쯔양 사건, 검찰 엄정대응 ‘리딩케이스’로…“사적제재 뿌리뽑는다”[윤호의 검찰뭐하지]
“돈벌이 목적인데도 ‘대중의 관심사·’‘사적 제재’로 포장”
“사적 제재는 ‘사법불신’에서 비롯” 지적도
[헤럴드경제=윤호 기자]100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먹방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 협박 사건을 계기로 ‘사이버 레커’ 유튜버들의 위법적 행태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검찰은 과거를 폭로하지 않는 대가로 쯔양에게 수천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 유튜버 구제역 수사에 본격 착수하는 한편, 유사한 사이버 레커 범죄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수원지검은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사건을 이송받은 지 사흘만에 경기도 소재 구제역의 주거지 등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사이버 레커(wrecker·견인차)란 사회적 관심이 쏠린 주제로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는 사람들을 칭하는 표현이다. 최근 6개월새 잇달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면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유튜버 나락보관소는 20년 전 밀양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로 추정되는 인물들을 피해자 동의 없이 공개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고, 유튜버 탈덕수용소는 장원영·강다니엘 등 인기 K팝 아이돌에 대한 악의적인 비방 영상으로 2억원대 수익을 올려 불구속 기소됐다. 유튜버 엄태웅 씨는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가해자 신모 씨의 지인을 영상에 언급하지 않는 조건으로 3억원을 뜯어냈다가 구속되기도 했다.
검찰은 이들을 ‘악성 콘텐츠 게시자’ 또는 법집행의 사각지대에서 불법과 탈법을 자행해온 ‘사적 제재’로 규정하고, 이원석 총장이 직접 나서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총장은 “악성 콘텐츠 게시자들의 행위는 수익 창출 등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수단임에도, ‘대중의 관심사’ 또는 ‘사적 제재’라는 명분으로 포장돼 심각한 피해를 주는 중대 범죄”라고 했다. 이어 “범죄자에 대한 처벌 및 피해자 보호는 법령에 따른 사법 시스템 내에서 이뤄져야 함에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불법을 수반하는 신상공개와 같은 사적 제재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2차 피해를 초래하고 ‘피해자의 잊혀질 권리’를 침해한다”고 일갈했다.
이같이 검찰총장이 직접 대외적인 메시지를 발신한 것은 향후 유사 사건 처리에서 검찰·경찰에 적용 가능한 판단·처벌의 기준을 제시하고, 궁극적으로는 기소를 거쳐 법원 판결의 주요 선례인 ‘리딩 케이스’를 남긴다는 의지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사이버 레커들이 얽힌 단순 명예훼손이나 모욕 사건의 경우에도 피해자를 상대로 반복 범행 여부 및 협박·공갈 등 추가 피해 여부를 철저히 확인할 방침이다. 특히 ▷수익 창출을 위해 의도적으로 허위 콘텐츠를 게시한 경우 ▷동종 전력이 있거나 수사‧재판 중임에도 지속적‧반복적으로 범행한 경우 ▷콘텐츠 비공개 등을 빌미로 한 협박·공갈 등 추가 범행이 확인된 경우 등 악의적인 중대 범행은 적극적으로 구속수사한다. 동일인이 저지른 다수 범행 또는 동일 수법의 범행이 개별적으로 수사 중인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병합 수사해 구속수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또 악성 콘텐츠로 인한 피해자의 인격권 침해·사생활 노출·사회관계 단절과 정신적 고통 등 실질적 피해를 최우선으로 고려, 피해가 중하거나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지속되는 경우 약식기소가 아니라 원칙적으로 구공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구공판은 정식재판을 구한다는 의미로, 검찰에서 범죄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법원에 정식재판을 열어달라고 청구하는 것을 뜻한다.
적극적인 상소와 범죄수익 환수도 천명했다. 검찰은 “악성 콘텐츠의 자발적·영구적 삭제 여부, 피해자의 사업체 파산이나 가정 붕괴 등 물질적·정신적 피해 유무 등 양형 요소도 적극 확인해 죄질에 부합하는 중형을 구형하고 낮은 선고형에 대해선 피해자 의사를 고려해 적극 상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광고 및 후원계좌를 통한 모금 수입 등 취득한 범죄수익을 면밀히 분석해 철저히 추적하고, 특정된 범죄수익은 법령에 따라 몰수·추징보전 및 민사소송 등을 활용하여 환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같은 사이버레커가 난무하는 것은 최근 심해진 ‘사법불신’이 발현된 것으로, 개인적으로 가해자를 처벌하거나 망신주는 사적제재가 옳지 않은 것은 분명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검찰과 법원의 신뢰를 강화할 방안이 필요하단 목소리도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사이버 레커들의 전략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른바 ‘분노 세일즈’로 볼 수 있으며, 이는 최근 만연한 사법 불신 풍조에 기대어 성장해온 것”이라면서 “검찰 내부적으로도 사안마다 여론에 부합하는 중한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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