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벤탕쿠르의 인종차별 어물쩍 넘어가나… “손흥민 뜻에 따를 것”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 AP뉴시스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가 로드리고 벤탕쿠르의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을 어물쩍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19일 오전(한국시간) 영국 매체 풋볼런던에 따르면 안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홋스퍼 감독은 전날 친선경기를 마친 후 손흥민을 향한 벤탕쿠르의 인종차별 질문을 받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벤탕쿠르의 발언은 이미 구단에서 처리하고 있는 사안"이라면서 "당사자는 손흥민이고, 손흥민의 뜻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추가 조처가 있을 거로 확신한다"면서도 "당장 모두가 달려들어 판단하기보다는, 가장 중요한 당사자의 입장에 따라 처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우루과이 출신 벤탕쿠르는 지난달 자국 방송 프로그램에서 ‘손흥민의 유니폼을 구해달라’는 요청을 받자 "손흥민 사촌 유니폼을 가져다줘도 모를 것이다. 손흥민이나 그의 사촌이나 똑같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동양인은 모두 비슷하게 생겼다는 인종차별적 발언이다. 벤탕쿠르는 발언 직후 비난이 거세지자 손흥민에게 사과 메시지를 남겼다.

그런데 손흥민은 이미 뜻을 밝혔다. 그는 지난달 SNS에 "벤탕쿠르는 실수했다. 자신의 실수를 인지한 벤탕쿠르가 내게 사과했다"며 "우리는 다가올 프리시즌에 다시 모여 ‘원 팀’으로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징계를 바라지 않는다는 의미다. 토트넘의 주장인 손흥민에겐 동료, 특히 팀의 주축인 벤탕쿠르의 징계를 요청하기가 쉽지 않다.

토트넘은 SNS를 통해 벤탕쿠르를 포함한 선수단 전체에 차별 방지 교육을 약속했다. 그러나 벤탕쿠르에 대한 자체 징계는 없었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가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는 보도도 있었으나, FA는 한 달 가까이 되도록 어떤 결과도 내놓지 않고 있다.

반면 첼시(잉글랜드)는 토트넘과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팀의 핵심인 엔조 페르난데스의 인종차별 학대가 확인되자마자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아르헨티나 대표인 페르난데스는 2024 남미축구선수권대회(코파 아메리카) 우승 직후 SNS에 동영상을 올렸는데, 이 영상에서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프랑스의 아프리카계 선수들을 비하하는 노래 불렀다. 첼시엔 웨슬리 포파나 등 다수의 아프리카계 프랑스 선수가 있다

허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