쯔양이라서 제기된 두 가지 이슈

드라마보다 기막히는 ‘교제폭력’과 ‘사이버 레커’

(시사저널=하재근 국제사이버대 특임교수)

최근 스타 유튜버 쯔양과 관련해 매우 충격적인 이야기가 전해졌다. 쯔양이 무려 4년간 폭행당하며 활동했고, 이후 이슈 폭로 유튜버들에게 협박까지 당했다는 것이다. 쯔양은 유튜브 구독자가 1000만 명을 넘을 정도로 만인의 관심을 받는 스타다. 얼마 전 한국갤럽 조사에서 '한국인이 좋아하는 유튜버'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렇게 대중의 주목을 받으며 밝은 얼굴로 활동한 사람이 사실은 장기간 지속적으로 폭행과 협박을 받아왔다는 점이 정말 놀랍다.

만약 드라마에서 이런 설정이 나오면 너무 황당하다는 비난을 받을 것이다. 드라마보다 더 기막히고 충격적인 사건이다. 이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엔 두 가지 이슈가 제기됐다. 교제폭력과 이별폭력 문제와 일명 '사이버 레커'라고 불리는 이슈 폭로 유튜버들의 문제다.

유튜버 구제역(왼쪽 사진)과 유튜버 카라큘라 ⓒ구제역 유튜브 채널·카라큘라 유튜브 채널

"이별 말한 후부터 폭행 시작됐다"

우선 이 사건이 교제폭력과 이별폭력의 이슈가 된 것은 폭행 가해자가 쯔양의 남자친구였기 때문이다.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했더니 그때부터 폭행이 시작됐다고 한다. 심지어 쯔양 몰래 찍은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는 협박까지 했다. 그때부터 쯔양은 남자친구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남자친구가 쯔양에게 유흥업소 근무를 강요하고 수입은 모두 갈취했다고 전해진다. 쯔양의 가족에게까지 알리겠다고 협박해 더욱 남자친구에게 예속됐다. 거의 날마다 폭행을 당했는데 얼마나 그런 관계가 일상화됐는지 남자친구가 회사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도 쯔양을 폭행했다고 한다. 관련 녹취와 사진 등이 무수히 경찰에 제출됐는데 경찰 수사 중에 남자친구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과거 방송에서 쯔양이 반팔 옷을 입었을 때 멍 자국이 수시로 발견돼 사람들이 의아해했는데 남자친구 사망 시점 이후엔 멍 자국이 사라졌다고 한다. 녹취 중 일부분을 방송국들이 확보했지만 너무 끔찍한 내용이어서 대부분 방송되지 못했다. 그 일부 중에서도 일부만 보도됐는데 남자친구가 쯔양에게 윽박지르자 쯔양이 "살려주세요"라고 소리치는 내용이 나온다. 얼마나 절박했으면 남자친구에게 "살려주세요"라고까지 했을까. 하지만 쯔양은 남자친구의 협박 때문에 저항하지 못했다. 쯔양을 도운 건 직원들이었다. 폭행 등을 알게 된 직원들이 쯔양을 도와 남자친구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해줬다는 것이다. 그리고 쯔양의 변호사가 나서서 남자친구를 형사 고발할 수 있게 해줬다. 마침내 수사가 이루어진 배경이다.

쯔양이라서 가능했던 일이다. 교제폭력, 이별폭력 피해자는 매우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여성들이 피해를 많이 당하는데 보통은 이 내용을 남에게 밝히는 걸 꺼린다. 상대방에게 협박당하기도 하고, 보복이 두렵기도 하다. 애인에게 폭행당하면서 지낸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에 대해 수치심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가족에게 알려지는 걸 꺼리는 마음도 있다. 그래서 교제폭력은 피해자가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쉬쉬하기도 한다. 알려지지 않았을 뿐 실제 피해자는 매우 많다는 뜻이다.

쯔양이 남자친구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건 쯔양 곁에 직원들과 변호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쯔양이라서 가능했다고 언급한 이유다. 수많은 보통의 피해자는 지금도 홀로 고립돼 고통을 감당하고 있을 것이다. 계속 협박과 폭력을 당하다 보면 나중엔 무기력 상태에 빠져 아예 체념해 버리고 만다. 정말 심각한 경우에만 신고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경찰에 접수된 교제폭력 신고는 7만7150건으로 2017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한국여성의전화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최소 138명, 살인미수 피해 여성은 311명이었다.

남의 불행 팔아 돈 버는 '사이버 레커'

쯔양처럼 수많은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마저도 장기간 남자친구의 폭력에 신음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누구나 교제폭력의 위협에 노출돼 있다는 걸 깨닫게 했다. 이런 일들이 자꾸 벌어지면 사람들은 점점 더 이성과의 관계 맺기를 두려워하게 될 것이다. 과거 우리 사회에선 남녀 사이에 벌어지는 일은 '사랑 싸움'이라며 개입하지 않는 문화가 있었다. 요샌 달라졌지만 여전히 피해자에 대해 충분한 공적 보호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어차피 처벌도 미약할 것 같고 이후 보복이 두려워 피해자들이 신고를 포기하는 것이다. 공권력이 교제폭력, 이별폭력 가해자를 확실히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한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추가로 공론화된 이슈 폭로 유튜버들의 문제도 심각하다. 쯔양이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하자 남자친구는 이슈 폭로 유튜버들에게 쯔양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자극적으로 과장해 알렸다고 한다. 그러자 일부 유튜버가 쯔양 측에 접근해 협박했다는 것이다. 이런 폭로 유튜버들을 '사이버 레커'라고 한다. 레커는 교통사고 때 긴급히 출동하는 견인차를 일컫는다. 그런 견인차처럼 빠르게 폭로하기 때문에 '사이버 레커'라고 한다. 시중에 소문, '지라시'가 돌거나 누군가의 제보, 일방적 주장을 접했을 때 언론이라면 기본적인 개연성이나 사실 관계를 따져보고 보도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반면 일부 레커 유튜버들은 그런 과정 없이 무조건 최대한 빨리 자극적으로 터뜨리고 본다는 것이다. 추후에 사실무근으로 드러나도 '아니면 말고'다. 나중엔 꼭 속보 경쟁을 하지 않더라도 신상 폭로, 사생활 폭로, 그 밖에 뭔가 치부를 터뜨리는 유튜버들을 포괄적으로 '사이버 레커'라고 부르게 됐다. 안 좋은 사건을 들출 때가 많아서 '타인의 불행을 팔아 돈을 번다'는 말도 나왔다.

이번에 일부 유튜버가 '레커연합'이라며 쯔양을 협박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해당 유튜버들은 강력히 억울함을 주장한다. 수사가 시작됐으니 향후 진실이 가려질 것이다.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번 기회에 반드시 이슈 폭로 유튜버 문제의 심각성이 알려져야 한다. 폭로가 사실이라 해도 과도한 '까발리기'일 수 있는데 심지어 사실이 아닌 경우도 많기 때문에 문제다. 게다가 폭로 대상자를 협박해 돈까지 뜯어낸 것이 사실이라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자극적인 폭로가 인기를 끌면서 해당 유튜버들은 권력이 돼간다.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쯔양 사건을 계기로, 폭로 유튜버 중 한 명이 지난 5월 협박죄로 1심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런 판결이 나왔어도 그냥 묻혔을 정도로 우리 사회는 무관심했다. 이번에 유명인 쯔양이 연관되니까 폭로 유튜버 문제가 비로소 이슈가 됐다. 쯔양의 영향력 덕분에 교제폭력 문제와 폭로 유튜버 문제를 돌아볼 수 있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