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00억 투입된 CJ 'K-컬처밸리' 사업 백지화…책임 떠넘기는 경기도
경기도 "CJ 완공 기한 맞추지 못하고 사업 의지 없어"
CJ "그룹 숙원 사업, 자금 확보하고 투자 유치도 성공"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경기도가 세계 최대 규모 'K-컬처밸리' 사업을 백지화 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1일 CJ라이브시티와의 'K-컬처밸리 복합개발단지' 사업협약 해제를 발표했다. 수십조원 규모의 경제 파급 효과와 수십만개의 일자리 창출 등의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경기도는 두 차례 기자회견과 주민간담회를 열어 민심을 진화하고 있지만 경기 북부의 최대 개발사업을 저버렸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K-컬처밸리 복합개발단지' 사업은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일대에 K-콘텐츠 성지를 만들기 위한 CJ그룹의 프로젝트다. 세계 최초 K-팝 공연 아레나 등 K-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32만6400㎡(10만평) 규모의 문화 복합 단지로 조성할 계획이었다. 총사업비는 2조원에 달하며 개장 후 약 10년간 30조원 규모 경제 파급 효과와 20만개 일자리 창출이 기대되는 사업이다.
경기도는 사업 시행을 맡은 CJ라이브시티가 완공 기한을 맞추지 못했고 수용하기 어려운 배상금 감면 요구, 사업을 추진할 의사가 없다 등을 주장하며 사업 협약 해제의 원인을 CJ에게 돌리고 있다.
반면 CJ는 'K-컬처밸리' 사업을 그룹의 숙원 사업으로 정하고 역량을 총동원해 추진했다는 입장이다. CJ라이브시티의 사업 의지는 2015년 등록된 법인 형태에서부터 엿볼 수 있다. 민관합동 공모사업은 통상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및 특수목적법인(SPC)이 주체가 되지만, CJ라이브시티는 사업협약 직후 CJ그룹의 신규 계열사 법인으로 설립됐다. '문화보국의 사명을 이어받은 숙원사업'이라는 조명을 받으며, 사업 추진 기반을 마련했다.
또 국내 최초로 전 세계 1위 스포츠·엔터테인먼트 기업 'AEG'의 투자를 유치했다. AEG는 미국 크립토닷컴 아레나, 영국 O2아레나 등의 운영사로, 아레나 및 컨벤션 센터 등 주요 복합문화시설의 개발, 임대, 시설 운영 등에서 세계 최고 권위를 가진 전문 기업이다. AEG는 2019년 CJ와 최초 MOU 체결 후 한국 시장 진출을 준비했다. 지난해 4월 아레나 공사가 중단된 이후에도 아레나 건축 설계 및 시설, 활용 계획 등 실질적인 운영 기획을 진행해왔고, 최근까지도 CJ라이브시티와 아레나 JV(합작법인) 설립 및 고양시 내 한국 사무소 개설도 준비 중이었다.
국내외 수많은 파트너사들도 투자·협력 관계 구축에 참여했다. 아레나 시공사인 한화 건설부문은 책임준공 확약서를, 5개 대형 금융기관은 투자 의향서를, 세계적인 K-팝 댄스 크루 등도 사업 참여 협력의향서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다. CJ라이브시티는 사업 의지가 없었다면 파트너사들로부터 투자와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CJ라이브시티는 전체 투자비 약 2조원 중 약 40%에 달하는 7800억원의 비용을 투자했다. 이미 토지 매수비 및 내년도 토지 대부료까지 모두 완납했다. 지난 2월에는 사업 정상화를 위해 2000억원 CP(기업어음)를 발행했고, ENM 신용평가등급 역시 A1으로 우량하여 사업 추진을 위한 자금 조달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었다. 투자 의향을 밝힌 총 5개의 대형 금융투자기관 역시 PF조정위를 통한 사업여건 개선을 전제로 PF 실행을 앞두고 있었다. 자금 조달에 문제가 없다는 게 CJ라이브시티의 설명이다.
경기도는 완공 기한을 맞추지 못했다고 주장하지만 CJ라이브시티는 순탄하게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CJ라이브시티에 따르면, 아레나를 앵커시설로 하는 현재의 사업계획이 경기도의 승인을 받은 이후로 사업은 계획에 맞춰 정상적으로 추진됐다. 계획된 공기는 총 36개월로, 2021년 10월 착공 후 한전의 전력공급 불가 통보가 불가항력적 대외 변수로 문제가 되어 중단되기 전까지 약 17%의 공정률로 공사는 1년 반 동안 순탄하게 진행됐다. 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 CJ라이브시티에 대규모 전력 공급 불가 통보를 내렸다. 경기 남부 반도체 클러스터가 패스트트랙으로 최우선 추진되는 탓에 아레나 공사 현장에 전력 수급이 원활하지 못했다.
CJ라이브시티 관계자는 "10만평 부지를 개발하는 복합개발사업은 공사 시작 전 전체 부지에 대한 사업기획 및 전력공급, 수질개선 등 인프라 여건에 따른 기본설계, 사업계획에 따른 순차적인 부지별 인허가 후에 착공으로 연결되는데, 착공 이전의 모든 절차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하게 착공 이후 단계에서의 가시화된 공사 진척률 3%라는 숫자만으로 사업 의지를 가늠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 CJ "경기도의 일방적으로 진행된 부당한 사업협약 해제 통보"
경기도는 CJ라이브시티가 갑자기 입장을 변경해 사업협약이 해제에 이르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CJ는 사실이 아니며 사업이 해제된 절차가 부당하게 진행됐다고 맞서고 있다.
경기도는 전력 공급 지연 등으로 인한 사업계획 재조정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조정위가 양측에 권고한 사업 여건 개선을 위한 협의는 외면하고 "조정안 검토 및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경기도는 사업 만료를 2주 앞두고 전력 공급이 불가한 상황에서도 상한 없는 지체상금 부과 후 아레나 공사의 재개, 사업 정상화와는 무관한 수백억원 대의 협약이행보증금(양 당사자 중 한 쪽의 귀책으로 계약이 이행되지 않을 시에 부과하는 위약금) 2배 증액 등을 사업 기간 연장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이는 전력공급 지연으로 개발이 불가한 상황에도 불구, 상한 없이 지속 누적되는 지체상금을 부과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CJ라이브시티는 경기도에 상호간 추가 논의를 위한 협의기간 연장을 거듭 건의하고 사업 정상화의 본질적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안 수용 여부에 관한 의견 청취를 요청했다. 하지만 경기도는 '사업기간 경과'가 아닌 '사업 지연·사업 추진 실적 저조'를 사유로 내세우며 지난달 28일 일방적으로 사업 협약 해제를 통보했다. 경기도는 사업 해제의 귀책을 CJ라이브시티로 돌리고 있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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