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테리아에서 유전자 훔치는 동물…생존·번식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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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수 짝짓기 없이 혼자 자신과 닮은 개체를 만들어나가는 것을 '무성생식'이라고 한다.
무성생식을 하는 한 동물이 박테리아에서 유전자를 가져와 질병을 막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크리스토퍼 G. 윌슨 영국 옥스퍼드대 생물학과 교수 연구팀은 18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를 통해 '델로이드 로티퍼'라는 작은 담수동물이 박테리아로부터 유전자를 가져와 항생물질을 생성한다는 내용을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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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수 짝짓기 없이 혼자 자신과 닮은 개체를 만들어나가는 것을 ‘무성생식’이라고 한다. 무성생식을 하는 한 동물이 박테리아에서 유전자를 가져와 질병을 막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생존과 생식을 위한 수단인 것으로 분석된다.
크리스토퍼 G. 윌슨 영국 옥스퍼드대 생물학과 교수 연구팀은 18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를 통해 ‘델로이드 로티퍼’라는 작은 담수동물이 박테리아로부터 유전자를 가져와 항생물질을 생성한다는 내용을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로티퍼는 머리카락 너비보다도 작은 동물이지만 머리, 입, 내장, 근육, 신경 등을 갖추고 있는 동물이다. 연구팀은 로티퍼가 박테리아를 비롯한 다른 미생물로부터 얻은 수백 개의 유전자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유전자들 중 일부는 로티퍼에 들어와 항생물질을 생산했다.
연구팀은 박테리아들의 ‘도난당한 유전자’들이 로티퍼 내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DNA 코드를 번역했고 이를 통해 항생물질 제조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로티퍼가 곰팡이 감염 시 살아남을 때와 사멸할 때를 비교한 결과에서 살아남은 로티퍼에서 10배 많은 항생물질이 생성된다는 점도 발견했다. 미생물에서 가져온 DNA가 생존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과학자들은 선행 연구를 통해 로티퍼가 수백만년 동안 주변 미생물로부터 DNA를 채취해왔다는 사실을 발견했지만 해당 유전자들을 사용해 질병에 대항하는 방법을 찾는다는 점은 이번에 처음 확인했다. 연구팀은 “다른 어떤 동물도 이처럼 대량의 유전자를 도둑질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로티퍼의 특징이 인체 감염을 치료하는 약물 개발의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았다. 항생물질은 현대 의료에서 필수적이지만 병원균들이 항생제에 내성이 생기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항생제 개발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팀은 “로티퍼 DNA 코드 변화를 지속적으로 연구하면 새로운 항생제 등 신약 개발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doi.org/10.1038/s41467-024-49919-1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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