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식날 4명에 새 생명 선물하고 떠난 아들”[살리고 떠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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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기증은 제가 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자 인사였습니다."
19일 문화일보와 인터뷰한 김선희(68) 씨는 아들 고 양진영(사망 당시 22세) 씨를 '의연하고 선한 아들'로 기억했다.
장기 기증을 마치고 돌아온 백지 같은 아들의 손을 붙잡고 김 씨는 "우리 아들 진영아 수고 많았어"라고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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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세동기 달고 장애인에 봉사
뇌사판정뒤 숱한 고민끝 결심
아들 손잡고‘수고했어’이별”
“장기기증은 제가 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자 인사였습니다.”
19일 문화일보와 인터뷰한 김선희(68) 씨는 아들 고 양진영(사망 당시 22세) 씨를 ‘의연하고 선한 아들’로 기억했다. 젊은 청년 양 씨는 자신의 대학교 졸업식 날이기도 한 2010년 2월 18일, 자신의 간장, 췌장, 신장을 이식해 네 명에게 새로운 생명을 안기고 세상을 떠났다.
양 씨는 15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갑자기 심장이 멎어 응급실로 이송됐다. 응급조치를 통해 양 씨의 심장은 가까스로 다시 뛰었지만 ‘심실성 빈맥’이라는 희귀병을 진단받았다. 양 씨 가족 중에 아무도 심장병을 앓았던 사람이 없던 만큼 병은 ‘감기처럼’ 찾아왔다. 이후 3년 동안 양 씨의 호흡이 두 번이나 멎고 나서야 양 씨는 가슴에 제세동기를 다는 수술을 받았다.
학창 시절부터 이어진 투병 생활에도 양 씨는 낙담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처럼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에 대학에서 의료공학을 전공했다. 주말에는 지체장애인 복지관에 봉사활동을 다녔다. 성당에서는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인 주일학교 선생님이었다고 한다. 양 씨는 ‘어려운 이들을 돕고 싶다’는 자신의 목표를 하나씩 실천하고 있었다.
하지만 2010년 1월, 성당 수련회를 준비하던 양 씨의 심장은 또다시 멈췄다. 중환자실에서 한 달 가까이 치료를 받았지만 산소호흡기에만 의지하고 있는 양 씨가 다시 일어설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김 씨는 진료를 마치고 나오는 의사를 붙잡고 “우리 아이가 일어날 수 있냐”고 물었지만 “기적적으로 산다 해도 눈만 뜰 수 있는 정도”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결국 양 씨는 뇌사 판정을 받았다.
숱한 고민 끝에 김 씨는 병원을 오가며 유독 눈에 밟혔던 ‘장기이식센터’에 방문했다. 김 씨는 “아들을 보러 매일 병원을 오가는데 언젠가부터 ‘장기 기증’ 네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평소 양 씨의 따뜻한 마음씨를 잘 알고 있었던 김 씨는 장기 기증을 하기로 결심했다. 장기 기증을 마치고 돌아온 백지 같은 아들의 손을 붙잡고 김 씨는 “우리 아들 진영아 수고 많았어”라고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고 한다.
김 씨는 “진영이는 항상 어버이날마다 카네이션을 생화로 사왔는데 유독 생전 마지막 어버이날 그때만큼은 조화를 사와 가슴에 달아줬다”며 “평생 시들지 않는 카네이션을 바라보면서 아들의 생명을 이어가는 분들이 진영이의 마음을 이어주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노지운 기자 erased@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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