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감사원장 “나랏돈 관리 못해” 정부 공개 저격[조은아의 유로노믹스]

파리=조은아 특파원 2024. 7. 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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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도심에 세워진 유로화 모형. 프랑크푸르트=신화 뉴시스

한국 정치권에서 감세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유럽 경제 강국들에선 감세 등 무분별한 재정 운용으로 정부 부채 위기가 심각해졌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프랑스 감사원은 이달 7일(현지 시간) 총선이 종료된 지 열흘도 안 돼 “정부가 경제성장을 너무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비현실적인 재정 목표를 정했다”며 정부의 재정 운용 실책을 공개 저격했다.

재정이 탄탄하기로 유명한 독일조차 내년 예산의 적자가 26조 원에 이른다며 바짝 긴장했다. 영국에서도 14년 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한 노동당 정부가 임명한 신임 재무장관이 첫 공식 연설에서부터 보수당 집권 기간 정부 지출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히며 재정 개혁을 예고했다. 부채를 관리하는 지표인 재정 준칙을 시행 중인 선진국들에서조차 정부 부채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데, 재정 준칙조차 없는 한국에선 나랏돈이 더욱 비효율적으로 지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佛감사원장, 정부 재정운용 공개저격

이달 7일 총선을 치른 프랑스에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데 돌연 감사원이 직접 나서 정부의 재정 운용 실책을 비판하는 보고서를 발표해 정부 부채 위기감이 커졌다. AFP에 따르면 프랑스 감사원은 15일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예산 적자와 공공 부채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감사원은 “프랑스가 유로존의 재정 준칙을 준수하지 못하고 있으며 새로운 경제 충격에 위험하게 노출돼 있다”고 경고했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감사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2025~2027년 경제전망을 낙관적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또 재정 적자 감축 폭을 유로존이 정한 한도인 3%로 맞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비현실적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마크롱 대통령과 현 재무장관을 당혹스럽게 하는 발표라고 평했다. 공공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정책을 공약한 극좌 및 극우 정치인을 겨냥한 것이라고도 해석했다.

이번 총선에서 집권당이 된 좌파연합 신민중전선(NFP)은 연금개혁을 취소한다는 공약을 내걸어 정부 부채가 늘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금개혁은 연금 수급 시기를 늦추면서 근로자들로부터 연금 보험료를 더 오래 걷어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취지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의 재정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개혁을 애써 추진했다.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가 2022년 기준 117.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78.6%)를 훌쩍 넘을 정도로 정부 부채가 심각하다. 그런데 NFP의 공약대로 이 방침이 취소되면 당초 목표 보다 연금 수급 시기가 앞당겨지고 보험료가 덜 걷혀 재정에 무리가 갈 수 있다.

● 獨, 예산쇼크 이어 또 적자

2020년 팬데믹 극복 과정에서 재정 지출을 늘린 선진국들은 경제난까지 겹치며 정부 돈을 적극 풀면서 재정 적자가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선거를 거치며 표심을 얻을 수 있는 감세 정책을 적극 내놔 더 문제였다.

이렇게 나라 빚이 많아지면 정부가 취약계층 복지는 물론 성장을 위한 인프라 투자에도 나서기 힘들어진다. 금리가 오르면 정부가 나라 빚을 갚기가 힘들어지니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물가 관리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다.

재정 강국으로 통하는 독일마저 올해 갑자기 예산에 구멍이 생기는 전무후무한 사태를 겪은 데 이어 내년 재정 적자가 예상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독일 내각은 2025년 예산안에서 170억 유로(약 26조 원)의 적자를 추산했다.

4일 실시된 총선에서 14년 만에 노동당이 집권에 성공한 영국에서도 레이철 리브스 신임 재무장관이 총선 다음날인 8일 “14년 동안 벌어진 혼란과 경제적 무책임이란 유산(정부 부채)을 마주하고 있다”며 당장 보수당 집권 기간 벌어진 정부 지출에 대한 조사부터 착수했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진보적인 편인 영국 노동당은 경제의 심각성을 절감하고 ‘우클릭’하며 ‘분배’ 대신 ‘성장’을 내세우고 경기를 살리려 안간힘을 쓰려는 중인데, 부채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노동당은 17일 의회를 시작하며 밝힌 국정운용 방침에서 경제성장과 함께 안정적인 재정을 강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 불거지는 경제 이슈가 부쩍 늘었습니다. 경제 분야 취재 경험과 유럽 특파원으로 접하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 유럽 경제를 풀어드리겠습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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