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커버'와 '표절' 사이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걸그룹 뉴진스는 현 K-팝 시장의 대세 아이콘이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여론과 언론의 관심사다. 같은 사안도 주어가 '뉴진스'가 되면 화제가 된다. 그래서 때로는 필요 이상의 질타를 받고, 반대로 더 열광도 받는다.
사실 뉴진스는 요즘 가장 행복해야 마땅한 시기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는 없다. 그들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 눈총이 그들이 벌인 어떠한 잘못에서 빚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소속사 어도어, 그리고 그 어도어를 이끄는 민희진 대표와 모기업 하이브의 다툼 속에서 애먼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뉴진스는 최근 롤러코스터를 타는 모양새다. 그들은 역대 K-팝 그룹 중 최단 기간 일본 도쿄돔에 입성하며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하니가 부른 '푸른 산호초'는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푸른 산호초'는 일본의 버블 호황기인 1980년을 대표하는 일본 가수 마쓰다 세이코가 발표한 곡이다. 이는 당시를 기억하는 일본 중장년층의 마음에도 불을 댕겼다.
이 모습을 담은 여러 영상의 누적 유튜브 조회수는 1000만 뷰에 육박한다. 이 기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았다. 16일에는 '푸른 산호초'가 금영노래방 일본곡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금영엔터테인먼트가 밝혔다. 일시적인 인기가 아니라 하나의 '현상'이 됐다는 의미다. 노래를 단순히 보고 듣는 수준이 아니라 대중이 '따라 부르는'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뉴진스는 '뉴트로'를 지향한다. 즉 '새로운 복고'다. 그들은 초창기부터 한국의 1990년대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노래와 착장, 뮤직비디오로 4050 남심까지 흔들었다. 그들이 볼 때는 '복고'였지만 당시를 기억하지 못하는 MZ세대에는 새로운 트렌드였다. 그게 바로 '뉴트로'다. 결국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힘이 실린 셈이다. '푸른 산호초'는 그 영향력을 일본까지 확장시킨 더 없이 좋은 기획이었다.
여기서 '푸른 산호초'는 커버 무대였다. 즉 원곡자의 무대를 재연했다는 것이다. 그 시대, 그 아티스트에 대한 존경이자 오마주이기도 하다. 헌정 무대라 볼 수도 있다. 그러니 이를 기억하는 이들은 열광했고, 뉴진스의 정성에 감사함을 표했다.
하지만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면 뉴진스의 상황이 난처하다. 그들이 지난 4월 발표한 '버블 검'이 표절 논란에 휩싸인 탓이다. 이 노래를 공개한 직후 영국 그룹 샤카탁의 'Easier Said Than Done'와 비슷하다는 의견이 불거졌다. 얼마 후 샤카탁은 공식 계정을 통해 "We'll look into this. it is v similar"(조사해 보겠다. 비슷하다)라고 답변한 바 있다. 그리고 잠잠해지면서 이 논란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다.
하지만 샤카탁 측의 생각은 달랐다. 이 노래의 권리를 갖고 있는 영국 와이즈 뮤직 그룹(WISE MUSIC GROUP)이 국내 법무법인을 선임해 "'버블 검' 사용을 중단하고 손해배상하라"는 입장이 담긴 공식 항의서(Letter of Claim)를 포함한 내용증명을 지난 6월 중순 보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들은 "사용중단, 수익의 보고, 권리자의 변경, 서면 보장, 손해배상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을 정확히 확인하여 숙지하시길 바란다"면서 "기한 내에 요구사항의 준수 내지 보장을 확인하는 조치를 그대로 이행하고 이를 WISE MUSIC GROUP에 직접 통보해달라"고 요청했다.
물론 이는 아직까지 샤카탁 측의 주장일 뿐, 표절이라고 단정지을 순 없다. 어도어 역시 언론매체를 통해 "'버블 검'은 샤카탁의 작곡을 무단 사용하지 않았으며, 이에 대한 공신력 있는 분석리포트를 제출해줄 것을 요청했다"면서 "샤카탁 측이 리포트를 곧 제공하겠다고 답변했으나, 아직까지 오지 않았다. 그들이 답해야 할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이미 유튜브 상에는 두 곡을 비교하는 영상들이 즐비하다. 댓글을 보면 찬반 여론이 강하게 충돌하고 있다. 하지만 "비슷하게 들린다"는 의견을 내는 네티즌이 적지 않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뉴진스의 팬덤 입장에서는 그들을 두둔할 수 있지만, 호불호를 갖지 않은 일반 대중 중에서 이를 비슷하게 느낀다면 표절 인정 여부를 떠나 그들의 이미지에 생채기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논란이 불거진 직후 일각에서는 Easier Said Than Done'의 일부를 딴 '샘플링'이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 이건 무슨 의미일까? 그만큼 비슷하게 들린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방증이다. 만약 샘플링을 인정하고 원곡자 측과 합의하면 이는 일종의 커버나 오마주의 개념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도어 측은 '버블 검'이 순수 창작물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공신력 있는 분석 리포트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서 또 다른 논란이 불거진다. 민희진 대표는 지난 4월 기자회견을 열고 하이브 경영진에 걸그룹 아일릿 표절 의혹을 제기하자 내부 감사를 시작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자신을 향한 배임이 아니라, 표절을 거론한 내부 고발이 이 사태의 핵심이라는 이야기다. 그럼 민 대표는 그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아일릿의 표절을 입증하는 공신력 있는 분석 리포트를 제시했을까?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공식력 있는 리포트'가 있었다면 이미 두 차례의 기자회견을 통해 이미 민 대표가 제시했을 것이다. 결국 이는 민 대표의 주장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도어의 대응이 사뭇 다르다. 뉴진스가 표절 의혹에 휩싸이자 리포트로 증명하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즉 '내 새끼'와 '남의 새끼'에 대해 들이대는 기준이 다르다. 대중이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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