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cm' 장신 여배우 이주영, 새로운 길을 개척하다

유수경 2024. 7. 19.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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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부터 '더 에이트 쇼'까지 개성 넘치는 연기로 주목받은 배우 이주영 인터뷰
"175cm였던 키, 2cm 더 자라... 장점으로 활용"
"천우희, 내 마음 100% 이해해준 친구"
이주영. '더 에이트 쇼' 티저 예고편 캡처

배우 이주영은 독특한 배우다. 비슷한 캐릭터가 없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연예계에서 '대체불가'의 매력은 무척 중요한 요소다. 큰 키에 여린 몸매, 중성적인 이미지를 지닌 이주영은 '센 역할'을 주로 해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순하고 여성스러운 면이 많다. 그럼에도 할 말은 해야 하는 강단 있는 여성이기도 하다.

지난 5월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에이트 쇼(The 8 Show)' 2층(춘자) 역으로 활약했던 이주영은 이 작품을 위해 8kg을 증량하고 액션 연기에 몸을 불살랐다. 8부작인 이 드라마는 웹툰 '머니게임'과 '파이게임'을 원작으로 했다.

모델 출신인 이주영은 지난 2015년 단편 영화 '몸값'으로 데뷔했다. 대중에 널리 이름을 알린 건 영화 '독전'을 통해서다. 농아남매의 동생 역을 맡아 수어 연기는 물론 강렬한 액션까지 소화하며 신 스틸러로 호평을 받았다. 한재림 감독이 연출한 '더 에이트 쇼'에서는 주연으로 우뚝 섰다. 자신만의 색으로 필모그래피를 채워가고 있는 이주영과 이야기를 나눴다.


'더 에이트 쇼' 주연이 되기까지

"처음에 감독님에게 미팅 제안을 받았을 때 너무 신났어요. 원래 이런 장르를 좋아하고 웹툰의 팬이기도 했거든요. 키 큰 배우를 찾았다고 들었어요. (박)해준 선배와 겨뤄도 신체적으로 뒤지지 않는 배우를 찾던 중에 저랑 미팅을 하게 된 거죠. 감독님이 '운동 뭐 할 수 있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제 SNS를 다 보고 오셨는데 거기에 탈색한 사진이 있었어요. 그걸 보고 '이 사람이 춘자인가'라는 생각을 하셨대요. 그러곤 며칠 뒤에 책을 주셨죠. 처음에는 무슨 역할인지 몰랐어요. 2층이 너무 매력적인 역할이었는데 '난 이건 아니겠지' 생각했어요. 그동안 조연을 많이 했으니까요. 제가 2층이란 걸 알았을 때는 눈물이 났어요."


8kg 증량하고 비주얼 변화에 집중

"제가 8kg을 찌웠는데 근육이 보여야 해서 헬스 요가 액션 연습을 매일 했어요. 기본적으로 하루에 5시간, 컨디션 좋을 때는 7시간 운동을 했죠. 진짜 운동선수처럼 지냈어요. 작품을 7월에 찍었는데 2월부터 준비했어요. 대전 세트에서 찍어서 휴차 때만 서울에 올 수 있었는데, 액션스쿨 분들이 와서 같이 숙박을 하면서 촬영 끝나고 밤에 액션 연습을 했어요. 5개월 동안 정말 열심히 액션스쿨에 나갔어요. 제가 '많이 나갔으니 수료증 달라'고 농담도 했죠. 그때 '독전'도 같이 찍고 있었거든요. 증량해서 체력이 좋아져서 그런지 휴일이 없는데도 감기에 한번 안 걸리더라고요."


힘들었던 장면은 '일대일 액션'

"모든 장면이 쉽진 않았는데 해준 선배와 일대일 액션 준비를 오래 했어요. 촬영 5개월 전부터 했고, 감독님도 신경을 많이 쓴 장면이에요. 길거리 싸움 느낌을 원한다고 하셔서 길에서 싸우는 유튜브 영상도 참고하고 날것의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그 신이 어려웠던 거 같아요. 이틀에 걸쳐 찍었는데 다음날이 바로 '독전' 태국 촬영이었거든요. 새벽에 끝나고 짐만 바꿔서 공항으로 갔어요. 태국에 갔는데 바로 촬영이 시작됐죠. 분장실에 앉았는데 눈물이 터지더라고요. 그때 사람들도 놀라고 했던 기억이 나요. 사람들이 저를 처음 만나면 놀라고들 해요. 제가 엄청 세다고 생각하는데 만나보면 완전히 다르다는 얘길 듣는 거 같아요."


애증의 액션 연기

"너무 힘들었던 액션이었던 만큼 애정이 가더라고요. 저를 이렇게 괴롭혔지만 결과적으로 잘 나와서 좋아요. 맞는 장면도 너무 리얼하다고 친구들이 그러더라고요. 신이 잘 살았구나 싶어서 뿌듯했어요. 2부 48신도 기억에 남아요. 신 넘버를 외울 정도니까요. 엔딩에 간질약 가지러 갈 때 액션이 있는데 원테이크로 찍어서 정말 어려웠어요. 네 명이서 해야 하니까 한 명만 삐끗해도 계속 다시 찍어야 하는 거죠. 연습을 많이 했는데 남자 넷과 한다는 게 부담스러웠어요. 쉬는 날이라 사람이 없을 땐 매니저와 제작부장님까지 나서서 같이 연습도 하고 그랬어요."

이주영. '더 에이트 쇼' 예고편 캡처

요가를 했더니 키가 더 자랐다

"요가 장면은 대역이 아니고 직접 한 거에요. 머리서기는 원래 됐었는데 감독님이 좀 더 해보자고 해서 뒤로 꺾어지는 걸 추가해서 계속 연습을 했어요. 제 키가 원래 175cm였는데 요가를 열심히 하다 보니 177cm로 자랐더라고요. 건강검진 가서 잘못 잰 거 같다고 다시 쟀는데 177cm가 맞았어요. 여배우 중에 제일 클 수도 있어요. 오랜만에 본 사람들이 '너 키 또 컸냐' 묻곤 해요. 하하. 웬만한 남자 배우들보다 큰 것 같아요."


박해준, 고맙고 따뜻한 배우

"우선 박해준 선배는 너무 다정하고 좋은 선배에요. 맡은 역할은 악역이지만 너무 착한 사람이죠. '독전'에서도 우리가 만났었는데 그때도 적이었어요. 여기서 또 적인 게 재미있었죠. 해준 선배는 태권도 시범단 출신이고 워낙 잘하는 분이니까 연습을 많이 안 해도 됐었고 저만 잘하면 되는 상황이어서 더 부담이 됐어요. 그래도 선배 덕에 끝까지 잘한 거 같아요."


류준열·천우희, 사랑스러운 배우들

"저는 류준열 오빠랑 친남매 같단 얘기도 들어요. 얼굴도 닮았다고 하더라고요. '독전' 때부터 봐서 그런지 오빠가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됐어요. 되게 웃기고 좋은 사람이에요. 배우들은 보통 감성적인데 오빠는 이성적인 타입이고 흔들리는 성격이 아니거든요. 저도 영향을 받았어요. (천)우희는 동갑이기도 하고 친구인데 선배이기도 하고 너무 저에게 힘이 됐어요. 가족 얘기, 친구 얘기 하며 인간적으로도 많이 가까워졌어요. 제 마음을 100% 이해해주는 사람이라고 느꼈어요. 너무 고마운 게 많아서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죠."


츤데레의 끝판왕, 박정민

"(박)정민 오빠도 진짜 멋있는 게 은근히 배려를 해주고 티를 안 내요. '오빠 고마워'라고 하면 '나 너 때문에 그런 거 아닌데'라고 해요. 그러니까 더 사람이 멋져보이는 거죠.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고, '나도 다른 배우들에게 이렇게 해야겠다' 느꼈어요. 저랑 한 살 차이인데 역시 선배는 선배라는 걸 느꼈죠. 문정희 선배도 엄마처럼 언니처럼 너무 잘 챙겨주셨어요. 카리스마가 있는데 따뜻한 분이죠. 선배들이 다 권위의식이 없었어요."


캐릭터의 감정을 읽기 위해 노력한 시간

"춘자는 너무 화를 내는 장면이 많고 웃는 것도 거의 없었어요. 화를 내는 걸 어떻게 변화를 줘야 하나 고민했죠. 계속 같은 식으로 하면 단면적으로 보이니까 춘자의 전사를 계속 생각하게 되더락요. '세게 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전 춘자는 외강내유라고 생각했어요. 화를 낼 때는 어떤 게 건드려져서 화가 나는지를 혼자 고민하면서 표현을 미묘하게 달리 하려고 했고요. 인간에 대한 연민도 많고 착한 사람인데 마지막에 강압적으로 할 때는 엄청난 결심을 하고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죠. 작품을 배우들에게 보내준 미리보기 영상으로 봤는데 정말 재밌었어요. 더빙판은 느낌이 또 달라요. 일본어로 보면 애니 같고 영어로 보면 멋있다고 저희끼리 얘기하고 그랬어요."


배우 이주영이 나아갈 길

"저는 다른 여배우들과 노선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4kg 빠진 상태인데 전에는 마른 몸이 괜찮았지만 나이가 드니까 체력이 딸리더라고요. 그래서 많이 먹고 심하게 다이어트 안 하려고 해요. 예전에는 이런 말도 들었어요. 보통 여자 배우들이 평범한 역할로 시작해서 캐릭터 변화를 주며 연기 변신도 하면서 가는데 저는 처음부터 센 것만 하니까 좀 다르다고요. 사실 처음 연기 시작할 때는 키 때문에 못할 거라고도 생각했어요. 핸디캡처럼 느꼈는데 다른 한편으론 장점이 될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죠. 모든 건 양면성이 있으니까요."


늦은 시작에 비해 빠른 성과

"제가 단편영화를 2015년에 찍었으니 거의 10년 연기를 했어요. 벌써 이렇게 됐나 싶을 정도로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 거 같아요. 처음 목표는 '마흔 살에 빛을 본다'는 것이었죠. 연기를 29살에 시작해서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하지 말라고 말렸어요. '넌 모델 얼굴이야'라는 말도 들었는데 청개구리 같은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나이 많은 사람들의 롤모델이 되자. 용기를 얻게 해야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조우진, 김선영 선배처럼 한 신이 나와도 다 잡아먹는 사람들이 저의 롤모델이기도 했죠. 목표는 신 스틸러였는데 빨리 이뤘다는 느낌도 들어요. 일을 하다 보니 어려운 상황도 겪고 성격이 세지는 것도 느껴요. 전엔 어린애 같았다면 이제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느낌도 들고요. 분명한 건 연기하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는 거죠."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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