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도 힘들지 않다”는 두산 이영하가 털어놓은 선발에 대한 욕심, 그리고 피로를 잊은 이유 “뒤에 후배들을 생각해야죠”[스경X인터뷰]
두산 이영하(27)은 올시즌 팀 불펜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투수다.
올시즌 41경기에서 4승1패2세이브2홀드 평균자책 3.91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부터 중간 계투로 던지고 있지만 사실 이영하가 더 두각을 드러냈던 포지션은 선발이었다.
2018년 10승(3패)를 기록하며 데뷔 첫 두자릿수 승수를 올렸고 2019년에는 17승(4패)를 기록하며 에이스 노릇을 했다.
올해에는 선발 경쟁을 펼치기도 했으나 마운드 강화를 위해 이승엽 두산 감독이 불펜으로 기용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선발진을 개편하면서 5선발 자리가 다시 팀의 고민이 됐지만 이영하가 불펜에서 빠지면 불펜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판단 아래에 그대로 중간 계투로 두기로 했다.
이영하는 7월 8경기에서 단 한 경기에서만 실점을 할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이며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여러 보직을 소화했기에 책임감이 더 커진 덕분이다. 이영하는 “경기 후반에 어리고 좋은 투수들이 많이 던지지 않나. 최대한 덜 부담스러운 상황에 넘겨주려고 하고 있다. 그런 생각이 멘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선발 경험이 많은 이영하는 “선발 투수가 마운드에서 빨리 내려올 때의 마음도 잘 알아서 더 잘 막아주고 싶다”며 “시즌 후반부 되면 선발 덕분에 팀이 더 잘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잘 막아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독려했다.
이영하는 7월 들어서 5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는 무실점 행진이 길어지는 걸 오히려 경계했다. 이영하는 “점수를 주더라도 1실점씩 해서 띄엄띄엄 주는게 좋은 것 같다.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다가 2~3경기 점수를 연달아 주는 것보다는 최대한 평균치를 높이는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선발에 대한 마음은 아직 있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이 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안다.
이영하는 “지금도 사실 선발 투수에 대한 마음은 있다”면서도 “지금은 불펜에서 결과가 괜찮지만 내년에 스프링캠프를 가면 또 선발에 도전을 하고 싶어질 것 같다. 시즌 초반보다는 마음을 많이 내려놓았다”고 털어놨다.
사실 선발 투수 자리를 잡지 못해 마음이 흔들릴 때도 있었다. 이영하는 “중간 투수로 던지려니 마음이 안 생길 때도 있었다. 그런데 투수 코치님이 잘 잡아줬다”며 “심적으로 좋지 않았을 때 불펜 투수로서도 결과가 안 좋아서 ‘좀 쉴까’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코치님이 잘 잡아주셔서 하다보니까 됐다. 믿어준 만큼 보답하고 최대한 많이 던지고 싶어졌다”고 밝혔다.
이영하를 향한 믿음이 그를 일으켰다. ‘항상 필요하다’라는 메시지가 이영하를 중간 계투에서 자리 잡게 했다. 그는 “항상 운동할 때나 밖에서나 만날 때 코치님이 ‘필요하다, 너가 있어야된다’고 말해주니까 하기 싫었던 마음이 사라졌다. 믿음을 받으니까 진짜 한번 해보자는 마음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먼저 코칭스태프에게 믿음을 주는 선수도 있지만 이영하는 반대로 코칭스태프가 믿음을 주니 부응한 선수다. 그는 “내가 어릴 때 선발할 때에도 감독님이 막연한 믿음을 주셔서 가능했다”라며 “나는 믿음을 줬을 때 거기에 부응하려고 열심히 해서 결과를 보는 선수인 것 같다. 그래서 지금도 항상 코치님께 고맙다고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래서 이영하는 마운드에 오를 때 피곤하지가 않다. 그는 “트레이닝 파트나 코치님들이 걱정을 많이 해 주시는데 나는 힘들지 않다”며 “투수가 괜찮으면 나가서 계속 던지는 걸로 생각하며 야구를 해왔다. 굳이 쉬어야하나라는 기분도 들곤 한다. 피곤하고 지쳤다고 느껴도 마운드에 나가면 볼 스피드도 나오고 홈까지 공이 잘 날아간다. 그러니 계속 잘 던지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이영하는 “사실 어린 친구들이 더 쉬어줘야한다. 내가 많이 던지는 만큼 어린 친구들이 쉬었으면 한다”며 “그 친구들이 경험이 생겼을 때 내가 쉴 수 있다. 그렇게 돌아가야 좋은 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두산은 후반기 들어서 더 치열한 순위 싸움을 펼치고 있다. 이영하는 “최대한 우리 팀이 높은 곳에서 순위를 마무리하는게 우선”이라며 “불펜 투수들이 최대한 부상 없이 갔으면 좋겠다. 선발 투수들도 다 원래 페이스대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개인적인 성적은 그 다음”이라며 먼저 팀을 생각했다. 그는 “여름 지나고 나면 투수들이 더 올라올 것이다. 야수 형들은 지금 충분히 잘 하고 있기 때문에 투수들만 더 잘하면 1등도 할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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