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 다른 과 인력 투입" 정부 예고에…의사들 "답답하고 황당"

정심교 기자 2024. 7. 19. 11:5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 지난해 119구급대를 통해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옮겨진 사례 10건 중 4건은 전문의가 없었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119구급대 재이송 건수 및 사유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19 구급대 재이송 건수는 4227건으로, 이 중 1771건(41.9%)는 전문의 부재가 사유였다. 사진은 9일 서울 시내 한 응급실 앞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옮기는 모습. 2024.7.9/뉴스1 Copyright (C) /사진=(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의료현장 최전선인 응급실이 파행 운영되자 정부가 다른 진료과 인력을 활용할 방안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응급의학과 전문의 이탈이 가속할 것"이라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반발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19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의 일방적 의료 정책 추진으로 24시간 응급의료 제공 위기 상황으로 서서히 돌입하고 있는데, 정부의 응급 의료에 대한 인식의 수준과 해결책이 '응급의학과 외에 다른 전문 과목의 인력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하니 유감"이라면서 "참으로 답답하고, 황당하다"고 밝혔다.

앞서 김국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전공의가 빠져나가서 응급의료센터 교수님들의 피로도가 굉장히 높고, 응급의료센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응급의학과 외에 다른 전문 과목의 인력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강원 속초의료원 응급실은 사태 장기화로 전문의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최근 일부 응급의학과 전문의 사직으로 지난해에 이어 다시 단축 운영에 들어갔다. 순천향대천안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중 절반이 병원을 떠나 응급의료센터가 축소 운영되고 있다.

국가 응급의료 총괄 컨트롤타워인 국립중앙의료원은 의료원 소속 응급의학과 전문의 2명 중 1명이 이달 말 퇴사를 앞두고 있어 내달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1명만 남게 된다. 전공의들의 빈 자리를 메워온 전문의들이 번아웃(탈진)으로 잇따라 응급실을 떠나고 있다. 원내 내과 전문의 1명, 파견 군의관 2명도 응급실에 근무하고 있지만, 의료원 소속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아니다.

학회는 "24시간 응급의료 제공 중단이 발생한 속초의료원, 순천향대천안병원에서는 다른 전문 과목 인력 활용을 생각하지 못했겠느냐"면서 "해당 병원의 다른 전문과목의 전문의가 응급 환자 24시간 야간, 휴일 진료를 시행하면 해당 전문 과목의 외래, 입원, 수술 환자는 누가 진료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막대한 민형사 소송의 부담을 안고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아닌 다른 전문 과목 전문의가 응급실 진료를 하려고 하겠느냐"면서 "최근 17억 원 배상 판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아닌 다른 전문과목 전문의는 응급실 내 다양한 응급, 비응급 환자들을 빠른 시간에 진료하고 응급처치함에 있어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서 "자신의 전문과목 진료 대상인 환자는 진료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환자에 대처하기 어렵다"고 했다. 응급환자의 경우 응급처치를 시행할 때 합병증이나 후유증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아닌 경우 신속하면서도 정확히 대응하기 어렵다.

학회는 "응급의학과 외에 다른 전문 과목의 인력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응급의료센터, 응급실에서 24시간 응급환자와 가족들의 곁을 지키고 있던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의 자존심과 사명감에 큰 상처를 주고, 응급의학과 전문의 이탈을 막기는커녕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라면서 "응급의료체계는 걷잡을 수 없는 단계로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국가 응급의료체계는 반드시 유지돼야 하는 만큼 응급의료 현장을 지켜내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17일 응급의학회는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응급의료를 위한 지원을 상시화·제도화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정부의 대규모 의대 정원 증원 등 의료 정책 추진 이후 발생한 응급의료인력 부족의 어려움 속에서도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응급환자와 가족들의 걱정과 불안, 불만에 마음 깊이 공감하며 응급의료 현장을 힘겹게 지켜 왔다"면서도 "하지만 일부 권역응급의료센터, 대학병원, 종합병원 응급실, 응급의학과 교수(전문의)들마저 격무에 시달리고 지쳐, 24시간 응급의료를 제공하지 못하는 지경까지 내몰리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학회는 이미 수 차례 성명서를 통해, 국민 여러분과 정부에 호소해 왔다. 정말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전선 응급의료가 무너지게 둘 것인가"라고 정부를 향해 반문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