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셔츠 갈기갈기 찢으며 트럼프 지지한 헐크 호건
“나는 이 자리에 헐크 호건으로 온 것이 아니다. 트럼프가 진정한 영웅인 것을 알게 해주기 위해 왔다! 트럼프 마니아가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자!” 미국 프로 레슬링의 전설 헐크 호건이 이렇게 외치며 검은색 티셔츠를 양손으로 찢어 버리자 ‘트럼프-밴스’라고 적힌 붉은색 민소매 셔츠가 드러났다. 미 전역에서 몰려든 공화당 지지자들은 그 모습을 보며 크게 웃으며 손뼉을 쳤고, 자리에서 일어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흡족한 듯 빙그레 웃었다.
18일 미국 밀워키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WWF(WWE의 전신)의 전설 미 프로 레슬러 헐크 호건이 나오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 연단에 있던 모든 사람이 기립했다. 트럼프는 “저기 나온다”고 말하며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켰고, 헐크는 붉은색 두건 위에 선글라스를 끼고 성조기를 휘두르며 무대 위에 올라섰다. 누가 보기에도 전성기 때 프로 레슬링 무대를 휘저었던 ‘헐크’의 모습이었다.
무대 위에 선 그는 레슬링 무대 위에서 하듯 손목을 휘젓다가 귀에다 가져다 대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선수 시절 그가 관중의 환호를 유도하던 모습이다. 이 모습을 보고 트럼프와 그의 동료들은 함박웃음을 지며 손뼉을 쳤다. 모여 있던 공화당원들은 “USA”를 외치며 열광했다. 헐크는 “내가 오늘 밤 여기에 왔을 때 이곳의 에너지가 너무 넘쳐서 뉴욕에 있는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또 다른 프로 레슬링 타이틀을 따기 위해 준비하는 줄 알았다”고 능청스럽게 말하며 “하지만 내가 진짜 미국인들로 가득 찬 방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어 “나는 레슬링을 하는 동안 훌륭한 ‘태그 팀(두 명이 한팀)’을 보았다”면서 “지금은 트럼프와 그의 러닝메이트인 JD 밴스 같이 이 나라를 구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을 보고 있다”고 했다. 이후 그는 자신이 지난 13일 총격 사건 이후 왜 트럼프에게 마음을 굳히게 됐는지 등에 대해 설명을 했다.
WWE(미 프로 레슬링)의 전설적인 선수인 헐크는 이날 트럼프를 지지하기 위해 경기장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최근까지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 열광적인 트럼프의 지지자 모습을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토요일 트럼프에 대한 암살 시도 이후 그의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헐크는 폭스뉴스에 나와 “트럼프가 주먹을 공중에 치켜들고 얼굴에 피를 흘리며 일어서는 모습을 보며 전사로서, 지도자로서 미국에 필요한 것이 바로 이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사실 헐크는 특별한 정치 성향을 갖고 있지 않다. 과거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민주당)와 미트 롬니(공화당)를 모두 지지했다. 그런 그가 성조기를 흔들며 트럼프를 지지하자 ‘미국 우선주의’를 응원하는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이날 열광했다. 선수 시절 헐크의 주제가는 ‘리얼 아메리칸(Real American)’일 정도로 미국의 힘과 정통성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캐릭터라는 점에서 강력한 힘과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의 이미지와 적절히 맞아떨어진다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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