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의 퇴보… “잦은 정치바람에 역량저하”

김규태 기자 2024. 7. 19.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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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대북 전문가 수미 테리 피소 사태로 국가정보원의 정보활동 실패 책임론이 거세게 불고 있다.

2011년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 잠입 당시 동선이 적발된 데 이어, 또다시 아마추어 같은 정보활동이 공개되면서 '비노출 간접 활동'이라는 기본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국정원이 정보활동 기본조차 지키지 못한 데에는 정권의 과다한 국정원 정보활동 개입과 잦은 인력 교체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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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추어’ 국정원… 왜?
‘美 수미 테리 기소’ 책임론 확산
전문가 “국정원 외압·인사청탁
文정부 적폐청산에 500명 조사”
‘무리한 대미외교 때문’ 분석도
불안한 국정원 지난해 11월 1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촬영한 사진에서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 건물 출입문에 국정원 로고가 붙어 있다. 뉴시스

한국계 대북 전문가 수미 테리 피소 사태로 국가정보원의 정보활동 실패 책임론이 거세게 불고 있다. 2011년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 잠입 당시 동선이 적발된 데 이어, 또다시 아마추어 같은 정보활동이 공개되면서 ‘비노출 간접 활동’이라는 기본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미국을 잘 모르는 국정원 지도부와 잦은 전문요원 교체, 과도한 ‘종전선언’ 홍보 등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북핵 위협과 국제정세 혼란 속에서 더욱 시급해진 해외 정보활동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정원 출신인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 원장은 19일 문화일보 통화에서 “‘비노출 간접 활동’이란 일곱 글자는 국정원 요원이라면 기본 중 기본으로, 수없이 교육받는다”면서 “미 연방수사국(FBI)이 10년간 추적할 동안 국정원 요원이 수미 테리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가방 등을 사준 모습이 고스란히 포착된 건 기본조차 안 됐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국정원이 정보활동 기본조차 지키지 못한 데에는 정권의 과다한 국정원 정보활동 개입과 잦은 인력 교체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지적이다. 5년 임기의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외압이 작용하고, 국정원 정기 인사를 앞두고 개인적 인사 경쟁·청탁까지 겹치면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임 문 정부에서는 ‘적폐 청산’을 이유로 국정원 직원 500여 명이 감찰 조사를 받았고, 이 중 일부는 기소되기도 했다. 한 전직 국정원 관계자는 “문 정부 당시 국정원 직원 500여 명이 감찰 조사를 받았고, 심지어 해외에 있는 사람들까지 모두 국내로 소환해 조사했다”면서 “미국 파견 요원은 ‘조직의 꽃’이라 불리는데 정치 바람을 타고 (검증이 안 된) 요원들이 오게 돼 이런 상황이 발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문 정부가 2019∼2021년 미·북 간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며 종전선언을 세일즈하기 위해 무리한 대미 외교를 펼친 것이 이번 사태의 배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전직 국정원 요원은 “문 정부 당시 서훈 국정원장은 미국에 대해 문외한이었고 3명의 차장도 미국에 대한 인식이 얕았다”면서 “서 전 원장이 미국을 설득해 북한과 우호 관계를 형성하려고 급하게 여러 활동을 추진하다 사달이 벌어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건을 통해 국정원의 정보활동이 외부로 노출되고 대리인 보호에까지 실패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정원의 해외정보 기능은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남 원장은 “세계적으로 망신을 당해 해외 정보원들이 국정원을 만나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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