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의 신간] 지구 열탕화가 부른 참상
우리 삶에 찾아온
기후 재앙 ‘폭염’
지난봄 역대 가장 더운 4월을 보내며 사람들은 다가올 여름을 걱정했다. 모두의 예상대로 폭염은 전력난과 식탁 물가 폭등 등 우리 삶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무더위가 하루아침에 생긴 게 아니란 거다.
폭염은 만들어진 것이며 지구온난화가 불러온 기후 재앙임을 우린 알고 있다. 그럼에도 세상은 화석연료를 태우며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왔다. 극한 더위를 매년 찾아오는 계절 현상쯤으로 여기는 '폭염 불감증'이 만연하는 건 아닐까 우려의 시선도 늘고 있다. 문제는 폭염이 불러올 연쇄 반응 앞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단 사실이다.
기후 저널리스트 제프 구델은 저서 「폭염 살인(The Heat Will Kill You First)」에서 "폭염이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쉽고 빠르게 우리를 죽이고 있다"고 토로한다. 이 책은 평균기온 45도를 웃도는 파키스탄부터 야외 노동 중 희생당한 멕시코인 노동자와 미국 옥수수 농장의 농부들, 사라져가는 남극에서 파리까지 가로지르며, 폭염의 참상을 기록한 재난 탐사서다.
"실내 온도는 폭염 시대에 집값과 계급, 인종을 나누는 지표가 된다." 저자에 따르면 포틀랜드 빈민가인 렌츠의 기온이 섭씨 51.1도를 찍었을 때 평균 집값이 100만 달러에 달하는 주변 부유층 주거지의 기온은 37.2도에 불과했다. 또한 50도의 폭염이 덮친 인도의 도시 첸나이의 이야기는 폭염 시대 계급론을 떠올리게 한다.
식탁 물가 폭등부터 GDP 증발까지, 폭염 시대의 잔인한 나비효과도 이야기한다. 저자는 풍요의 땅에서 죽음의 땅으로 변한 미국의 '매직 밸리(Magic Valley)' 리오그란데 계곡과 수확량이 절반으로 줄어든 텍사스 옥수수 경작지의 농부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밖에 야생의 대탈출, '벚꽃 모기'와 진드기의 창궐까지 새로 쓰는 질병 알고리즘도 언급한다. 저자는 "WHO는 2080년에 이르면 전 세계 인구의 60%가 대표적인 모기 매개 질병인 뎅기열에 감염될 것이라 전망했다"고 전한다.
저자가 만난 많은 기후과학자가 입을 모아 말하는 것은 지구 열탕화의 원인이 '화석연료 사용'에 있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화석연료 기반 발전을 멈추면 30년 뒤 기온을 바꿀 수 있지만, 전 세계 화석연료 사용 비중은 2024년 현재 82%로 여전히 증가세"라고 지적한다.
이 책은 산업구조, 질병 알고리즘, 기후과학을 망라해 살인 폭염에 대처하기 위한 과학적 근거와 해결 방안을 고민한다. 특히 폭염의 위험을 적극 알리기 위해 허리케인 '카트리나'처럼 폭염에 이름을 붙이고 이미지화하는 브랜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오늘도 우린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실외기로 가득 찬 찜통 속에 살고 있다. 내일이 어떤 모습일지는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좌우한다. "기후위기에는 전 세계가 함께 겪을 티핑포인트도, 싸움에 지는 순간도, 종말이 닥치는 어느 한순간도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는 1톤의 이산화탄소라도 어떻게든 쏟아내지 않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우리에게 화석연료 중독을 끊을 수 있는 지혜, 용기, 정치적 지도력이 있길 바란다"고 강조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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