자본이 풍부할 땐 너도나도 입봉하고 출연료를 두둑하게 올리지만, 자본이 위축되면 드라마 판도 살벌한 생존 경쟁이 벌어진다.

바닥난 연기력과 대표작 부재, 드라마 촬영 중 제작진과 갈등을 빚어 돌연 출국하거나 윗선에 작가, PD 교체를 요청하며 촬영 보이콧하는 배우들이 이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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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 월화 드라마 ‘나미브’로 컴백하는 배우 고현정(뉴스엔DB)
2019년 SBS 드라마 ‘빅이슈’ 이후 연기 활동이 없는 한예슬(본인SNS)

[뉴스엔 김범석 기자]

고현정, 한예슬 등 드라마 출연 섭외가 예전같지 않다며 하소연하는 배우들이 늘고 있다. 작품만 좋으면 조연도 괜찮다, 출연료를 대폭 낮추겠다는 셀프 삭감 발언까지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지상파, 종편, 케이블 채널의 드라마 편수는 2022년 대비 약 30% 줄어든 것으로 집계된다. 수목 슬롯은 아예 실종됐거나 간헐적으로 편성되고 있고 힘주는 드라마는 그나마 광고가 붙는 주말에 몰려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편수 급감은 넷플릭스의 무서운 성장세와 맞닿아 있다. ‘킹덤’ ‘오징어 게임’으로 재미를 본 넷플릭스는 엄청난 물량 공세를 퍼부으며 K 콘텐츠의 약진을 돕는데 일조했다. 서울 종로에 있는 넷플릭스 한국 직원과 미팅하려면 대기표를 뽑고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늘이 도와 넷플릭스와 계약해도 모두 대박 나는 건 아니다. 총제작비의 5~7%를 받는 조건으로 제작사는 최종본을 넷플릭스에 넘겨야 한다. 자칫 제작비가 초과되면? 그만큼 지분을 토해내야 한다. 이후 작품의 흥망은 온전히 넷플릭스의 몫. 인센티브나 재방료는 없고, IP를 통째로 양도하는 조건이라 ‘제작사가 에이전시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처럼 터지면 시즌 2를 기획할 수 있어 추후 충분한 보상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넷플릭스의 한국 러브콜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 지금처럼 배우, 스태프 인건비가 치솟고 언젠가 소재가 고갈돼 역마진이 우려되면 그들은 언제든 생산 거점국을 일본이나, 태국, 스페인으로 옮길 준비가 돼 있다. 최근 넷플릭스 코리아 직원이 일본으로 발령 난 데 이어 한효주, 옥택연이 일본 넷플릭스 드라마에 캐스팅되는 등 변화의 조짐도 보인다.

당장 넷플릭스가 출연 편수를 줄이면 지상파와 티빙 드라마가 다시 활기를 띨까. 업계는 부정적이다. MBC는 자체 기획 대신 방송 시간대를 파는 전략을 취한지 오래고 KBS도 작가, 대본 관리가 과거에 비해 부실해졌다. 작가 발굴과 웹툰, 웹소설 등 IP 확보는 막대한 자금이 드는데 방송사의 곳간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SBS는 드라마 전문 스튜디오S를 분사해 경쟁력을 갖췄지만, 글로벌 OTT와 어깨를 겨누기엔 태생적 체급 차이가 나는 상황이다.

자본이 풍부할 땐 너도나도 입봉하고 출연료를 두둑하게 올리지만, 자본이 위축되면 드라마 판도 살벌한 생존 경쟁이 벌어진다. 애매한 배우 두세 명보다 확실한 카드 한 장을 쓰기 때문이다. 이때 가장 먼저 거르는 이들은 리스크가 있는 위험군 배우들이다. 바닥난 연기력과 대표작 부재, 드라마 촬영 중 제작진과 갈등을 빚어 돌연 출국하거나 윗선에 작가, PD 교체를 요청하며 촬영 보이콧하는 배우들이 이에 속한다.

대개 쌍방과실이지만 배우가 불필요한 잡음을 일으키고 예측, 통제가 안 된다면 누가 선뜻 그를 쓰려고 할까. 독보적인 연기력도 부족해 누군가로 쉽게 대체된다면 더욱 구매력은 떨어질 것이다. 달콤한 열매만 탐내는 팀플 파괴자와 어느 누가 협업하려고 할까?

섭외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는 배우들은 냉정하게 자신부터 돌아보는 자아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물론 소처럼 일했는데 하루아침에 일감이 끊긴 억울한 생계형 배우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하지만 개중엔 불량한 태도의 갑질 배우들까지 슬쩍 이 대열에 끼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 같아 짠하다. 즐거움과 감동, 놀라움을 주지 못하는 배우는 상시 권고사직 대상이다.

뉴스엔 김범석 bskim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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