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금·생활비로 주담대 활용… 가계 빚 악화 우려

박정경 기자 2024. 7. 19. 11:5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은행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주택 구입 이외의 용도로 사용한 대출자의 비중이 5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면서, 최근 늘어난 은행권 주담대가 실제 주택 구매 못지않게 경기 침체로 인한 생활·사업자금 등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 구입 외 대출이란 건 결국 생활안정자금 대출인데 생활비나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담대를 빌리는 것"이라며 "실제 주택 구매는 디딤돌·신생아 특례 대출 등 정책자금을 활용하고, 은행권 주담대는 생활자금 명목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주택구입 46% < 생활자금 54%
대환대출 경쟁에 금리 낮아져
내 집 마련 주담대 6% 늘 때
생활자금 주담대는 29% 증가
금융당국, 대환 꼼수영업 점검
늘어나는 주담대 수요 주택담보대출금의 주택 구입 목적 외 사용이 늘고 있는 가운데 19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앞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광고문이 걸려 있다. 박윤슬 기자

은행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주택 구입 이외의 용도로 사용한 대출자의 비중이 5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면서, 최근 늘어난 은행권 주담대가 실제 주택 구매 못지않게 경기 침체로 인한 생활·사업자금 등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주담대를 꼭 주택 구입 자금으로 이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담대를 생활자금 등으로 소진해버리게 되면 자칫 빚을 갚지 못할 상황에 빠져 가계부채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문화일보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을 용도별로 분석한 결과, 이들 은행의 주담대는 지난해 6월 204조8308억 원에서 올해 6월 240조2962억 원으로 17.31%(35조4654억 원) 늘었다. 관련 주담대 잔액은 전세자금대출이나 이주비·중도금 대출 등 주택담보로 취급되지 않은 대출과 디딤돌 대출 등 은행 계정에 포함되지 않는 정책자금대출은 제외했다.

이 중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 잔액은 지난해 6월 104조796억 원에서 올해 6월 110조4645억 원으로 6.1% 늘었고 같은 기간 주택 구입 목적 외 주담대 잔액은 100조7512억 원에서 129조8317억 원으로 28.86% 증가했다. 은행들은 대출 이후 3개월 이내에 주택 취득·등기를 마치면 주택 구입 용도로, 그렇지 않으면 주택 구입 이외의 용도로 대출금을 사용한 것으로 본다.

주택 구입 목적 대출보다 주택 구입 목적 외 대출이 최근 1년 사이 가파르게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주택 구입 목적 대출과 주택 구입 목적 외 대출 비중을 비교해보면 지난해 6월 50.81% 대 49.19%에서 올해 6월 45.97% 대 54.03%로 역전됐다. 개별 은행 데이터 분석에서도 주택 구입 목적보다 주택 구입 목적 외 대출 비중이 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현상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플랫폼을 이용해 대환대출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대환대출 플랫폼 경쟁으로 주담대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아져 이를 활용해 신용대출을 갚는 등 또 다른 빚을 갚는 데 주담대를 활용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신용대출 잔액이 줄고 주담대가 늘어난 것은 대환대출의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은행 업계에서는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개인사업자들이 보유 주택을 담보로 운영자금을 확보할 목적으로 주담대를 이용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 구입 외 대출이란 건 결국 생활안정자금 대출인데 생활비나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담대를 빌리는 것”이라며 “실제 주택 구매는 디딤돌·신생아 특례 대출 등 정책자금을 활용하고, 은행권 주담대는 생활자금 명목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주담대를 생활비 등 소비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가계부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경기 및 금리 상황에 따라 대출금을 소진하고 빚을 갚지 못하게 될 경우 부채의 늪에 빠지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15일부터 가계대출 취급 은행을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하고 있는 금융감독원은 주담대 대출금 사용 관련 문제도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신용대출을 생활안정자금용 주담대로 대환하는 등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를 확대하는 꼼수를 저지르진 않았는지 보겠다는 것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8~10월에도 급증한 가계부채와 관련해 은행권 가계대출 취급 실태에 대한 종합점검을 벌여 DSR 규제의 준수 여부와 담보·소득 등 여신 심사의 적정성 등을 따져본 바 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