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마산아재’는 볼수 없는 것일까...팀보다 선수 쫓는 팬들 [올어바웃스포츠]
극성맞은 잉글랜드 축구팬의 특징을 일컫는데 널리 쓰이는 이 표현은 스포츠팬덤의 강력한 충성심을 보여줍니다. 어린시절 우연히 놀러간 한 축구장에서의 경험은 죽을때까지 한 팀을 응원하도록 만드는 시발점이 됩니다. 특히 이와 같은 팬덤은 자신이 나고자란 지역과 결부돼 있습니다. 스포츠팀의 한 지역을 대표하고 지역민들의 자부심을 끌어올립니다. 대학스포츠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미국은 대학스포츠로 동문 커뮤니티가 유지된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입니다. 멀리는 미국 필라델피아시의 극성맞은 팬들을 뜻하는 ‘필리건(필라델피아+훌리건)’부터 가까이는 용접으로 야구장 문을 뚫고 경기를 보러갔다는 전설이 들리는 ‘마산아재’까지 지역과 스포츠팬덤의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근년동안엔 스포츠업계에 자리잡은 ‘고향팀 문화’가 다소 변화는 모습이 포착됩니다. Z세대와 알파세대 등 어린 스포츠팬을 중심으로 팀보다는 스타선수에 대한 팬덤이 더욱 더 공고해지게 된 것이지요. 한국에서 손흥민을 따라 독일의 바이어레버쿠젠, 도르트문트를 거쳐 영국의 토트넘을 응원하는 해외축구팬이 많아진 것이 대표적입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언제 어디서든 스포츠경기를 즐길 수 있는 21세기. 팀을 응원하는 팬들은 더이상 발견할 수 없는 것일까요
해외축구를 오래 즐긴 팬들이라면 위의 표현이 익숙하실 겁니다. 해외축구팬들이 집결한 한 국내 커뮤니티에서 영국 프리미어리그(PL)의 전통적 라이벌 아스널과 토트넘 팬들간 설전에서 나왔던 말입니다. 한 리버풀팬이 대화에 참여하려고 하자 한국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팬이 일침을 날린 것이지요.
이처럼 오늘날 스포츠팬덤은 국경을 넘나들며 형성됩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펼쳐지는 경기를 밤잠을 설쳐가며 보는 것은 이제 익숙한 풍경입니다. 한국인이 북런던을 대표할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지요.
스포츠를 즐기는 방식도 바뀌고 있습니다. 경기장이나 텔레비전 앞이 아닌 컴퓨터와 스마트폰 앞이 ‘팬질’하기에 좋은 위치죠. 닐슨리서치의 2022년 조사에 따르면, 34세 이하 스포츠팬들은 절반 가까이(46%)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 스포츠를 시청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들은 경기를 보는 동안 게임을 할 가능성이 다른 세대보다 50% 이상 높고, ‘판타지풋볼’ 등 실제 게임을 기반으로는 하는 베팅 등에 참여할 확률도 41% 이상 높았습니다. 단순히 경기 시청이 아닌 다양한 방식의 스포츠소비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뜻이지요.
여기에 선수들도 SNS를 통해 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합니다. 일례로 지난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소셜 미디어에서 가장 ‘핫했던’ 선수는 성적이 좋았던 메달리스트들이 아니었습니다. 미국 여자 럭비대표팀 소속 일로나 마허는 올림픽 기간 내내 틱톡을 활발하게 이용했습니다. 동료 선수들과 우스꽝스러운 코미디를 연출하는 등 다양한 활동으로 올림픽 기간동안 2200만건의 상호작용과 1억2600만건의 동영상 조회수를 얻어냈습니다.
지난 20년간 가장 뛰어난 축구선수였는지는 의문이 있지만 가장 ‘인기많은’ 축구선수임에는 틀림없는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팬을 몰고다니고 있습니다. 호날두가 작년 사우디아라비아 축구팀 알 나스르로 이적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을때, 알나스르는 몇 시간만에 종전 팔로워(인스타그램)의 4배가 넘는 250만명의 신규 팔로워를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호날두가 떠난 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우 SNS의 참여도와 팔로워수가 감소했습니다. 리오넬 메시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1970년대 축구황제 펠레가 미국 뉴욕코스모스에 입단했을때 이를 보러 몰려온 팬은 4만명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작년 메시가 미국 인터마이애미팀에서 입단식을 가졌을때의 온라인뷰는 35억건에 달한다고 합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NBA팬의 4분의 1이상이 소속팀보다 선수를 중시하고, 40%는 소속팀이 NBA 우승을 하는 것보다 ‘최애선수’가 MVP로 선정되는 것을 선호합니다. 또 유럽축구클럽협회 조사는 ‘선수를 위해’ 축구를 본 사람의 대부분이 13세에서 35세였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영국의 16세~24세 축구팬들의 절반 이상이 최소 2개 팀 이상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것은 이같은 배경때문이지요. 이제 스포츠업계에서 선수는 종종 팀보다 큰 중력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팀들도 온라인 시대에 적응해 팬들과 상호작용을 늘리고 접촉면을 확대하고 있지요. 일례로 FC바르셀로나는 2020년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인 Barca TV+를 구축했습니다. 팀의 경기 하이라이트와 1군 선수단 인터뷰, 2군 및 여자팀의 경기를 라이브로 중계하는 등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하는 팬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패키지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첼시FC의 마키팅 디렉터 게리 트웰브트리는 “축구 클럽은 마케터들이 점점 더 퍼블리셔, 디지털 플랫폼, 인플루언서에게 돈을 지출하고 있다는 점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올어바웃스포츠]는 경기 분석을 제외한 스포츠의 모든 것을 다룹니다. 스포츠가 건강증진을 위한 도구에서 누구나 즐기는 유흥으로 탈바꿈하게 된 역사와 경기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문화, 수백억원의 몸값과 수천억원의 광고비가 만들어내는 산업에 자리잡은 흥미로운 내러티브를 알게 된다면, 당신이 보는 그 경기의 해상도가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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