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수수료 인상'에 '물가 상승 주범' 몰린 배달앱
식자재비·인건비가 외식물가 인상 부추겨
최근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 애플리케이션(배달앱)이 고물가와 소상공인 부담 증가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배달앱의 수수료와 배달비가 물가 인상으로 이어져 외식업주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가운데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이 일부 요금제의 수수료를 인상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도 배달앱업체들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는 등 관련 조치에 나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단순히 배달 수수료를 잡는 것만으로는 외식업주의 부담을 경감시킬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배달비 인상에 '뭇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7일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본사에 조사관을 파견해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배달앱 시장 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들 3사의 불공정행위 여부에 대한 조사하기 위해서다. 공정위 조사는 수수료 인상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배달의민족 수수료 인상에 대한 외식업주들의 거센 반발이 이번 조사와 완전히 무관하지는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10일 정률제 요금제 '배민1플러스'의 중개 이용료율을 기존 6.8%에서 9.8%로 3.0%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배달의민족은 "입점 업주 부담 수수료가 44% 인상됐다"며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배달의민족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과장된 것"이라며 "이용료 인상과 배달비 인하를 반영한 총 부담액 기준 인상률을 감안하면 인상율은 최대 7.9%"이라고 설명했다. 배달의민족 전체 요금제의 수수료가 아니라 배민1플러스만 오르는 것이고, 그 수준도 경쟁사와 동일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에도 배달의민족에 대한 비판은 전혀 수그러들지 않은 상황이다. 배달의민족이 수수료를 올린 것 자체가 이미 외식업주들의 부담을 키우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이 수수료를 올리기 전 정부는 이미 내년부터 배달료 신규 지원을 검토하는 중이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내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에는 영세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배달료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정부가 배달비 부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상황에서 배달의민족 수수료가 오른 만큼 곧 행정적 개입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외식업주 부담 증가는 곧 외식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배달앱 수수료 인상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달 "배달플랫폼의 광고비, 중개수수료, 배달비 등의 각종 수수료가 과도하게 높아 입점 업체들의 제반 비용 부담을 올리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감시가 필요하다"며 "외식업체들의 비용 상승은 곧바로 외식 메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재료비·인건비 부담도 커
일각에서는 배달 수수료 인상이 외식 물가 상승의 유일한 이유는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수년간 식자재 물가와 최저임금 인상, 임대료 부담 등 외식업의 기초 요소들의 부담도 계속 증가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지난해 6월 외식업체 30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외식 물가 상승영향 조사'에 따르면 메뉴 가격 인상 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식재료 비용의 상승(90.3%)'이었다. 이어 프랜차이즈 본사 지침(2.81%), 전기, 가스비 등 공공 가격 인상(2.19%)이 뒤따랐다. '배달수수료 부담'이 메뉴 가격 인상 이유라고 답한 외식업주는 전체의 0.61%에 불과했다.
농식품부와 aT는 매분기 발간하는 '외식산업 인사이트 리포트'를 통해 외식업체 10곳과의 심층면접을 통해 외식업체의 애로사항을 듣는다. 지난해 1년간 면접을 진행한 40곳의 외식업체들이 꼽은 애로사항은 인건비와 재료비, 임대료였다. 배달비 부담을 토로한 사례는 없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올해 초 발표한 '2024 소상공인 경영전망 실태조사'에서도 소상공인 10명 중 5~7명이 올해 경영악화 주 원인으로 경기악화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원가 상승, 금리 인상 등을 꼽았다. 반면 '플랫폼 등 수수료와 홍보비 인상'을 경영악화 요인이라고 답한 소상공인은 3.2%에 그쳤다.
올 들어 식자재 가격의 인상은 다소 완화되는 추세다. 정부도 외식물가가 고공행진하는 원인으로 인건비와 임대료 상승을 지목하고 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6월 월례간담회에서 "가공식품·외식 물가의 핵심은 원재료보다 인건비·임대료에 있다"며 "자영업자들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의 음식점업 취업 제한을 완화하거나 해제하는 방안을 관계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앱 수수료 인상이 외식업주 부담 증가의 일부 원인인 건 사실"이라면서도 "실제 외식업주들에게 가장 큰 부담을 주는 요소들에 대해서도 정부의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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