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투표 시작'…기소 취소 청탁 파장에 '어대한' 흔들릴까
韓, '패트 폭로' 하루 만에 "신중하지 못 해" 사과
경쟁 상대 맹폭 속 '어대한' 기류 유지 관측 우세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당원투표가 19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가운데 당대표 후보(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가 막판 표심을 얻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당권 레이스 초반부터 '1강 2중 1약' 구도가 고착화하는 양상인데 나 후보를 겨냥해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부탁'을 폭로한 한 후보의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기류가 지속될지 관심이 쏠린다.
한 후보가 전날 '공소 취하' 발언에 대해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하다"라며 사과한 이후에도 여진은 이어지고 있다. 나 후보는 1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한 후보의 거짓된 사과, 여전한 입 리스크"라면서 "패스트 트랙 투쟁을 대하는 한 후보의 인식은 민주당, 조국혁신당과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그저 '단순 범죄' 정도로 치부하고, 부당한 기소의 철회를 호소한 저를 ‘개인적 부탁’이나 하는 사람으로 몰아갔다"고 몰아세웠다.
폭로 논란은 한 후보가 지난 17일 CBS 주관 4차 방송토론회에서 나 후보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건을 거론, "(법무부 장관 시절) 제게 공소를 취소해 달라고 부탁한 적 있지 않냐. 저는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고 발언한 게 발단이다. 패스트트랙 사건은 2019년 4월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공수처법과 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여야 의원들이 국회에서 물리적 충돌을 빚었던 일이다.
당 일각에선 한 후보에 대한 불만이 있다고 한다. 한 초선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전당대회 선거 과정에서 우려스러울 정도로 비방전이 과열됐긴 해도 어제(17일) 한 후보의 폭로는 선을 넘었다고 판단하는 분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악법을 저지하기 위해 격렬히 저항했던 당 구성원들의 행동과 노력을 무시한 처사로 여기는 듯하다"고 말했다.
영남권 한 의원은 통화에서 "(한 후보가) 사과문을 올리긴 했어도 토론회에서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번 전대를 보면 우리가 총선에서 참패하며 국민의 따가운 회초리를 맞은 사람들의 모습인지 의문이 든다"라면서 "당대표를 하겠다는 분들이 왜 서로 못 잡아 먹어 안달 난 것처럼 하는지도 모르겠고, 회의감이 들 만큼 실망스럽고 국민과 당원들에게도 부끄럽다"고 하소연했다.
경쟁 상대인 세 명의 후보는 한 후보의 '공소 취소 청탁' 발언을 고리로 집중 공세를 퍼붓고 있다. 특히 나 후보와 원 후보는 전날 마지막 방송토론회에서도 한 후보를 겨냥해 "당원으로서 자격이 없다 "당에 애정이 없다"며 비난했다. 최대한 민심과 당심을 자극하며 표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차기 대표는 당원투표 80%, 국민여론조사 20%를 반영해 선출되는데 2중으로 분류되는 나 후보와 원 후보는 1차 투표에서 한 후보의 과반을 저지하고 결선까지 끌고 가 막판 역전승을 노리고 있다.
협공을 받는 한 후보는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읽고 무시) 논란과 총선 시기 사천 논란, 장관 시절부터 댓글팀을 운영해 불법적으로 여론을 조성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경쟁 후보들의 고강도 견제 속에서 패스트트 실언까지 더해지며 위기를 자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런데도 정치권에서는 한 후보의 '대세론'이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언근 전 부경대 초빙교수는 통화에서 "친윤 등 반(反)한동훈 진영에서 약간의 응집력이 생기겠지만 한 후보의 대세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는 1차 투표 과반을 노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전체 투표율이 높을수록 한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경쟁 후보들이 단일화에 선을 긋고 있어 과반 득표가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이 전 교수는 "한 후보가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넘길지 여부가 관건인데 현재 상태에서는 경쟁 후보들이 연대한다더라도 표가 한쪽으로 100% 쏠린다는 보장도 없고, 설령 단일화 후보에게 표가 몰리더라도 한 후보를 이길 수 있을 정도의 실익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만약 2차 투표까지 간다면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여당 한 원외 인사는 "결선까지 가게 된다면 반한동훈의 표심이 쏠릴 수 있기 때문에 이변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심리적 분당 상태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누가 당권을 잡든지 간에 만만치 않은 후폭풍이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당은 한 후보의 여러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예고한 상태다.
한편 국민의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9~20일 당원선거인단 투표를 진행한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이들을 위해 ARS(자동응답방식) 투표를 21~22일 실시한다. 23일 전당대회에서 50%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28일 결선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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