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부부 법적 권리 첫 인정…“건보 피부양자 등록” [친절한 뉴스K]

김세희 2024. 7. 19.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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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실혼 관계에 있는 동성 동거인을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소송은 왜 시작됐는지, 쟁점은 무엇이었는지 친절한 뉴스에서 전해드립니다.

김세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우리나라는 동성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헌법도 민법도 혼인 당사자를 여성과 남성으로 규정합니다.

동성 부부는 당연히 법적 권리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동성 부부의 법적 권리를 일부나마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외신들이 '획기적 판결', '역사적 승리'라고 평가한 이 판결을 받기 위한 긴 여정.

재판은 2021년 시작됐습니다.

2019년 결혼식을 올린 소성욱 씨와 김용민 씨.

이들은 다음 해 동성 동반자임을 밝히며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인 김 씨의 피부양자로 소 씨를 등록할 수 있는지를 건강보험공단에 문의했습니다.

공단은 등록을 허가했지만,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피부양자 인정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소 씨의 피부양자 자격을 돌연 박탈했습니다.

소 씨는 2021년, "실질적 혼인 관계인데도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피부양자 자격을 부인하는 건 제도의 목적에 어긋난다"며 행정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청구를 기각했지만, 2심 재판부는 건보공단이 "이성 사실혼 배우자의 피부양자 자격은 인정하면서 합리적 이유 없이 동성 동반자를 차별했다"며 소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대법원은 1년 5개월 만에 원심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해당 판결은 동성 부부의 법적 권리를 일부나마 인정한 최초의 대법원 판단입니다.

대법원은 김 씨와 소 씨를 "부부 공동 생활에 준할 정도의 경제적 생활 공동체"라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사실혼 집단과 달리 동성 동반자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또 "건강보험공단의 처분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평등권 등을 크게 침해한다"고 봤습니다.

다만 대법원 전원합의체 13명 가운데 4명은 "'배우자'는 이성 간의 혼인을 전제로 한다"며, "동성 간 결합은 혼인 관계의 실질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대법원은 이성 사실혼 부부와 같은 수준이라면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한다는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단순히 동거하는 관계를 뛰어넘어 동거·부양·협조· 정조 의무를 바탕으로 부부 공동 생활에 준할 정도의 경제적 생활 공동체를 형성"하라는 겁니다.

또 결혼 관계를 선포하는 행위가 필요하고 주변인이 이를 증인으로 증명해줘야 합니다.

소 씨 등은 사법부가 처음으로 '동성 동반자'를 인정했다며 환영했습니다.

[소성욱/소송 원고 : "성소수자도 혼인제도를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혼인 평등이 될 수 있는, 실현되는 징검다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반면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 등 시민단체는 가족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판결이라며 반발했습니다.

가장 기초적인 사회 안전망인 건강보험제도의 피부양자 기준은 이제 성별과 무관하게 '생계를 함께하는 인생의 동반자'로 바뀌게 됐습니다.

KBS 뉴스 김세희입니다.

영상편집:강지은/그래픽:정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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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희 기자 (3h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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