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아 변했다던 트럼프, 결국 더 강해진 고립주의

뉴욕=박준식 특파원 2024. 7. 1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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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4일째 대선후보 90분간 수락연설, NYT "불화와 분열 종식으로 시작...익숙한 당파적 공격과 모욕, 국경봉쇄, 무역보호 고립주의, 권위주의 국가 원수와 친분과시 등으로 마무리"
(밀워키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 암살 미수 총격 사건의 희생자 코리 콤페라토레의 소방관 헬멧과 재킷을 안고 있다. 2024.07.19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밀워키 AFP=뉴스1) 우동명 기자

5일 전 피격 사건에서 살아남아 오른쪽 귀에 붕대를 대고 공화당 전당대회 대선후보 공식 수락연설을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신의 도움으로 살아났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미국의 불화와 분열의 종식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90분 동안 수많은 애드립으로 채워진 연설은 종국에는 민주당 조 바이든 정부에 대한 비난과 국경봉쇄, 중국을 넘어 동맹국에도 우선할 거라는 자국중심 고립 보호무역주의로 마무리됐다.

18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진행된 공화당 전당대회 4일째 마지막 날에 트럼프는 '죽을 고비가 있었지만 신이 선택한 대통령 후보'와 같은 콘셉트로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하나님이 제 편이 되어 주셨기 때문에 피격을 당했지만 안전하다고 느꼈다"며 "당일 집회에서 총성이 울렸지만 청중들은 저를 떠나고 싶어하지 않았고, 그래서 자리에 남아 더 용감해질 수 있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집회에 참석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가 쓰러진 후 제가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을 수 있지만 아름다운 군중들은 제가 곤경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저를 두고 떠나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수사적으로 말했다. 전당대회에서 연설을 듣던 공화당원들 가운데선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트럼프는 "저에 대한 암살 시도 이후 쏟아진 미국 국민들의 넘치는 사랑과 지원에 감사한다"며 "이제부터는 미국의 불화와 분열의 종식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피격 이후 달라진 태도는 연설 내용을 조 바이든 정부 비난에서 국민통합으로 바꿨다고 알려진 내용대로 적어도 초반까지는 비슷하게 흘러갔다.

트럼프는 당일 집회에서 사망한 2명의 당원을 위해 묵념을 이끌면서 "전능하신 신의 은총으로 여러분 앞에 서 있다"며 당일 사망자 중 한 명인 코리 컴페라토레 소방서장의 유니폼을 전시해 그에 입맞춤하면서 경의를 표했다. 트럼프는 "죽을 고비에서 살아남았기 때문에 이제 나라를 위해 어떤 장애에도 굴복하지 않고 싸우겠다"며 "미국을 살리고 다시 강한 나라로 부활시키기 위해 일하겠다"고 강조했다.

(밀워키 AFP=뉴스1) 장시온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에 참석해 공화당 대선 후보직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2024.07.18.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밀워키 AFP=뉴스1) 장시온 기자

하지만 자신의 운명을 미국 대통령 재선으로 치장한 이후에는 다시금 보수우익적인 주장을 반복하며 경쟁자들에 대한 비판, 이민자들에 대한 멸시, 지난 대통령 임기에 대한 치적으로 연설을 가득채웠다.

그는 먼저 "저는 4년 전에 현 행정부에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국경을 넘겨줬지만 현 정부는 국경 봉쇄를 위해 도입한 모든 정책을 없앴다"고 지적했다. 이어 "역사상 가장 큰 침략이 미국에서 오늘도 일어나고 있다"며 "남미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아시아, 중동 등 세계 곳곳에서 이민자들이 들이닥치고 있고, 사방에서 문제가 생기지만 현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를 거론하면서 "그들이 살인자와 수감자를 미국으로 보냈기 때문에 범죄율이 급격히 감소했다"며 "불법이민자와 살인자들로 인해 평화로운 미국 시민들이 범죄에 노출돼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또 물가와 관련해 "미국이 인플레이션 위기로 인해 생활이 어려워지고, 일하는 가족과 저소득 가족의 소득이 황폐해지고 있다"고 과장하면서 "인플레 위기는 재선한 이후에 즉시 금리를 떨어뜨리고 에너지 비용을 낮춰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

세계의 지정학적 문제에 대해선 "현 정부가 만든 모든 국제적 위기를 끝낼 것이고, 제가 대통령이었다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전쟁을 조율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트럼프는 "북한 지도자 김정은은 최근 장거리 미사일 쏘아대며 핵무기를 자랑(위협)하고 있지만 저는 첫 대통령 임기동안 그와 잘 지냈다"며 "핵무기를 많이 가진 사람과 잘 지낸 것은 좋은 일이었고, 그도 저를 그리워할 것"이라고 농담했다.

무역분쟁과 관련해서도 트럼프는 "중국이 멕시코에 자동차 공장을 지어 미국에 무관세 수출을 하려 한다"며 "자동차 공장을 미국에 가져오게 해서 그에 응하지 않는 국가와 기업들에는 100%, 2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세금정책에 대해선 근로자를 위한 대규모 세금 감면을 언급했다. 특히 팁(Tip)에 대한 세금면제를 다시 주장하면서 "제가 행한 세금인하가 역대 최대였다"며 "팁에 대한 연방 소득세를 폐지하는 아이디어가 있고 그건 네바다주의 웨이트리스가 건낸 생각으로 종업원들은 물론이고 캐디와 운전사 등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즈(NYT)는 이날 연설에 대해 "초반에는 통합을 강조했지만 결국 익숙한 당파적 공격과 모욕으로 방향을 틀어 캘리포니아의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을 '미친 X'라 부르고 2020년 대선에서 자신을 물리친 사람인 바이든을 맹렬히 비난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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