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현대차, 아우토크립토만 협력업체 참여 아쉬워” [박희준의 인물화(話)⑤-2김영태 OECD 국제교통포럼(ITF) 사무총장]
세계 유일 기구···교통정책 플랫폼
韓 교통정책 국제 평가 높은 수준
글로벌 플랫폼 적극 참여 필요성도
국제기구 근무 꿈꾸는 젊은이라면
비전 크게 갖고 언어 능력 갖춰야
김영태(57) 사무총장이 이끌고 있는 OECD ITF는 유럽교통장관회의(ECMT)가 2006년 확대 개편된 것이다. OECD와는 의사결정 구조와 예산이 독립돼 있고 행정적으로만 연계돼 있을 뿐이다. OECD 38개 전 회원국을 비롯해 69개국이 가입해 있다.
“ ITF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교통의 모든 분야를 다루는 기구다. 육상·해상·항공까지 다 다룬다. 캐나다 몬트리올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항공 중심이고, 국제해사기구(IMO)는 해양을 다룬다. 분야별로 따로따로 논의한다. 우리는 총론과 각론을 아울러서 서로 흩어지지 않도록 접목시키는 역할을 한다.”
―ITF에서 우리나라 위상이나 우리 교통 정책에 대한 ITF 평가는.
“편견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한국이 상당히 높은 수준의 교통정책과 시설을 갖췄다고 평가받고 있다. 현재 뿐만 아니라 미래를 보더라도 발전 가능성이 크다. 교통에서는 특정 기술만이 아니라 기후변화, 디지털 기술, 사이버공격 등 여러 상황을 다 봐야 하는데 평균적으로 한국이 잘 하고 있다.”
―그래도 아쉬운 점이 있을 법하다.
“좀 안타까운 게 우리나라가 굉장히 잠재력이 있고 인재도 많고 관련 지식도 풍부하다. 이런 것을 글로벌 플랫폼으로 가지고 나오질 못한다. 우리 워킹그룹이나 토론 등에 한국 전문가들이 그렇게 많이 참여를 하지 않는다.”
―우리 기업들은 다르지 않는지.
“ITF가 아직은 좀 젊은 기구라서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지, 아니면 조금 소극적이어서 그런지 기업 참여가 활발하지는 않다. ITF가 민간협력업체(CPB·Corporate Partnership Board)와 긴밀히 협의하는데 35개 기업이 참여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미쉐린, 볼보, 도요타, 지맨스 같은 글로벌 기업이 들어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카카오, 현대자동차, 아우토크립트 3곳만 참여하고 있다. 노하우와 좋은 사례를 제공할 잠재력이 큰 기업들이 굉장히 많은데 좀 더 우리 플랫폼을 활용했으면 한다.”
―우리나라 어떤 기술들이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가.
“요즘 가장 중요한 게 기후변화 측면하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미래 자동차, 글로벌 뉴 모빌리티다. 앞으로 기술 발전으로 더욱 플랫폼으로 나아갈텐데, 우리나라에 좋은 플랫폼이 있고 외국에서 그걸 필요로 한다. 제가 한국 대표가 아닌데도 외국에서는 자꾸 물어보면서 기대감을 보인다. 우리 교통 기술이라든지 지식을 수출할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항공과 관련해서 ITF가 다루는 내용은.
“대체 연료, 친환경 연료도 우리가 다루는 분야다. 항공기가 CO₂ 유발을 굉장히 많이 한다. 프랑스에서는 육상교통으로 2시간 이내 닿을 수 있는 곳은 항공기 노선을 없애도록 하지 않았나.”
“맞다. 철도로 대륙과 연결이 바로 가능해진다. 전 세계 물류의 90%가 해양을 통해 이뤄지는데 화물선에서 CO₂ 발생을 감축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친환경 전환이 어려운 부문이 항공과 해양 수송, 장거리 트럭 화물이다. 장거리 트럭을 배터리차로 하겠나. 호수의 보트 정도는 전기로 한다지만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배를 전기로 할 수는 없다. 그나마 철도가 상대적으로 친환경 수단이다. 전기로 바꾸기 쉬운 영역이다. 통일이 돼 철로가 연결된다면 경제성을 따져봐야겠지만 유럽까지 갈 수 있다. 몽골 같은 곳은 내륙국가이지 않은가. 러시아와 중국밖에 국경을 맞댄 나라가 없어 코로나19 때 힘들었다고 한다. 국내기업인 CU와 이마트 같은 업체가 몽골에 진출해 있는데 상품을 배로 중국까지 가져가서 중국에서 다시 철도로 수송했다고 하더라. 통일이 된다면 카자흐스탄 같은 동유럽 내륙국 물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도 역할을 하고 있다던데.
“ITF가 재건 사업의 프로젝트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코디네이션 메카니즘(coordination mechanism이·조정기구)을 출범했다. 재건사업이 중구난방식으로 이뤄지면 안되잖아요. 자칫 불필요하게 반복하거나 낭비할 수 있다. 그래서 재건에 참여하는 국가들이 우선순위 사업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도록 하고 어떤 프로젝트를 먼저 추진할지 등을 ITF가 조정하는 것이다.”
―재건 사업에 다양한 분야가 관련되니 그렇기도 하겠다.
“도로, 항만, 철도, 교량 등 거의 모든 분야가 다 들어가야 한다. 목록만 5000개 정도 된다. 이를 중장기, 장기 등으로 구분해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는데 벌써 허물어진 주택 단지나 작은 교량 등을 재건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우리 기업 참여 가능성은.
“우리 기업들이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ITF를 다자간(multilateral) 플랫폼이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우리 정부가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 정보가 없다.”
―우리나라도 관심이 매우 높을텐데.
“물론 한국도 우크라이나 재건에 관심이 있음을 공식 표명했고 윤석열 대통령, 원희룡 전 국토부장관이 방문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도 우리 관심을 잘 알고 있더라. 결국 어려울 때 얼마나 많이 도와줬느냐가 재건 참여와 연결되지 않겠나 싶다. 한편으로는 캐나다 같은 국가들이 제기하는 문제이기도 한데, 우크라이나가 부정부패가 굉장히 심하다보니 원조자금의 투명한 집행이나 입찰도 변수다.”
“우리 경제력이 높아지다보니 국제기구에 내는 분담금이 크다. OECD에서만 해도 상위 30% 이내에 들어갈 것이다. 분담금 액수로 12위에서 15위권 정도지만 우리나라 출신 직원은 그렇게 많지가 않다. 최 대사님이 잡페어를 준비해서 ITF를 설명하는 기회를 가졌다. 온·오프라인으로 150명 정도 참석한 것 같다.”
―국제기구 근무를 꿈꾸는 젊은 친구들이 어떤 걸 준비해야 할까.
“비전을 크게 갖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인생의 비전을 작게 잡으면 성취도 그 크기를 넘어설 수 없다. 글로벌 비전을 가지고 있다면, 성실성이나 전문성은 한국 청년들이 뛰어난데, 조금 어려워 하는 게 언어다. 언어에 신경을 썼으면 한다. 개인도 노력해야겠지만 정부도 프로그램들을 좀 만들어 진출을 지원하면 좋겠다. 좋은 자리가 공고났는데 준비된 사람이 없는 경우가 있더라.”
―개인적으로 그런 친구들을 돕지는 않는지.
“지난해 한국에 왔을 때 연세대와 숙명여대에 가서 특강을 했다.”
―국제기구 채용 과정은 어떻게 이뤄지나.
“선정 과정이 굉장히 투명하다. OECD에서 한 자리를 오픈하면 전 세계에서 150명 정도 지원한다. 지원자들에게 질문을 미리 주고 본인이 스스로 답변을 녹화해서 제출하도록 한다. 그걸 보고 파이널 리스트에 10명 정도로 올린 뒤 온라인으로 실시간 인터뷰를 진행해 뽑는 식이다.”
박희준 수석논설위원 july1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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