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명 다 처벌받은줄...” 밀양 성폭행 피해자, 직접 입 열었다

밀양 성폭행 사건 피해자가 입을 열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20년 만에 다시 소환된 충격적 사건,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가 입을 열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카메라 앞에 선 피해자는 44명 가해자 모두 처벌받은 줄만 알았다고 했고, 피해자의 동생은 가해자들이 복수할까 두렵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밀양지역 44명의 남자 고등학생들이 1년간 여중생을 집단적으로 성폭행했던 충격적인 사건. 그간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던 이 사건이 최근 다시 소환됐다. 한 유튜버가 피해자의 동의를 얻었다고 거짓 주장하며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한 것인데, 우후죽순 유사 채널이 개설되며 이른바 사적 제재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박제된 죄와 삭제된 벌- 2004 집단 성폭행 사건’이라는 제목으로 밀양 성폭행 사건을 다루는 가운데 피해자가 직접 입을 열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측은 “그간 가해자 44명의 근황을 취재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온 바 있지만, 한 번도 사건을 다루지 않았던 이유는 제작진과 꾸준히 연락을 해오던 피해자 측에서 이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건 발생 20년 만에 의도치 않게 거센 폭풍 속으로 소환된 피해자는 사건의 목격자인 동생과 함께 카메라 앞에 섰다.

먼저 피해자는 당시 44명이 모두 처벌 받은 줄 알았다고 했다.

피해자는 “그땐 어려서 사건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몰랐고, 저희 진술만 있으면 다 처벌을 받는 줄 알았다”라고 말했다.

피해자와 동생 자매는 수사 당시 진술했던 가해자 44명이 모두 처벌을 받은 줄 알았는데, 최근 인터넷에 공개된 일부 사건기록을 자세히 읽어보고 나서야 단 한 명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고 한다.

‘그알’에 따르면 44명 중 34명은 불기소 처분됐고 10명만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는데, 그마저도 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돼 일부 보호처분만 받은 걸로 확인됐다.

누리꾼들은 당시 가해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데 대해 공분하고 있으나 정작 피해자 자매는 또 다른 공포에 떨고 있었다.

유튜버들의 가해자 신상 공개와 관련해, 피해자 동생은 “아직도 지옥 속에 살아가고 있는데 무서웠어요”라며 “피해자가 동의했다고 적혀 있는데, 혹시라도 가해자들이 복수하는 건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가해자 신상공개’라는 걷잡을 수 없는 방식으로 대중의 분노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 ‘그알’ 측은 “두려움과 불안함 속에 자매가 인터뷰에 나선 이유는, 당시 사건 수사와 재판이 어떻게 진행된 건지 그저 알고 싶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유튜버들의 가해자 신상 폭로가 이어진 가운데 최근 자신이 가해자라고 주장하며 한 남성의 공개 사과 영상이 올라와 주목 받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에 따르면 이 남성이 실제 해당 사건 가해자 중 한 명인지에 대해선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밀양 성폭행 사건 편은 20일 오후 11시 10분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