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정보활동 총체적 강화 필요하다[포럼]

2024. 7. 1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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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을 돌아보면 그때 사람들은 왜 그렇게 멍청한 짓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다.

우리의 안보 상황이 그때 같이 절박한 것도 아니고, 이 사건 이후 국가정보원은 비합법적 로비 활동을 금기시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문재인 정부에서 무모한 적폐청산과 불합리한 인사로 국정원의 해외 정보 활동 체제가 완전히 붕괴됐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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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돈재 前 국정원 1차장, 前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

지난 일을 돌아보면 그때 사람들은 왜 그렇게 멍청한 짓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 내막을 알게 되면 나름 그렇게 된 사정을 이해하게 되기도 한다. 최근 며칠 큰 화제가 된 미국 한반도 안보 문제 전문가 수미 테리 사건 보도를 접하면서 48년 전에 있었던 ‘박동선 사건’(코리아게이트 사건)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이 사건은 재미사업가 박동선이 미국 쌀 한국 수출 중개료로 확보한 자금으로 매년 50만∼100만 달러를 미국 의원과 정부 관리 등에게 선물 및 정치자금으로 제공하면서 로비 활동을 하다가 뇌물죄,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죄로 기소된 사건을 말한다.

1976년 10월 워싱턴포스트 보도로 이 사건이 알려지자 많은 국내 지식인과 언론이 한국 정부와 중앙정보부가 미국의 법 제도도 제대로 모르고 무모한 일을 벌였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당시 우리 정부의 사정은 매우 절박했다.

1969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아시아 개입 축소를 위해 ‘닉슨독트린’을 발표한 후 1971년 주한미군 5만6000명 중 2만 명을 일방적으로 철수했다. 또, 국군 전력 증강을 위해 배정된 팬텀기 2개 대대 중 1개 대대가 로비의 영향으로 대만에 배정되고 1973년 파리평화협정이 2년 후 베트남 공산화로 이어지자 우리 정부도 대미 로비 활동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하지만 합법적 로비 활동은 막대한 자금이 드는 데다 효과도 의심스러워 불가피하게 비합법적 로비 활동을 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대다수 나라가 미국에서 비합법적 로비 활동을 하고 있던 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나중에 알려진 일이지만,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1974년쯤부터 비밀리에 박동선의 가방과 가택을 수색해 증거를 확보했고, 미 정보기관은 우리의 외교 암호를 해독했다. 미국이 우리가 어떤 암호기를 사용하는지 알고 있어 암호 해독이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국이 특히 우리의 로비 활동을 문제 삼은 것은 박동선의 활발한 활동이 주목 대상이 된 게 주요 이유였지만,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이 1979년 중국과의 수교를 앞두고 대만(중화민국)의 로비를 견제하려는 목적이라는 설이 파다했다. 대만의 장기적 로비 활동으로 당시 미국 상·하원 내 친대만 계열 의원이 300여 명이나 된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수미 테리 사건을 보면 박동선 사건과는 큰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된다. 우리의 안보 상황이 그때 같이 절박한 것도 아니고, 이 사건 이후 국가정보원은 비합법적 로비 활동을 금기시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서훈·박지원 두 국정원장과 차장 3명 및 해외담당 국장 3명이 모두 해외공작 경험이 없는 데다, 미·북 관계 개선 욕구가 너무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울러 당시 간부급 미국 파견 요원들이 대개 미국 근무 경험만 있어 비밀공작 활동 기법에 익숙지 않은 데다 보안 의식도 낮았기 때문일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문재인 정부에서 무모한 적폐청산과 불합리한 인사로 국정원의 해외 정보 활동 체제가 완전히 붕괴됐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그런 만큼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이 하루바삐 해외 정보 체제를 총체적으로 재점검하고 획기적인 개혁을 추진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염돈재 前 국정원 1차장, 前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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