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초콜릿’은 애교...‘미친 단맛에 혈관도 비명’ 아랍 디저트 4선 [파일럿 Johan의 아라비안나이트]
우리나라에서 ‘두바이 초콜릿’이 계속 인기몰이 중이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오랜기간 거주하고 있는 필자 입장에서는 참 신기한 일이다. 두바이 초콜릿의 처음 입소문이 퍼진 건 지난해 12월 경인데, 어느 유명 틱톡커가 어른 손바닥보다 큰 두툼한 바(Bar) 형태의 초콜릿을 두 동강내 꽉찬 속재료가 흘러내리는 것을 보여주는 먹방 영상으로 처음 촉발됐다.
이후 해외의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앞다투어 이 초콜릿을 구매 인증하는 영상을 올리면서 유행에 민감한 10대, 20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끈 뒤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현재 가장 유명한 맛은 피스타치오맛으로, 핵심 속재료는 우리에게는 이름도 생소한 ‘카다이프’라고 하는 튀르키예의 전통 밀가루 면이다. 소면보다 가느다란 이 면을 튀겨서 생기는 바삭바삭한 식감이 특징이다.
인기가 좋다보니 두바이에서 이를 직접 공수해서 높은 프리미엄을 붙여 판매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바삭거리는 식감의 초콜렛은 이미 시중에 넘쳐나기에 혹시 ‘소문만 시끄럽고 맛은 그저그런 게 아닐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 직접 주문해서 몇 번 먹어보았는데 확실히 식감에 있어서는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다보니 유행이 아주 엉터리만은 아닌 것 같다. 이와 관련해서는 필자의 지난 기사를 참조하도록 하자(링크: 이 세상의 초콜릿이 아니다...두바이 사람도 구하기 힘들다는 ‘두바이 초콜릿’ 의 비밀).
또한 이 지역 대부분이 이슬람 국가인지라 돼지고기나 할랄로 도축되지 않은 육류 그리고 음주 같은 유희 역시 엄격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먹는 낙을 찾아 맛있는 디저트를 만드는 것에 온 노력을 ‘올인’했기 때문이라고 문화적으로 연관지어 설명하는 경우도 있다.
아랍 지역이 기본적으로 더운 지역이라 과일 자체의 당도도 높은데 여기에 설탕도 많이 쓰다보니 한 입 먹어보면 머리가 띵해지고 혈관이 비명을 지를정도로 단맛이 강한 것들이 많은 편이다. 초콜릿으로만 즐기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중동 대표 디저트들을 살펴보며 다음에 유행할 아이템을 한 번 미리 점쳐보기로 하자.
1. 바클라바 (Baklava)
기본적으로 크림과 버터, 피스타치오나 호두의 양에 따라 값이 달라지는데, 고급 바클라바 집에서는 싸구려와 달리 고급스러운 단맛과 피스타치오의 향, 버터가 조화를 이루는 맛을 느낄 수 있다. 물론 그렇게 해도 우리 입맛에는 달게 느껴질 수 있다. 대략적으로 견과류가 들어간 바삭바삭한 도넛맛이랄까.
바클라바는 부와 권력의 척도이기도 했다. 지금이야 중동 지역 이곳 저곳 베이커리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간식이지만, 당대에는 얇은 레이어를 여러 겹 쌓아서 만들어야 하는 한마디로 매우 손이 많이 가고 가성비 떨어지는 음식이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부유층들은 바클라바 전문 주방장을 개인적으로 고용할 정도였다. 지금도 제대로 만든 바클라바는 매우 비싸다.
2. 크나페 (Knafeh)
역사적으로 우마이야 왕조, 아바스 왕조, 파티마 왕조시대에도 먹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음식이다. 실제로 먹어보면 진짜 달아서 입이 얼얼할 정도다. 겉은 바삭한데 안이 생각보다 촉촉해서 뭔가 더 땡기는 맛이다.
크나페에는 여러 페이스트리가 곁들여지는데 특히 튀르키예의 전통 국수 중 하나인 카다이프가 들어간 크나페가 유명하다. 그리고 이 카다이프가 들어간 크나페를 속재료로 활용한 것이 바로 우리가 먹는 ‘두바이 초콜릿’이기도 하다.
3. 로쿰 (Lokum)
젤리에 하얀색 설탕옷을 입힌 것이 특징적이다. 영화 <나니아 연대기>를 보면 초반에 마녀가 주인공의 환심을 사기 위해 건넨 것이 바로 이 로쿰인데, 이 때문에 영화를 본 사람들이 로쿰을 궁금해하면서 한 때 큰 관심을 끌었던 적이 있다고 한다.
필자는 생김새가 왠지 신비스럽기도 하고 앙증맞은 네모난 사이즈라, 한번 꼭 집어서 입에 넣어보고 싶은 충동이 일곤 했다. 로쿰의 어원은 아랍어로 ‘한입’을 뜻하는 ‘لقمة’(루끄마)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튀르키예와 그리스의 전통 간식이다.
4. 루카이맛 (Luqaimat)
금방 만든 루카이맛은 정말 촉촉하고 맛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것이 입에서 대추야자 시럽의 향긋함과 깨의 고소함이 섞여 입안에서 막 굴러다닌다. 맛도 예전에 한국에서 먹었던 찹쌀도넛 비슷한 느낌이 있어서 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다. 크기도 앙증맞아서 먹다보면 어느새 한그릇을 전부 금방 먹게 된다.
여기에 조금 욕심을 내보자면, 외국에 위치한 한식 레스토랑에 가면 뭔가 맛이 비슷하긴 한데 우리나라에서 먹는 그 맛이랑 완벽하게 똑같지는 않듯이 아랍 디저트들도 마찬가지다. 수제 두바이 초콜릿 레시피가 우리나라에 공유되고 한국 베이커리나 편의점에서도 아랍 디저트를 판다고 하지만 결국 완전한 로컬 느낌은 아닌 것이다.
언젠가 한 번쯤은 아랍 현지에 와서 전문 매장이나 음식점을 방문해 제대로 된 디저트의 맛을 볼 것을 추천한다. 만든지 오래 되지 않고 좋은 재료를 쓴 신선한 디저트를 통해 아랍인들이 오랜 시간 누려온 깊고 진한 정수를 모두들 누리길 바란다.
[원요환 UAE항공사 파일럿 (前매일경제 기자)]
john.won320@gmail.com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이준석 “조국 딸 조민이랑 왜 결혼했냐 따지는 어르신 많다” - 매일경제
- 보자마자 ‘예약 대박’ 국산車…4일간 ‘2만5000대’ 신기록, 토레스 이겼다 [카슐랭] - 매일경제
- “전 남친에게 보여줄게”…女고생 성고문 생중계한 중학생, 대체 뭔일? - 매일경제
- “연진이 죄수복?” 한국 올림픽 선수단 단복 조롱한 중국 - 매일경제
- 중국AI에게 시진핑 물었더니…“잘 모르겠네요, 다른 질문 하세요” - 매일경제
- “거대한 벽 본 순간, 기가 찼다”…결국 상가 109호실 계약 취소, 이게 무슨 일 - 매일경제
- “머리 좋은 사람 1위는 한국인” 공식 발표…IQ 276, 주인공 누구? - 매일경제
- “혀 절단, 장애 판정 받았다”…개그우먼 이현주의 고백 “우울증까지 겹쳐” - 매일경제
- ‘봉화 농약 사건’ 마을 주민 1명 또 병원 이송…피해자와 유사 증세 - 매일경제
- 홍명보 감독, 오랫동안 냉대했던 ‘캡틴’ 손흥민 만난다...과연 어떤 말 할까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