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 잭팟’ 축제분위기에 찬물 끼얹은 이 은행…또다시 보은 자리 된 수은 상임감사 [기자24시]

체코 정부가 지난 17일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을 선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주 체코 정상과의 회담에서 한국수출입은행 등을 통한 금융지원을 강조한 것이 주요 수주 배경으로 꼽힌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건설시장 수주 경쟁에서 정책금융의 역할이 중요해지자 수은의 수권자본금은 올해 10조원 증액됐고, 산은 자본금 증액도 추진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최근 이뤄진 수은의 상임감사 임명은 아쉽다. 특히 수은은 창립 후 첫 내부 출신 은행장이 경영을 맡고 있다. 경제관료가 은행장으로 잠시 거쳐가던 과거에 비해 현 경영진이 전문성 등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오랜 관행을 깬 선택이 좋은 성과로 이어진 대표 사례다.

반면 올해 1월 말부터 비어있던 상임감사가 최근 임명됐는데 금융권에선 정권마다 반복된 ‘보은 인사’라는 평가다. 지난 12일 차순오 전 대통령실 1정무 비서관이 상임감사로 임명됐다. 차 감사 임명 관련 보도자료에 그가 국회 정무위원회 전문위원와 기획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역임했다고 언급돼 있다. ‘금융 업무 전문성’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차 감사는 국민의힘 당직자 출신이다. 현 정부에서 국무총리실 정무실장과 대통령실 정무1비서관을 지냈다. 정치권에선 ‘정무통’으로 부르는 이력이다. 금융권에서 전문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배경이다.

2014년 임명됐던 공명재 상임감사는 계명대 교수로 박근혜 전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이다. 2018년 조용순 상임감사는 노무현 정부 대통령 경호실 경호부장과 경호처 경호본부장을 지냈다. 후임인 김종철 변호사는 문재인 대선캠프에서 활동했고 문 전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동문이다.

수은 상임감사 자리가 보은성으로 활용되는 것은 현 제도의 한계 때문이다. 수은은 기타 공공기관이라 감사 선임 관련 공공기관운영법에 적용을 받지 않아 기재부 장관이 임면권을 갖는다. 여기에 선거 공신을 챙겨줄 수 있는 좋은 관행을 깨고 싶지 않은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책금융이 더 중요해지는 시점에 앞으론 이런 관행을 고수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채종원 금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