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한 지방 전공의 ‘빅5’ 올까…낙인찍기·결집력 걸림돌

2024. 7. 1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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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56.5% 7648명 사직, 병원 모집 7707명
정부 지역 이동제한 풀며 ‘빅5’ 이동 유인책 제시
하반기 모집 미지수…의료계 낙인·결집력 강해
교수들도 반발 “결원을 하반기 모집으로 갈라치기”
전국 수련병원이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7707명(인턴 2557명, 레지던트 5150명)의 모집 인원을 신청하면서 지방 전공의들이 빅5 병원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사진은 1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에 붙어 있는 신입 전공의 모집 안내문. [연합]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지 5달이 되어가는 가운데 정부의 발표로 지방병원 전공의들이 사직 후 ‘빅5’ 병원으로 올 수 있는 길이 열려 복귀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전공의들이 기존 입장인 ‘의대 증원 백지화’를 앞세우고 있고, 내부 결집력도 단단하기 때문에 복귀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9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17일까지 전공의를 채용한 151개 병원 중 110개 병원에서 사직처리 결과를 제출했고, 올해 3월 기준 전공의 1만4531명의 56.5%인 7648명이 사직했다.

사직 처리에 따라 이들 수련병원은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7707명(인턴 2557명, 레지던트 5150명)의 모집 인원을 신청했다. 정부는 하반기 모집에 지원함으로써 병원으로 돌아올 전공의들에게는 전문의 자격 취득이 늦어지지 않도록 수련 특례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군 복무 의무가 있는 남성 전공의의 경우 국방부와 협의해 군 입영을 연기할 수 있게 하는 특례를 적용할 계획이다.

특히 정부는 또 하반기 모집에서 전공의들을 조금이라도 더 복귀시키기 위해 지역 이동 제한을 풀기로 결정했다. 이에 지방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가 하반기 모집에서 ‘빅5’ 병원 등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이동할 기회를 준 셈이다.

정부에서는 지방 전공의들로서는 더 나은 수련 환경을 갖춘 병원을 찾아갈 수 있기에 복귀 유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방에서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옮기려는 전공의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공의들이 실제 하반기 모집에 얼마나 응할지는 미지수다. 의사 사회 특유의 폐쇄적인 문화 때문에 다수가 관둔 상황에서 복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온라인상에는 복귀 전공의 명단이 공개되는 등 ‘낙인찍기’ 행위도 이어지고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개인 사정상 복귀해야 하더라도 실제 돌아가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7월에 개설된 것으로 알려진 ‘감사한 의사-의대생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이름의 텔레그램 채팅방에는 ‘감사한 의사’, ‘감사한 전임의’ 등이라는 이름으로 소속 병원과 이름 등이 올라와 있다. 사실상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조리돌림 하는 용도다. 개인적 사정으로 병원에 돌아갔다는 이유만으로 소속 학교와 학년, 실명이 공개된 이들은 수십명에 이르고, 해당 내용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은 수천명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최근 텔레그램 등 온라인상에 복귀 전공의 명단을 공개하는 낙인찍기 행위가 또다시 발생했다”며 “이는 개인 선택을 집단 따돌림으로 방해하는 불법 행동으로 즉각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정부는 이에 대해 즉각 수사 의뢰했으며 향후에도 엄정하게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며 “경찰은 그동안 파견 공보의 명단 유출, 복귀 전공의 명단 인터넷 게시 등 사건에 가담한 의사, 의대생 등 18명을 특정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했다.

의대 증원과 관련해 의정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18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

전공의들 사이의 높은 결집력도 변수로 꼽힌다. 전공의들은 지방병원에서 사직했더라도 ‘빅5’ 병원으로 돌아갈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했다. 충남지역병원에서 일했던 한 전공의는 “정부의 생각대로 지방에서 빅5로 돌아가는 이들도 있을 순 있다”라며 “그런데 ‘굳이 돌아갈 이유가 없다’라는게 주변의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레지던트로 수련하다 사직서를 낸 한 빅5 병원 출신 전공의는 “복귀하지 않으면 군대를 가라고 협박하는 정부를 보면서 헛웃음이 났다”라며 “정부가 모든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이상 우린 돌아갈 생각이 없다”라고 말했다.

의사·의대생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도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정부 발표를 두고 “빅5라도 살려보려고 하지만, 이제 의료체계를 완전히 바꿔야 할 것”, “지방병원 도산은 어떻게 막을 것이냐”, “군대 가고 싶어도 못 가는데 무슨 군대를 가라는 것이냐” 등의 비판적인 글이 다수 올라왔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퇴직금 지급 지연, 다른 기관 취업 방해 등 전공의 노동권을 침해한 병원장에 대해 형사 고발, 민사 소송 등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교수들도 정부 발표에 반발했다.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총회를 열고 “전공의 일괄 사직 처리에 따른 결원을 하반기 모집으로 갈라치기 하려는 정부의 꼼수는 지역·필수의료 몰락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brunc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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