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하다던 잼버리 예산…증액했더니 50억 남긴 여가부
여성가족부가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대회’ 준비 미흡으로 200억원에 가까운 예비비를 급하게 편성했고, 증액한 예산을 비효율적으로 배분하면서 50억원 가까운 잔액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는 지난 18일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대회 조직위원회의 예산 사용 현황 분석을 담은 ‘2023 회계연도 결산 위원회별 분석-여성가족위원회’ 보고서를 펴냈다. 예정처는 보고서에서 “본예산은 95억1300만원이었는데, (사업 진행 과정에서) 181억3500만원(190.6%)이 증액됐다”며 “29억5800만원은 타 사업에서 전용받았고, 예비비 151억7700만원을 편성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예정처는 새만금 잼버리 대회와 관련해 미리 예산을 마련하지 않고, 뒤늦게 대규모 예비비를 편성한 여가부의 준비 부족을 지적했다. 예비비는 기존에 편성한 예산 외의 예측이 어려운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편성하는 예산이다. 예정처는 “예비비 배정액에는 급·간식 추가 제공, 샤워장 배수로 정비, 청소도구 구입 등 단순 행사 운영 관련 지원 소요가 다수 포함돼 있다”며 “이는 폭염 발생과 무관하게 사전에 행사 운영 준비가 미흡했던 것에 기인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예정처는 여가부가 예비비를 받아놓고도 미처 쓰지 못한 점도 지적했다. 예정처는 “여가부가 예비비 배정을 통해 증액한 예산(181억3600만원) 집행내역을 보면 실집행된 금액은 132억5900만원(73.1%)에 불과했다”며 “여가부는 태풍 카눈 발생으로 인한 긴급 대피로 추가 보급 등이 불필요해지면서 불용액이 발생하였다고 설명했다”고 했다.
예정처는 여가부가 태풍 카눈이 발생해 새만금 잼버리 대회 참가자들의 대규모 철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잼버리 조직위에 보조금을 지급한 점도 문제삼았다. 예정처는 “여가부는 지난해 8월4일 증액한 예산 78억1700만원을 사흘 뒤인 8월7일 (잼버리) 조직위에 보조금으로 지급했다”며 “같은 날인 8월7일에 이미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관통할 것이라는 예보에 따라 잼버리 참가자들을 8개 시·도로 비상 대피시킬 것이라고 발표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여가부가 조직위에 보조금으로 지급한 78억1700만원 중 39.8%에 해당하는 31억1000만원은 집행되지 않고 불용액으로 남았다.
정부의 감세 기조와 경기가 좋지 않아 세수가 부족해진 상황과 맞물린 여가부의 비효율적 예산 사용에 대한 지적으로도 이어졌다. 예정처는 “세수 결손 상황에서 예비비를 통해 예외적으로 추가 배정한 예산을 실집행하지 못한 것으로 한정된 재원을 비효율적 배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국회에서 운영 부실, 부지선정 문제, 기반시설 조성 등 사전 준비 부족, 수의계약 과다, 여가부 관리 감독 부실, 외유성 해외 출장 등 논란이 제기됐기 때문에 철저한 사후평가와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해 8월1일 열린 새만금 잼버리 대회는 폭염 속 부실 운영으로 비판을 받았다. 미국, 영국 등 일부 국가가 조기 퇴영하며 파행됐다.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지난 4월 발표한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보고서’에서 “안전, 보안, 청소년 보호, 의료 지원, 식단, 위생, 행사장 이동, 기상 대응 측면에서 새만금 잼버리를 검토한 결과 상당한 결함이 있었다”고 했다.
잼버리 대회 조직위는 지난 11일 해산 등기를 제출해 해산이 확정됐다. 청산 절차까지 마무리돼야 조직위 업무가 종료된다. 지난해 8월12일 대회가 폐막한 뒤 11개월 만이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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