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거포 아닌, 최형우처럼 성장하라… LG 뉴 4번 타자 탄생, 10년 책임질 묘수될까

김태우 기자 2024. 7. 1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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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의 새로운 4번 타자로 낙점된 문보경 ⓒ곽혜미 기자
▲ 염경엽 감독은 당분간 문보경을 꾸준하게 4번 타순에서 실험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신일고를 졸업하고 2019년 LG의 2차 3라운드(전체 25순위) 지명을 받고 입단한 문보경(24)은 4번 타자와는 거리가 있는 선수였다. 주로 봤던 타순도 4번이 아니었고, 우리가 생각하는 4번 타자의 이미지도 아니었다.

4번 타자는 강타자의 상징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타순의 정의도 달라지고 있지만 4번은 어디 가나 멀리칠 수 있는 타자들이 맡는 경우가 많다. 2번이나 3번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최근 야구 트렌드에서도 4번은 ‘한 방’으로 경기 흐름을 뒤집을 수 있는 선수들이 주로 배치된다. 메이저리그도 다르지 않다. 그런데 LG는 문보경을 ‘4번’으로 키우겠다고 했다.

올해 LG는 외국인 타자 오스틴 틴이 주로 4번을 봤다. 시즌 93경기 중 85경기의 선발 4번 타자가 오스틴이었다. 어쩌면 지난해 잠실에서 23개의 홈런을 때린 오스틴은 그래도 전형적인 4번 타자와 어울리는 재목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문보경은 지난해까지 세 시즌 동안 홈런 27개를 친 타자였다. 장타보다는 정확성이 더 주목받았던 선수다. 2022년 타율 0.315, 지난해 타율 0.301을 기록하며 2년 연속 3할을 쳤다. 반대로 통산 장타율은 0.439로 특이하지 않다.

하지만 염경엽 LG 감독은 확신을 가지고 문보경 4번 테스트에 나섰다. 염 감독은 “문보경 4번은 이제 시작한 것이니 계속 갈 것이다. 보경이가 정말 슬럼프가 와서 안 맞을 때를 빼놓고는 그냥 4번으로 넣어서 키울 것이다”면서 “어차피 내년도 해야 하고, 내후년도 해야 하는 것이다. 4번 타자로서의 능력치는 분명히 가지고 있는 선수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선수들은 팀의 미래까지 담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잘하는 선수라고 해도 3~4년이 지나면 교체를 놓고 고민하는 경우들이 더러 있다. 오스틴이 입단 후 자기 몫을 잘해줬다고 하지만 팀 중심타선의 미래까지 책임지지는 못한다. 결국 국내 선수들 중 누군가는 확고한 4번 타자감이 나와야 하고, 염 감독은 현시점에서 문보경이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다른 선수들을 다 제쳐두고, 지난해까지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이 10개에 불과한 문보경을 4번으로 미는 이유는 무엇일까. 염 감독은 문보경이 안정된 타율을 가지고 있고, 장타율도 점차 좋아질 것으로 믿는다. 폭발적인 홈런 파워를 가진 박병호와 같은 4번보다는, 최형우나 김태균과 같이 중장거리형 4번 타자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4번 타자로 적합한 멘탈도 가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염 감독은 “나는 4번도 세이브 피처와 똑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팀의 4번 타자라는 것은 세이브 피처처럼 어떤 멘탈을 가지고 있다. 빨리 털어낼 수 있는 멘탈도 가지고 있고, 또 욕심도 가지고 있다. 순한 면도 있지만 자기 야구에 대한 욕심과 성격도 가지고 있고 어떤 상황에서 털어내고 마음을 비울 수 있는 능력도 있다”면서 “타격 기술도 정확도를 분명히 가지고 있고 멀리 칠 수 있는 능력도 지금보다 더 좋아질 수 있다. 지금 커 가고 있는 과정이다”고 설명했다.

▲ 염경엽 감독은 문보경이 3할과 30홈런, 100타점을 모두 책임질 수 있는 잠재력과 4번 타자로서의 좋은 멘탈까지 가졌다고 확신한다.ⓒ곽혜미 기자

일단 3할을 칠 수 있는 능력은 최근 3년간 어느 정도 증명됐으니 여기에 장타까지 더하면 좋은 4번 타자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염 감독은 최형우와 김태균을 예로 들었다. 두 전설은 40~50홈런을 치는 타자는 아니지만 좋은 타율과 출루율, 그리고 매 시즌 20개 이상의 홈런을 칠 수 있는 장타력이 잘 겸비된 타자들이었다. 염 감독은 “에버리지(타율)도 가지고 있고, 장타율도 가지고 있고 출루율도 가지고 있는 게 가장 좋은 4번 타자라고 생각한다. 홈런 하나만 가지고 있으면 100타점을 못 한다”고 했다.

결국 타율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4번 타자는 찬스가 많이 걸린다. 기본적으로 타율이 처지면 팀의 흐름만 끊는다. 염 감독은 “보경이는 아직 경험을 쌓고 있는 과정이다. 내후년이 되면 3할 이상에 홈런 30개, 100타점 이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방망이를 뒤로 잡아도 2할8푼 이상은 무조건 칠 수 있는 타자”라고 강조했다. 기본적으로 타율이라는 베이스가 깔리기 때문에 장타라는 덧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보경의 올해 흐름도 그렇게 가고 있다. 문보경은 시즌 93경기에서 타율 0.290, 13홈런, 5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43을 기록 중이다. 시즌 초반 길었던 슬럼프를 이겨내고 6월과 7월 맹활약하고 있다. 전체적인 타율을 자기 범주에서 유지하면서 장타율은 조금 더 좋아졌다. 2022년 9홈런, 2023년 10홈런을 쳤던 문보경은 올해 벌써 13개의 홈런을 쳤다. 생애 첫 20홈런에 도전할 만한 페이스다. 올해 3할에 20홈런, 100타점에 가까운 성적을 거둔다면 내년에는 염 감독의 말대로 더 좋아질 수 있다. LG의 10년 4번 타자감이 올해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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