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집이 두 채다. 엄마 집, 아빠 집"...똑같은 가족은 없다 [책과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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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아빠 구하세요? 저는 어떠세요? 제가 다니는 회사는 야근이 없어요."
그는 아이가 고속도로 휴게소에 내건 '가족 모집 공고'를 보고 찾아온 아저씨였다.
주말을 두고 '아빠'는 온 가족 여행을, '엄마'는 각자 쉬기를 주장하며 입씨름을 벌인다.
아이들은 떨어져 사는 부모를 미워하면서도 그리워하고('아빠의 나라'), "나는 집이 두 채다. 엄마 집, 아빠 집"이라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부모의 이별에 적응('집으로')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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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아빠 구하세요? 저는 어떠세요? 제가 다니는 회사는 야근이 없어요.”
‘아빠’에 지망한 아저씨가 가장 먼저 꼽은 자신의 장점은 ‘칼퇴근’이었다. 그는 아이가 고속도로 휴게소에 내건 '가족 모집 공고'를 보고 찾아온 아저씨였다. 아이는 늘 바쁜 아빠 얼굴이 가물가물하고, 자기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엄마에게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에 지쳤다. 아이는 "퇴근 후 놀이터에서 실컷 놀아주겠다"는 그 아저씨를 ‘아빠’로 낙점했다.
한 아주머니는 가족들이 자신이 해주는 걸 고마워하지 않아 “물건이 된 기분”이라며 ‘엄마’에 지원했다. 아주머니는 아이에게 ‘전교 10등’을 ‘자식의 조건’으로 제시한다. 주말을 두고 ‘아빠’는 온 가족 여행을, ‘엄마’는 각자 쉬기를 주장하며 입씨름을 벌인다. 동화집 ‘나의 낯선 가족’에 담긴 ‘휴게소 가족’ 이야기다. 지긋지긋하고 숨 막히는 지금의 가족을 떠나 평화롭고 안온한 새 가족을 만들겠다는 아이의 계획은 성공할까.
소설집에 담긴 여섯 가지 이야기 속 아이들의 가족은 각기 다른 모양이다. 한부모 가정, 이혼 가정, 입양 가정, 이주 배경 가정 등. 아이들은 떨어져 사는 부모를 미워하면서도 그리워하고(‘아빠의 나라’), “나는 집이 두 채다. 엄마 집, 아빠 집”이라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부모의 이별에 적응(‘집으로’)해 간다. 저마다 결핍과 상실을 가졌지만 아이들은 자신의 내면과 타인의 마음에 귀 기울이는 법을 차근차근 배워간다.
그런데 아이들 눈에 비친 어른은 좀체 성장하지 않는다. 늦게 퇴근하고 손에서 휴대폰을 놓지 않으며, 아이들 말을 흘려듣는다. 결핍의 진짜 이유는 가족의 형태가 아니라, 여기에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2022년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송혜수 작가의 첫 동화집이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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