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간 ‘월 통신비 3만원’의 꿈…제4이통은 왜 ‘불통’으로 끝났나
(시사저널=김협 전 한국암닥스 대표·성균관대 겸임교수)
정부가 추진하던 제4이동통신(이통)사업이 실패했다. 월 통신비 3만원에 5G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꿈도 접어야 하나. 왜 늘 제4이통은 이렇게 기대만 주고 결과를 내지 못하는가 하는 생각에 자칭 통신 전문가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첫 단추가 잘못 끼워져서 당연히 이런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고, 이를 정리해 첫째, 실패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를 조명해 보고, 둘째로 앞으로의 대책이 무엇인지에 대해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잘못 끼워진 첫 단추는 언제나 그렇듯이 신규 이통사의 발목을 잡는 재정 문제다. 재정 문제의 근본은 전국 통신망 구축 비용으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익이 발생하기 전에 소요되는 조 단위 비용이 문제가 될 것이다.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항목은 전국 기지국망 설치비인데, 1조원이 들어갈지 3조원이 들어갈지는 할당받는 주파수에 의해 결정된다.
주파수가 저주파일수록 전국망 구축비가 저렴하다. 예를 들면, 800MHz 주파수는 1.8GHz(1800MHz)에 비해 기지국 하나로 지원 가능한 면적이 거의 4배로 평지에서는 이론적으로 1/4밖에 비용이 들지 않는다.
그다음 항목이 코어망 구축비인데, 이통사는 기지국 장비를 전국에 설치하고, 광케이블로 모든 기지국 장비들을 연결해 중앙에 있는 거대한 컴퓨터 장비로 집결시키는데, 무선 연결을 시도하는 핸드폰이 자기 고객인지 여부를 판단하고, 이동할 때 끊어지지 않도록 해주는 등의 통제 기능을 제공하는 이 장비를 코어망이라 한다.
미·중 통신 주도권 싸움에 우리는 팔짱만
코어망 구축 비용은 에릭슨이나 노키아, 시스코 같은 기존 제조업체의 고가 장비의 소프트웨어 전환을 통해 이론적으로 1/10~1/20까지 절감할 수 있다. 이통사가 기지국망과 코어망을 구축한 후 서비스를 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핸드폰이다. 삼성과 애플 같은 제조업체가 할당받은 주파수를 지원하는 핸드폰을 출시해야 최종적으로 사용자를 모집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가 신규 이통사에 할당하겠다고 내놓은 주파수는 28기가(GHz)였다. 밀리미터웨이브라고 불리는 초고주파인데, 지원 거리가 통상 200m에 못 미쳐 이 주파수로 전국에 서비스를 하려면 수백만 개의 기지국을 설치하고, 광케이블로 촘촘히 연결하는 등의 고도의 투자가 필요한데 그 비용이 얼마일지 계산이 나오지 않는다. 사업성이 없기 때문에 삼성, 애플 등 제조업체들도 28기가용 핸드폰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정리하면 수십 년간 이동통신사업을 영위해온 세 통신사 모두가 사업화하지 못해 반납한 주파수를 새로 출범하는 사업자에게 할당하겠다고 진행한 것이다. 대학원생이 풀지 못한 수학 문제를 초등학생에게 풀어보라고 내놓았다고 할까? 이동통신사업을 하려면 투자자를 모집해야 하는데 이렇게 사업성이 없는데 참여할 투자자는 없을 것이고, 투자자가 없으니 재정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어떠한 논리로도 이해되지 않는 첫 번째 잘못 끼워진 단추였다.
두 번째, 대책은 무엇인가. 나의 제언은 기필코 제4이통을 추진해 성공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완전한 5G를 구현하고, 나아가 6G까지 진화하고자 하면 제4이통 출범은 필수불가결하다. 왜냐하면 5G, 나아가 6G의 기본은 '장비에서 소프트웨어로', 전문용어로 '가상화'라고 하는데, 5G 통신망은 가상화되지 않으면 5G 기능의 완전한 구현이 불가능하고 장비 비용 때문에 통신비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인상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제4이통을 출범시키지 않으면 기존 이통사는 자발적으로 가상화된 통신망으로 전환하지 않는다. 즉 '통신비 3만원'은 그냥 꿈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상화란 에릭슨, 노키아 등의 코어망 장비 전체와 기지국 설비의 절반에 해당하는 디지털 기능을 모두 소프트웨어로 코딩해 이를 1/10~1/20 가격의 저렴한 x86 범용서버에서 직접 운영하거나 클라우드에 올려 운영하는 것이다. 비용이 획기적으로 절감되는 것은 물론이고,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장비로는 거의 불가능한 5G의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능이나 AI 기능 등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방송사들이나 대기업, 심지어 중소기업들까지도 자체적인 전국 통신망을 가진 것처럼 쓸 수 있도록 망을 논리적으로 분할해줄 수 있다.
그럼 이렇게 좋은 것을 하면 되지 왜 안 하느냐고 의아해할 수 있지만, 이것을 하기 위해서는 이통사들이 조직의 기능과 인력 구조를 바꿔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아 이통사들이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대로 두면 5G로의 진전이 늦어져 국가 경쟁력이 뒤처지기 때문에 미국, 일본, 중국, 독일 등이 제4이통을 독립형 5G 전문 통신사로 출범시켜 기존 통신사들이 구조조정을 시작하도록 자극을 주었고, 그래서 기존 통신사들이 모두 독립형 5G 구축에 나서게 된 것이다.
중국이 제4이통 중국광전(CBN)을 출범시켜 700M 대역의 60M 대역폭을 할당해 중국 전역 5G망 구축에 나서자, 미국 정부(FCC)가 급히 AT&T, 버라이존 등 이통사에 독립형 5G 구축을 촉구했지만 진전이 더뎌 바로 5G 제4이통 디쉬네트워크를 출범시켰고, 이에 다른 이통사들이 다급하게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간신히 글로벌 5G의 최선두에 중국과 나란히 서게 되었다.
이통사 구조조정 불가피…희생 최소화해야
세계적으로는 우리가 알 만한 선진국 중 제4이통이 없는 나라는 러시아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중국은 5G 선진국으로서 700M 주파수 기반 5G로 시골까지 최소 500Mbps 이상 속도와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능이 저렴하게 제공되고 있어 제조 공정, 드론, 자율차, AI, 스마트농업 등 산업 전반의 진화가 우리나라를 많이 앞서고 있는 실정이다.
출범시킬 제4이통에는 700M 대역 주파수 할당을 제언한다. 전 세계는 공통적으로 지상파방송이 모두 유선방송으로 전환되면서 기존에 사용하던 700M 황금 주파수가 방송 이외 용도로 사용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은 과기정통부가 2015년 108M 대역폭 중 통신용 40M, UHD 방송용 30M, 재난망 20M를 배정했고, 이 중 통신용과 UHD 방송용을 합해 70M 대역폭을 제4이통에 할당하면 제4이통의 재정 문제 해결, 출범 1년 내 600Mbps 속도 전국 5G 서비스 개시, 월 3만원 통신비, 첨단산업 인프라 제공(XR, 공장자동화, 스마트팜, 로봇 등), UHD 방송 송출 전용 통신망 제공 등이 가능하다.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통신 3사 직원들인데 국가적 정책을 통해 그들이 국가 발전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배려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그런 것이지 그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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