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동성동반자는 부부공동생활에 있는 사람" 인정

전아름 기자 2024. 7. 19.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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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대법원 동성부부 건강보험 피부양자 인정... 동성부부 사회보장 권리 법적 인정 최초 사례

【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우리나라 대법원이 사실혼 관계의 두 남성을 '동성 동반자'로 인정하고 피부양자 자격을 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국제앰네스티

우리나라 대법원이 사실혼 관계의 두 남성의 존재를 인정했다. 성적 지향만을 이유로 사실혼 관계의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았던 건강보험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는 판단을 유지한 것이다. 동성부부의 사회보장 권리를 법적으로 처음 인정한 사례다.

소성욱 씨는 지난 2019년 배우자 김용민 씨와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가 됐다. 소 씨는 2020년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인 김 씨의 피부양자로 등록했는데, 건강보험공단은 등록 8개월만에 소 씨의 피부양자 자격을 돌연 취소하고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를 청구했다. 피부양자 인정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소 씨는 "실질적 혼인 관계인데도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부인하는 것은 피부양자 제도의 목적에 어긋난다"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동성 간 결합이 혼인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사실혼이 아니라고 봤고, 2심에서는 소 씨에게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자의적 차별에 해당한다며 1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사실혼은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필요가 있는 신분 관계를 보호하기 위해 발전한 것"이라며 "혼인의 의사로 부부공동생활을 하는 동성 커플은 오히려 인권의 측면에서 법적 보호의 필요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의 판단도 이와 같았다. 대법원은 "피고(건강보험공단)는 이 사건 처분을 통하여 사실상 혼인관계 있는 사람 집단에 대하여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면서도, 동성 동반자 집단에 대해서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두 집단을 달리 취급하고 있다. 이러한 취급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을 차별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라며 구체적인 이유를 들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동성 동반자는 직장가입자와 단순히 동거하는 관계를 뛰어넘어 동거·부양·협조·정조의무를 바탕으로 부부공동생활에 준할 정도의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임을 인정한다. 피고가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도 직장가입자와 사이에 동거·부양·협조·정조의무를 바탕으로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이 사건 지침에 의하면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의 경우 피부양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인우보증서를 제출하여야 하는데, 이는 가족이나 직장 등 주변에 두 사람의 결합을 선언하고 알림으로써 그 관계를 공표하고 보증인 2명이 국가기관을 상대로 두 사람의 결합을 증명하는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동성 동반자도 이러한 내용의 인우보증서를 제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라며 "이처럼 피고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이유는 그가 직장가입자의 동반자로서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였기 때문이지 이성 동반자이기 때문이 아니다. 동성 동반자도 '동반자' 관계를 형성한 직장가입자에게 주로 생계를 의존하여 스스로 보험료를 납부할 자력이 없는 경우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피부양자로 인정받을 필요가 있고, 그 요건도 달리 보아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피부양자제도의 본질에 입각해 동성동반자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고 본 재판부는 동성 동반자를 직장가입자와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피부양자에서 배제하는 것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로, 그가 지역가입자로서 입게 되는 보험료 납부로 인한 경제적인 불이익을 차치하고서라도, 함께 생활하고 서로 부양하는 두 사람의 관계가 전통적인 가족법제가 아닌 기본적인 사회보장제도인 건강보험의 피부양자제도에서조차도 인정받지 못함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이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법 앞에 평등할 권리를 침해하는 차별행위이고, 그 침해의 정도도 중하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동성 동반자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에 준하여 피부양자로 인정한다고 하여 전통적인 의미의 혼인과 이에 기반한 가족제도를 해친다거나 법적 안정성 또는 제3자의 권리를 침해할 소지도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여기에 더해 재판부는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로 인정한다고 해서 피부양자의 숫자가 불합리하게 증가한다거나 건강보험의 재정건전성을 유의미하게 해친다고도 볼 수 없고, 특별히 고려하여야 할 공익도 상정하기 어렵다"고도 명시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이 판결에 대해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는 평등 사회로의 한 걸음을 환영한다"제하의 논평을 발표하고 "이성애 법률혼 중심의 '정상가족'만을 '가족'으로 인정하는 협소하고 차별적인 기존 법제도는 현실에 존재하는 수많은 다양한 공동체 구성원들의 실제 관계나 필요를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성애 중심의 '정상가족'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수많은 구성원들을 사회의 각종 공적 권리와 사회안전망에서 배제시키며 이 결과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사회문화적 차별이 더욱 공고해진다"라며 "우리는 이성애 정상가족 중심주의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사회적 관계와 삶은 변화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성평등한 세상을 위해 필요한 것은 "결혼과 출산"이 아니라 "다양한 가족"을 상상하고 실천하고 드러내는 것"임을 강조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오늘 판결은 대한민국의 인권과 평등에 역사적인 승리이다. 법원은 구조적 차별을 제거하고 모두를 포용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중대한 걸음을 내디뎠다. 이번 결정은 중대한 이정표가 되는 판결이지만, 동시에 동성 커플은 모두가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받기 위해 긴 재판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2024년에도 동성커플의  권리가 여전히 이러한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논평했다.

진보당은 "두 사람의 노력으로 한국 사회에서도 동성부부의 사실혼 관계가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평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변화를 만드는데 한발짝 더 나서게 되었다"라며 "진보당은 우리 사회에서 누구든지 차별받지 않고 평등한 대우를 받도록 차별금지법 제정과 동성혼 법제화를 위해 앞으로도 함께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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