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대응, 복지에서 인권 중심으로 패러다임 전환해야”

조현경 기자 2024. 7. 1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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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제4차 아셈 노인인권 현실과 대안’ 국제포럼 열려
지난 16일 서울 명동 로얄호텔서울 3층 그랜드볼룸에서 ‘동남아시아 노인 인권과 시민사회’를 주제로 ‘제4차 아셈 노인인권 현실과대안’ 국제포럼이 온·오프라인으로 열렸다. 마지막 세션에서 동남아시아 5개국(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타이) 참석자들이 ‘동남아시아 노인인권 보호 및 증진을 위한 권고안’을 발표하기 위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젊은 나라’로 불리던 동남아시아마저 출산율 감소와 기대수명 연장 추세가 분명해지면서 고령사회 진입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10월 고령화 우려가 큰 아시아 국가로 타이를 지목했다. 타이의 60살 이상 인구는 2023년 전체 인구의 22.8%였고, 2033년 초고령 사회로 진입해, 2050년에는 38.3%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른 아시아국가도 2050년까지 60살 이상 인구 비율이 인도네시아 20.5%, 말레이시아 24.3%, 캄보디아 18.8%, 필리핀 15.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가 전례 없는 인구 고령화를 경험하면서 인구 고령화는 더 이상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 현시대를 대표하는 특징이 되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유엔(UN)은 범세계적 고령화에 대한 대응으로 2010년 유엔 개방형고령화실무그룹(UN Open-Ended Working Group on Ageing, OEWGA)을 설립해 추가적인 수단과 조치를 모색하고 있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은 2016년 한중일 동북아 3국의 연합체와 함께 ‘활동적 노화(Active Ageing)를 위한 선언’을 발표했다.

이러한 가운데 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동남아시아 노인 인권의 현주소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16일 서울 명동 로얄호텔서울에서 ‘동남아시아 노인 인권과 시민사회’를 주제로 ‘제4차 아셈 노인인권 현실과대안’ 국제포럼(이하 포럼)이 열렸다.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타이의 시민사회단체와 인권기구, 정부 관계자들이 참여해 각국의 노인 인권 현안과 이를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한 법·제도 및 구체적 실천 활동을 공유했다. 포럼은 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이혜경 원장)가 국가인권위윈회(송두환 위원장), 주한유럽연합대표부(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대사)와 공동으로 주최했다.

지난 16일 서울 명동 로얄호텔서울 3층 그랜드볼룸에서 ‘동남아시아 노인인권과 시민사회’를 주제로 ‘제4차 아셈 노인인권 현실과대안’ 국제포럼(이하 포럼)이 온·오프라인으로 개최됐다. 포럼에 참여한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타이 등 아셈 회원국과 한국의 시민사회·인권기구·정부·학계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혜경 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 원장은 개회사에서 “아시아 지역의 빠른 고령화 속도와 각국의 독특하지만 공통적인 도전과 기회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포럼으로 인권적 관점에서 고령화를 비롯한 노인 문제를 다루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의 실천이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회원국의 노인 문제 해결과 노인인권 보호 및 증진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 노인 인권 전문기관이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환영사에서 “노인의 인권을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 시민사회단체와 국가인권기구, 국제사회가 어떻게 협력해나갈 것인지 지혜를 모아줄 것”을 요청했다.

포럼에선 동남아시아 5개국의 노인 인권 상황을 공유하고, 노인 인권 보호를 위한 법적·정책적 틀과 시민사회단체 역할을 논의했다. 첫 번째 세션에선 각국의 국가인권기구(NHRI, National Human Rights Institutions)를 대표해 참석한 연사들이 각국의 상황과 도전 과제, 정책 방향을 공유했다. 두 번째 세션에선 각국의 시민사회단체(CSO, Civil Society Organization)를 대표한 연사들이 노인 인권 증진을 위한 시민사회단체의 활동과 기여, 역할을 조명했다.

16일 서울 명동 로얄호텔서울에서 열린 ‘제4차 아셈 노인인권 현실과 대안 포럼’에서 ‘동남아시아 5개국 노인인권의 현실과 미래’를 주제로 각국의 인권 관련 정부기관 연사들이 발표하고 있다. 서지원 서울대학교 아시아언어문명학부 교수(좌장), 폰나라다 파 캄보디아 인권부 위원, 앗니끄 노바 씨기로 인도네시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츄지밍 말레이시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베다 에이 에프레스 필리핀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람렁 워라왓 타이 사회개발인간안보부 국장(왼쪽부터)

동남아시아 5개국은 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라 국가인권기구 차원에서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도입해 노인의 권리와 복지를 보장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 연사들은 제도적 기반이 여전히 부족하다면서 “국가인권기구와 시민사회단체 활동과의 긴밀한 협력이 노인 인권 보호와 증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캄보디아의 ‘헬프에이지’, 인도네시아의 ‘야야산 에몽 란시아’, 말레이시아의 ‘사회복지단체협의회’, 필리핀의 ‘노인참여연맹’, 태국의 ‘노인발전재단’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 정책과 관행을 감시하고, 돌봄 등의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역사회 참여(community mobilization)·조사 및 연구·인식개선·역량강화·민관학 협력 거버넌스 구축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자료. 앗니끄 노바 씨기로 인도네시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발표자료.

마지막 세션에선 동남아시아 국가의 노인인권 증진 활동을 고무하기 위한 권고안을 논의하고 발표했다. 국가별 논의를 통해 무상의료 및 무상 사회보장서비스 접근권을 확대하고(캄보디아), 지역사회 중심 돌봄 시스템을 구축하며(인도네시아), 예방적 의료체계를 확립하는(말레이시아) 등 국가별 노인인권 관련 도전과제가 공유됐다. 국제사회 협력과제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광범위한 국가인권기구들의 협력을 강화해 지속적인 모범사례와 국가별 관행이 협력해 국제노인인권협약 제정에 참여하고 지지를 표명하는 방안 등이 제안됐다. 좌장으로 논의를 이끈 최영준 연세대 교수는 “인구고령화가 가져온 당면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선 강한 정치적 신념과 확고한 데이터에 기반한 증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한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각국의 정책과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한 협력의 장을 확대하고, 효과적으로 통합시켜나갈 필요가 있다”며 입법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능동적으로 고려할 것을 당부했다.

16일 서울 명동 로얄호텔서울에서 열린 ‘제4차 아셈 노인인권 현실과 대안 포럼’에서 이혜경 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 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이혜경 원장은 행사를 마무리하며 노인에 대한 차별이나 빈곤 문제에 대응하는 데 있어 복지 기반의 접근법에서 인권 기반의 접근법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인구의 5분의 1이 30여년을 노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사회에서 고령에 대한 우리의 개념 인식과 태도에 대한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며 “노인을 단지 복지서비스의 수혜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권의 주체이자 사회에 대한 중요한 기여자로 보고 다양한 부문의 통합적인 협력을 지속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6일 서울 명동 로얄호텔서울에서 열린 ‘제4차 아셈 노인인권 현실과 대안 포럼’에서 ‘동남아시아 5개국 노인인권 증진을 위한 시민사회단체의 실천’을 주제로 각국의 시민사회단체를 대표한 연사들이 발표하고 있다. 프레드릭 엑펠트 주한유럽연합대표부 부대사·공사참사(좌장), 비라 툼 헬프에이지 캄보디아 대표, 에바 안느 쟌 샵도노 인도네시아 야야산 에몽 란시아 대표, 텡구 아이잔 빈티 텡구 압둘 하미드 말레이시아 사회복지단체협의회 최고 경영진 회원, 에밀리 엔 베리디코 필리핀 노인참여연맹 대표, 사왕 카에완따 타이 노인발전재단 대표 (왼쪽부터)
16일 서울 명동 로얄호텔서울에서 열린 ‘제4차 아셈 노인인권 현실과 대안 포럼’에서 ‘노인인권 증진을 위한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 시민사회단체 및 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의 활동’을 주제로 연사들이 발표하고 있다. 최성재 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좌장), 이동우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 사회인권과 사무관, 조현세 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 이사·한국헬프에이지 회장, 박영란 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 이사·강남대 교수 (왼쪽부터)
16일 서울 명동 로얄호텔서울에서 열린 ‘제4차 아셈 노인인권 현실과 대안 포럼’에서 ‘동남아시아 5개국 노인인권 증진을 위한 권고안’을 논의하고 발표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최영준 연세대 행정학 교수(좌장), 비라 툼 헬프에이지 캄보디아 대표, 에바 안느 쟌 샵도노 인도네시아 야야산 에몽 란시아 대표, 빈티 샤익 술라이만 엘자 나디야 말레이시아 국가인권위원회 정책부서 담당관, 베다 에이 에프레스 필리핀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차야폰 따타키안 타이 사회개발인간안보부 국제협력분과장 (왼쪽부터)

글·사진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gobo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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