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한동훈 팬덤 '개딸' 같아… 결선투표 반드시 간다"
韓 '패트 폭로' 역풍, 표심에 영향
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한동훈 후보의 지지층을 두고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층 '개딸'에 빗대 우려를 표했다. 나 후보는 한 후보가 강력한 지지층을 등에 업고 있지만, 당대표 선거가 1인 독주가 아닌 결선투표로 치러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한 후보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공소취소 부탁 폭로'가 당원 민심에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국민의힘은 19일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7·23 전당대회 당원투표를 실시한다.
"韓 지지층, 전통 당원과 매우 달라"
나 후보는 18일 저녁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후보들이 선거현장에서 세과시를 하다 보니 물리적 충돌까지 있었다. 보여주지 말아야 될 것을 보여준 것 같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지지자 간 충돌이 일어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 것이다. 나 후보는 이 사태의 중심에 한 후보의 팬덤이 역할을 했다고 봤다. 그는 "우리 당의 전통적인 당원과 매우 다른 행태를 보여서 적지 않게 당황했다"고 말했다.
나아가 한 후보의 팬덤이 당의 다양성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나 후보는 '한 후보의 팬덤이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강성 지지층 '개딸'과 닮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현재의 모습은 상당히 그렇게 보인다"고 답했다. 나 후보는 "(같은 당) 임이자 의원이 지역에서 유튜버를 입장 못 하게 했더니 '문자폭탄'도 오고 별의별 일이 다 있었다"며 "우리 전대에서 보지 못했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은 지난 국회 임기 때 비이재명계 의원들에게 비난성 문자폭탄을 보내며 세를 과시했다. 이에 '팬덤정치의 폐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한 후보도 지난 1월 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주류가 돼버린 개딸 전체주의 같은 것은 우리 국민의힘에서는 발붙일 수 없어야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나 후보는 이번 당대표 선거가 결선투표로 진행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지금 여론조사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보이지만, 당원들의 바닥민심은 꼭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최근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한 후보가 1위를 달리며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 기류를 형성했다.
그런데 한 후보가 17일 토론회에서 나 후보에게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를 부탁한 적 있지 않느냐"며 형사사건 청탁 사실을 언급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정치권에서는 한 후보의 폭로가 '배신자 프레임'을 강화한 실책으로 보고 있다. 나 후보는 '한 후보의 폭로가 결선투표 가능성을 조금 높였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런 부분도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동의했다. 이어 "아직도 정치 지도자로서의 마인드보다는 법조인으로서의 마인드를 갖고 계시는 게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원희룡 결선 가면 나경원 표 분산"
결선투표가 치러질 경우 나 후보는 지지층이 폭넓은 본인이 한 후보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 후보는 "원희룡 후보의 표는 강한 '반한동훈 표'라고 생각한다"면서 "원 후보가 결선에 나가면 제 표의 성향은 갈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 후보는 친윤석열(친윤)계의 지지만 받고 있는데 나 후보 지지층에는 비윤계도 섞여 있어, 결선투표에선 분산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나 후보는 "제가 2등으로 결선을 가는 게 훨씬 더 승리 가능성이 높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19일부터 이틀간 전대 당원투표를 실시한다. 모바일 투표를 먼저 하고, 21일부터는 이틀간 자동응답시스템(ARS) 당원투표 및 국민여론조사가 실시된다. 차기 대표는 당원투표와 국민여론조사 결과를 각각 80%, 20%씩 합산해 선출된다. 결과는 23일 발표될 예정이다. 당대표 선거의 경우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결선투표가 치러진다. 나 후보는 "(19일) 오전에 당원의 50% 이상이 투표를 할 것"이라며 "사실상 선거운동이 끝난다"고 내다봤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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