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자격 인정으로 '동성결혼'에 교두보... 민법·가족법 개정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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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동성결혼 합법화 역사에서 2015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오버거펠 대(vs) 호지스 사건' 판결은 큰 이정표였다.
개척자인 오버거펠이 승소 후 "사랑은 이긴다(Love Wins)"라고 외친 지 만 9년 만인 18일, 국내에서도 동성동반자의 사회보장권을 인정하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다만 대법원 판결은 국가 시스템 안에서 동성결합을 인정한 첫 사례일 뿐, 동성결혼 합법화까지는 장애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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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美대법원 판결 이후 각국 법제화
한국에선 사회보장제도 편입된 첫 사례
보수적 분위기상 법제화까진 과제 많아
세계 동성결혼 합법화 역사에서 2015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오버거펠 대(vs) 호지스 사건' 판결은 큰 이정표였다.
이 소송을 낸 사람은 짐 오버거펠이라는 오하이오주 시민. 그는 배우자 존 아서와 동성 커플로, 둘은 혼인신고 없이 20년을 함께 살았다. 그런데 오하이오주에선 동성결혼이 금지돼 있었다. 2013년 아서가 루게릭병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자 동성혼이 인정되는 메릴랜드주에서 혼인신고를 한 뒤 집으로 돌아왔고, 아서는 3개월 뒤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오하이오주가 발급한 아서의 사망신고서에 그는 여전히 '미혼'이었다. 오버거펠은 신고서의 단 한 줄, '배우자 짐 오버거펠'을 추가하기 위해 오하이오주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했다. 결국 연방대법원은 2015년 6월 26일 모든 미국 주는 동성혼을 인정해야 하며, 다른 주에서 허가한 동성혼의 효력도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후 전 세계에 동성결혼 합법화 바람이 불었다. 아일랜드는 같은 해 국민투표로 동성혼을 합법화했다. 동성애자임을 공개한 리오 버라드커가 2017년 총리로 취임했다. 2016년 콜롬비아, 2017년 핀란드·독일·호주가 동성혼 인정 입법을 완료했다. 아시아에서는 네팔·대만에 이어 태국이 지난달 동성혼을 법제화한 세 번째 나라가 됐다. 현재 약 40개국에서 동성혼이 합법화됐다.
개척자인 오버거펠이 승소 후 "사랑은 이긴다(Love Wins)"라고 외친 지 만 9년 만인 18일, 국내에서도 동성동반자의 사회보장권을 인정하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최소한 건강보험과 같은 사회보장제도에서는 동성동반자를 법적 부부에 준해서 대우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를 제기한 소성욱·김용민씨도 대법원 선고 이후 "오늘, 사랑이 또 이겼다"고 말했다.
다만 대법원 판결은 국가 시스템 안에서 동성결합을 인정한 첫 사례일 뿐, 동성결혼 합법화까지는 장애물이 많다. 이번에 대법원도 "동성동반자를 혼인 관계에 있는 사람에 준해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문제와, 민법·가족법상 '배우자' 범위를 해석·확정하는 문제는 충분히 다른 국면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유교와 가부장 문화가 강한 보수적 한국 사회 분위기를 감안하면, 전문가들은 시금석이 될 판결이라고 평가한다. 최근 헌법재판소도 친족상도례(가족·친족 간 경제범죄 처벌을 면제하는 것)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며 가족형태 변화의 흐름을 반영했다. 이번 동성결혼 소송을 대리한 장서연 변호사는 "수많은 동성 부부와 성소수자에게 희망을 주는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 판단을 계기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거나 혈연 관계 중심의 민법을 바꾸자는 논의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지난해 국회에서는 성인 2명이 합의해 동반자 관계가 되면, 동거·부양의 의무와 함께 혼인에 준하는 법적 권리를 갖는 게 핵심인 생활동반자법이 발의됐다가 폐기됐다. 민법과 가족관계등록법 등이 혈연과 혼인을 중심으로 한 가족만 인정하면서, 오히려 저출산 해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배진교 무지개인권연대 대표는 "여전히 성소수자들이 마땅하게 누려야 할 권리들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며 "사회 각층의 소외되고 배제된 사람들의 목소리가 입법 등에 반영돼 이들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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