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개’와 ‘강아지’ 구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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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별하다'라는 말은 '차이에 따라 나누다'라는 말이다.
즉 뭔가 서로 간에 차이가 있다는 말이다.
한동안 다문화 가정 문제로 '차별대우'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면서 '차이'와 '차별'에 대한 용어에 관해 많은 말이 오갔다.
우리가 강아지라고 할 때는 '갓 태어나거나 덜 자란 어린 개'를 이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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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는데 입마개도 없는 대형견이 덮치더니 제가 키우는 강아지를 …”
이라는 소제목이 올라와 있었다(제주방송 2024. 7. 14). 이 글은 다행히 기자가 한 말은 아니었다. 기자가 쓴 제목은 “입마개 없는 대형견 습격에.. 12살 노견, 발등으로 걸어야”였다. 그 기사의 내용을 조금 더 요약해 보자.
“지난 2월 제주시 연동의 한 공원에서 자신이 기르는 12살 요크셔테리어 믹스 소형견과 걸어가던 20대 A씨.”
이 기사의 내용을 살펴보면 소형견은 나이가 12살로 노견에 해당한다. 그런데, 견주인 A씨는 ‘강아지’라고 표현하고 있다. 물론 개가 귀여워서 강아지처럼 표현하고 싶었을지도 모르지만 ‘노견’과 ‘강아지’는 의미상 확연한 차이가 있다. 이에 관해서는 굳이 재삼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오늘날 언중들이 어휘를 사용함에 있어서 지나치게 생각하지 않고 표현한다는 것을 지적하고자 함이다. 우리가 강아지라고 할 때는 ‘갓 태어나거나 덜 자란 어린 개’를 이르는 말이다. 12살이 된 개라면 노견이므로 ‘개’라고 해야 한다. ‘아지’라는 표현은 ‘작고 귀여운 것’에 사용하는 말이다. ‘송아지’, ‘망아지’, ‘강아지’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주로 새끼를 일컫는다. ‘병아리’와 같이 ‘아리’로 변한 것도 있다. 이런 단어들(아시, 아씨, 아기, 아이, 아지 등)은 반치음으로 쓴 ‘아’(고어를 사용했는데, 신문사 사정으로 잘 안 보일 수도 있음. ‘반치음+ ㅣ’)에서 유래하였다.
우리말에서 ‘아이, 아씨, 아기’등의 어휘를 살펴보면 모두 작거나 어린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강아지, 병아리, 아기 등의 단어에는 어리고 귀엽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물론 며느리를 부를 때 부르는 ‘아기’도 있지만, 이것은 특수한 경우에 사용하는 것이므로 논외로 한다. 필자도 며느리를 부를 때는 ‘아가’라고 한다. 이런 말은 호칭에 관한 것이므로 여기서 논할 사항은 아니다.)
말이란 상황에 따라서 적절한 어휘를 사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는 혼란스러워진다. 과거에 바벨탑을 쌓을 때 신께서 언어를 다르게 만들어 혼란을 야기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국립국어원을 중심으로 어법에 맞는 언어생활을 해야 한다. 국립국어원에서 규정한 것이 모두 옳다고 할 수는 없다. 아직도 애매한 규정이 많이 있다. 하지만 나름대로 시대에 맞게 어법을 규정해 놓은 것이니 만큼 가능하면 어법에 맞는 표현을 해야 한다. 특히 요즘 젊은이들은 신조어를 많이 만들고, 유행어를 만들어 내고 있지만, 이것은 한때의 유행에 불과할 뿐이지 규범 언어는 아니다. 특히 ‘개좋아!’, ‘개멋있어’ 등과 같이 접두사를 바꾸는 언어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어가 한류의 한 분야가 되었다고 한다. 이제는 세계인이 한국어를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한국인이 그릇된 말을 사용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한국인의 자부심을 갖기 위해서 표준어를 쓰도록 노력해야 한다.
[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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