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초콜릿’은 애교...‘미친 단맛에 혈관도 비명’ 아랍 디저트 4선 [파일럿 Johan의 아라비안나이트]

2024. 7. 19.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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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두바이 초콜릿’이 계속 인기몰이 중이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오랜기간 거주하고 있는 필자 입장에서는 참 신기한 일이다. 두바이 초콜릿의 처음 입소문이 퍼진 건 지난해 12월 경인데, 어느 유명 틱톡커가 어른 손바닥보다 큰 두툼한 바(Bar) 형태의 초콜릿을 두 동강내 꽉찬 속재료가 흘러내리는 것을 보여주는 먹방 영상으로 처음 촉발됐다.

이후 해외의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앞다투어 이 초콜릿을 구매 인증하는 영상을 올리면서 유행에 민감한 10대, 20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끈 뒤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현재 가장 유명한 맛은 피스타치오맛으로, 핵심 속재료는 우리에게는 이름도 생소한 ‘카다이프’라고 하는 튀르키예의 전통 밀가루 면이다. 소면보다 가느다란 이 면을 튀겨서 생기는 바삭바삭한 식감이 특징이다.

‘두바이 초콜릿’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두바이 소재 스타트업인 ‘‘픽스 디저트 쇼콜라티에(Fix Dessert Chocolatier)’란 회사에서 처음 개발했기 때문이다. / 사진=인스타그램 @fixdessertchocolatier
이 초콜릿이 ‘두바이 초콜릿’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두바이 소재 초콜릿 스타트업인 ‘‘픽스 디저트 쇼콜라티에(Fix Dessert Chocolatier)’란 회사에서 처음 개발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3~4일밖에 안되는 유통기한의 문제도 있어서 오직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만 온라인 주문을 받아 배달하는 형식으로 판매하다 보니 전세계 어느곳이라도 물량을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인기가 좋다보니 두바이에서 이를 직접 공수해서 높은 프리미엄을 붙여 판매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바삭거리는 식감의 초콜렛은 이미 시중에 넘쳐나기에 혹시 ‘소문만 시끄럽고 맛은 그저그런 게 아닐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 직접 주문해서 몇 번 먹어보았는데 확실히 식감에 있어서는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다보니 유행이 아주 엉터리만은 아닌 것 같다. 이와 관련해서는 필자의 지난 기사를 참조하도록 하자(링크: 이 세상의 초콜릿이 아니다...두바이 사람도 구하기 힘들다는 ‘두바이 초콜릿’ 의 비밀).

‘달디단’ 디저트의 천국, 아랍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중동 지역은 예전부터 맛있는 디저트로 유명했다. 무더운 사막 기후에서 오랜 세월 유목 생활을 해온 아랍인들은 높은 칼로리를 쉽게 얻을 수 있고 음식의 부패도 막을 수 있는 설탕을 음식에 쏟아 부어 달디단 디저트를 다수 개발해 섭취해 왔다.

또한 이 지역 대부분이 이슬람 국가인지라 돼지고기나 할랄로 도축되지 않은 육류 그리고 음주 같은 유희 역시 엄격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먹는 낙을 찾아 맛있는 디저트를 만드는 것에 온 노력을 ‘올인’했기 때문이라고 문화적으로 연관지어 설명하는 경우도 있다.

아랍 지역이 기본적으로 더운 지역이라 과일 자체의 당도도 높은데 여기에 설탕도 많이 쓰다보니 한 입 먹어보면 머리가 띵해지고 혈관이 비명을 지를정도로 단맛이 강한 것들이 많은 편이다. 초콜릿으로만 즐기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중동 대표 디저트들을 살펴보며 다음에 유행할 아이템을 한 번 미리 점쳐보기로 하자.

1. 바클라바 (Baklava)

사진=두바이관광청
종잇장처럼 아주 얇은 밀가루 반죽에 버터를 발라 겹겹이 쌓아올린 페이스트리 겉재료 안에 잘게 다진 견과류와 설탕을 듬뿍 넣어 만든다. 튀르키예의 국민 간식으로 유명하고, 튀르키예 뿐만 아니라 세르비아, 그리스, 이란,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시리아 등에서 즐겨 먹는다.

기본적으로 크림과 버터, 피스타치오나 호두의 양에 따라 값이 달라지는데, 고급 바클라바 집에서는 싸구려와 달리 고급스러운 단맛과 피스타치오의 향, 버터가 조화를 이루는 맛을 느낄 수 있다. 물론 그렇게 해도 우리 입맛에는 달게 느껴질 수 있다. 대략적으로 견과류가 들어간 바삭바삭한 도넛맛이랄까.

바클라바는 부와 권력의 척도이기도 했다. 지금이야 중동 지역 이곳 저곳 베이커리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간식이지만, 당대에는 얇은 레이어를 여러 겹 쌓아서 만들어야 하는 한마디로 매우 손이 많이 가고 가성비 떨어지는 음식이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부유층들은 바클라바 전문 주방장을 개인적으로 고용할 정도였다. 지금도 제대로 만든 바클라바는 매우 비싸다.

2. 크나페 (Knafeh)

사진=두바이관광청
아랍어로는 쿠나파라고도 한다. 역시 중동 지역에서 국민 디저트로 불리는 음식으로 치즈, 페이스트리, 견과류 등을 층층이 쌓아 올린 뒤 설탕이나 시럽을 뿌려 만든다. 우리에게 생소하지만 아랍 세계에서는 아주 잘 알려진 간식이다. 한마디로 아랍식 치즈케이크라 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역사적으로 우마이야 왕조, 아바스 왕조, 파티마 왕조시대에도 먹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음식이다. 실제로 먹어보면 진짜 달아서 입이 얼얼할 정도다. 겉은 바삭한데 안이 생각보다 촉촉해서 뭔가 더 땡기는 맛이다.

크나페에는 여러 페이스트리가 곁들여지는데 특히 튀르키예의 전통 국수 중 하나인 카다이프가 들어간 크나페가 유명하다. 그리고 이 카다이프가 들어간 크나페를 속재료로 활용한 것이 바로 우리가 먹는 ‘두바이 초콜릿’이기도 하다.

3. 로쿰 (Lokum)

사진=위키피디아
로쿰(lokum)은 벌꿀이나 설탕, 옥수수 전분과 레몬즙을 기본 재료로 하여 초콜릿이나 말린 과일, 견과류 등을 넣어 만든다. 쫀득하면서도 부드러운 것이 특징인 일종의 젤리사탕인데, 식감은 흔히 말하는 ‘옛날 젤리’처럼 소위 쫀득한 탄성이 적은 편이다. 젤리보다는 약간 떡이나 카라멜 느낌이 나기도 한다.

젤리에 하얀색 설탕옷을 입힌 것이 특징적이다. 영화 <나니아 연대기>를 보면 초반에 마녀가 주인공의 환심을 사기 위해 건넨 것이 바로 이 로쿰인데, 이 때문에 영화를 본 사람들이 로쿰을 궁금해하면서 한 때 큰 관심을 끌었던 적이 있다고 한다.

필자는 생김새가 왠지 신비스럽기도 하고 앙증맞은 네모난 사이즈라, 한번 꼭 집어서 입에 넣어보고 싶은 충동이 일곤 했다. 로쿰의 어원은 아랍어로 ‘한입’을 뜻하는 ‘لقمة’(루끄마)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튀르키예와 그리스의 전통 간식이다.

4. 루카이맛 (Luqaimat)

사진=두바이관광청
한국식 찹쌀 도넛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디저트다. 루카이맛은 아랍어로 ‘한입 크기’라는 의미다. 밀가루와 효모로 반죽을 해서 공 모양으로 만든다음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고 쫄깃할 때까지 튀기면 된다. 특유의 맛을 내기 위해 향신료인 카르다몸과 사프란을 더한다.

금방 만든 루카이맛은 정말 촉촉하고 맛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것이 입에서 대추야자 시럽의 향긋함과 깨의 고소함이 섞여 입안에서 막 굴러다닌다. 맛도 예전에 한국에서 먹었던 찹쌀도넛 비슷한 느낌이 있어서 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다. 크기도 앙증맞아서 먹다보면 어느새 한그릇을 전부 금방 먹게 된다.

아랍 디저트의 정수를 즐겨보자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그 나라의 음식을 먹어보는 것이다. / 사진=두바이관광청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그 나라의 음식을 먹어보는 것이다. 앞으로는 식후 커피나 차와 함께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며 아랍 디저트들을 살짝 곁들어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 인생이 좀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여기에 조금 욕심을 내보자면, 외국에 위치한 한식 레스토랑에 가면 뭔가 맛이 비슷하긴 한데 우리나라에서 먹는 그 맛이랑 완벽하게 똑같지는 않듯이 아랍 디저트들도 마찬가지다. 수제 두바이 초콜릿 레시피가 우리나라에 공유되고 한국 베이커리나 편의점에서도 아랍 디저트를 판다고 하지만 결국 완전한 로컬 느낌은 아닌 것이다.

언젠가 한 번쯤은 아랍 현지에 와서 전문 매장이나 음식점을 방문해 제대로 된 디저트의 맛을 볼 것을 추천한다. 만든지 오래 되지 않고 좋은 재료를 쓴 신선한 디저트를 통해 아랍인들이 오랜 시간 누려온 깊고 진한 정수를 모두들 누리길 바란다.

[원요환 UAE항공사 파일럿 (前매일경제 기자)]

john.won320@gmail.com

아랍 항공 전문가와 함께 중동으로 떠나시죠! 매일경제 기자출신으로 현재 중동 외항사 파일럿으로 일하고 있는 필자가 복잡하고 생소한 중동지역을 생생하고 쉽게 읽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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