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과 급류 휩쓸렸던 생존해병 “임성근만 꼼꼼하게 지켜…1년 새 바뀐 게 없다”
지난해 해병대 채모 상병과 함께 호우피해 실종자 수색 작전에 투입됐다가 급류에 휩쓸렸던 생존 병사가 “이제부터는 제 작은 용기로 전했던 이야기에 응답해야 할 사람들의 차례”라며 조속한 수사와 ‘채 상병 사망 사건’의 특별검사 도입을 촉구했다.
생존 병사 A씨는 19일 채 상병 순직 1주기를 맞아 군인권센터를 통해 추모 입장문을 밝혔다. A씨는 지난해 7월19일 채 상병과 함께 실종자 수색 작전에 투입돼 급류에 휩쓸렸다가 구조된 병사다. 현재는 군 복무를 마치고 만기전역한 상태다.
A씨는 입장문에서 “1년이 지났지만 매번 같은 말을 하는 것 외에 제가 더 해드릴 수 있는 이야기가 남아있지 않다. 바뀐 것이 없기 때문”이라며 “상황은 오히려 더 뒷걸음질쳤다”고 했다. 그는 “물속에 빠진 저를 구해주셨던 수색조장까지 검찰로 넘긴 경북경찰청은 끝끝내 임성근 전 사단장을 무혐의 처리했다. 꼼꼼하게도 지켜줬다”며 “예상했던 결과지만 허탈하고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특검법을 통과시켜달라는 호소문도 써봤지만 대통령은 아랑곳도 하지 않고 바로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했다.
A씨는 “몇 달 전, (채 상병) 어머니를 뵙고 왔다. 아픈 마음 내색 안 하시고 제 건강을 계속 챙겨주시던 어머니 모습에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고 했다. 이어 “모두가 1년을 7월19일에 갇혀 지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남들은 힘들다고 가지 않으려는 해병대를 자원해서 간 저희와, 그런 저희를 노심초사 걱정해주시던 부모님들이 왜 이런 벌 아닌 벌을 받으며 살아야 하는지 여전히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말했다.
A씨는 “공수처에서 수사 중인 임 전 사단장 고소 사건의 처리 결과를 기다리고, 무엇 때문에 수사가 이렇게 엉망이 됐는지 박정훈 대령님(해병대 수사단장)의 재판을 지켜보고, 특검이 생겨서 수사 결과 진실이 밝혀지고 진짜 책임져야 할 사람이 가려지길 바라고 있을 것”이라며 “내년 (채 상병) 기일에는 아무 눈치 보지 않고 그를 추모하고, 제 솔직한 마음과 감정들을 이야기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0월 임성근 전 사단장을 고소했다. 지난 4월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북경찰청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임 전 사단장 측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https://www.khan.co.kr/kh_storytelling/2024/marine/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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