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기록 판독하고 탄소배출 감시...파리올림픽의 과학

이채린 기자 2024. 7. 1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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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적용된 오메가의 컴퓨터비전 기술로 장대높이뛰기 종목에 출전한 선수의 동작을 추적하고 3D로 재현한 뒤 분석한 모습이다. 사진에서 오른쪽 그래프는 바와 선수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특정 지점마다 측정된 거리와 선수가 가장 높이 뛰었을 때의 높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 기술로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선수 동작을 심층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오메가 제공

26일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은 인공지능(AI)이 스포츠에 전면적으로 등장하는 최초의 'AI 올림픽'으로 치러진다. 소수점 단위의 초를 다투는 기록 측정과 3차원(3D) 영상 제공 등 기존에도 스포츠 분야에 일부 적용됐던 역할은 물론 참가선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보호, 탄소중립, 안전 감시 등에서도 AI의 전방위적인 활약이 펼쳐질 전망이다. 7~8월 파리의 무더위와도 싸워야 하는 선수들을 위한 최첨단 과학기술도 선보인다. 

● 심판 판독, 스포츠 중계 더 정확하고 생생하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4월 스포츠에 AI를 활용하기 위한 전략집인 ‘IOC AI 어젠다’를 발표했다. IOC는 5월 홈페이지를 통해 "AI는 2018 평창올림픽부터 심판과 심판을 지원하는 데 사용됐으며 2024 파리 올림픽에서는 여러 경기에 적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파리 올림픽에서 AI는 심판의 더 정확한 채점과 판독을 위한 추가 정보를 제공하고 경기를 분석하는 기능까지 한다. 올림픽 공식 타임키퍼 기업인 '오메가'가 파리올림픽에 적용하는 AI 기반 '컴퓨터 비전 기술'이 대표적이다. 타임키퍼는 스포츠 경기에서 선수들의 기록을 측정하는 시계장치다. 컴퓨터 비전 기술은 광학 센서로 경기 중 선수들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추적해 경기 과정을 3차원(3D)으로 재현할 수 있다.

컴퓨터 비전 기술은 체조, 장대높이뛰기, 테니스, 다이빙, 비치발리볼 종목 등에 적용될 계획이다. 여러 각도에서 경기 모습을 볼 수 있어 체조 선수의 점프 높이, 비치발리볼 선수의 손이 네트를 넘었는지 여부, 장대높이뛰기 선수와 바 사이의 간격 등 미세한 부분을 측정한다. AI가 체조 선수의 골격을 추적해 발 각도까지 심층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파리올림픽 미국 독점 중계사인 NBC에서 선보일 'AI 캐스터'도 눈길을 끈다. NBC가 제공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피콕’은 올림픽 기간 AI가 생방송을 편집해 미국 전역에 최대 700만개의 맞춤형 하이라이트 경기 영상을 제공한다. 영상에는 NBC의 전설적인 캐스터 '알 마이클스'의 전성기 시절 목소리가 해설로 붙는다. 그의 목소리를 학습한 AI를 통해서다.

● AI가 선수 지키고 탄소배출 감시도
IOC는 35개 이상의 언어로 구축된 AI 기반의 온라인 학대 방지 소셜미디어(SNS)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한다. 올림픽과 관련된 SNS 게시물을 모니터링하다가 참가 선수 1만5000여명을 비방하는 글이 올라오면 선수가 보기 전 X,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틱톡 등 SNS 플랫폼과 협력해 글을 지워준다. 온라인 환경에서 선수 보호 시스템이 올림픽에서 공식적으로 도입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IOC는 "SNS에서의 무분별한 비방은 선수의 정신적, 정서적 상태는 물론 신체와 경기결과에도 큰 위협이 된다"고 밝혔다. 

AI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도 활약한다. 중국 클라우드 기업인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파리 올림픽에 AI 기반의 소비전력 최소화를 돕는 시스템인 '에너지 엑스퍼트'를 적용한다. 35개 올림픽 경기장의 전력 소비, 전력 수요, 기상조건 등 전력과 관련된 데이터를 단일 클라우드로 옮긴 뒤 전력 소비를 줄이는 최적의 계획을 제시한다. 

또 프랑스 국회는 지난 4월 ‘2024년 올림픽 및 장애인 올림픽에 관한 법안’을 채택하고 공공장소에서의 지능형CCTV 사용을 허가했다. AI 기술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위험 움직임을 감시한다.드론형 CCTV도 하늘에서 경기장 주변을 감시한다. 특히 수십만 명의 관중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개막식과 폐막식이 주요 감시 대상이다.

● 무더위와의 사투에 도움 주는 과학기술도 전면에
7월 하순 파리의 평균 기온은 40도를 넘나든다. 무더위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 선수들은 미국 스탠퍼드대가 개발한 첨단 냉각 장비인 '쿨밋'을 활용한다. 손에 장갑처럼 착용하는 장치인 쿨밋은 선수 몸에서 혈액을 식히고 신체에서 열을 빼낸 뒤 혈액이 심장과 근육으로 순환하도록 만든다. 쿨밋은 손바닥처럼 털이 없는 피부 표면을 통해 열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발산할 수 있다는 스탠퍼드대 연구 결과를 토대로 개발됐다.  

일본의 배구 및 육상 부문 선수들은 적외선을 흡수할 수 있는 신소재 의상을 입고 출전할 예정이다. 적외선 카메라는 선수가 입는 얇은 옷을 통과해 속옷이나 몸선이 드러나는 사진을 찍는다. 2020 도쿄올림픽 때 적외선 카메라로 선수들을 도촬하는 사람들이 있어 문제 된 바 있다. 일반 원단을 여러겹 겹쳐 입을 수 있지만 선수들은 파리의 무더위를 고려해 이같은 신소재 의상을 입기로 했다. 이밖에 파리올림픽에서는 하늘을 나는 택시인 '플라잉카'가 운행하는 등 최첨단 과학기술이 등장할 전망이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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