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체코발 낭보의 심장한 의미
제헌절날 밤 체코로부터 낭보가 날아들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주도한 팀코리아가 체코 두코바니 원전 2기 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이다. 2009년 12월 27일 아랍에미리에이트(UAE) 원전 4기 수주와 같은 소식이 15년 만에 재현된 것이다. 이번에는 우리나라 원전의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이 유럽의 중심에서 인정받았다는 게 의미심장하다.
UAE의 경우 아랍 최초로 원전을 운용하게 될 국가였기에 공급자 선정 당시 외국 기관 전문가들 자문을 바탕으로 결정을 해야 했다. 그러나 체코는 이미 6기의 원전을 운용하며 전체 전력 37%를 원자력으로 공급해 오고 있어 자국 독자 능력으로 입찰서 평가가 가능했다. 그 평가 과정에서 EU 주요국인 프랑스 EDF 입찰서에 비해 한수원의 입찰서 내용이 거의 모든 평가 요소 관점에서 우수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는 결정 결과를 발표한 체코 총리의 말이다. 평가의 주요소는 안전성, 경제성, 건설성 등이었을 것이다.
체코가 선택한 원전은 UAE 원전인 APR1400의 축소형인 APR1000이다. 2022년 기준 체코의 평균 발전 전력은 9.7GW로서 우리나라 68GW의 15%에 불과하다. 전력망도 그만큼 작다. 더군다나 체코는 내륙국가라 해수를 통한 풍부한 냉각수 공급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1.4GW 대용량의 APR1400을 수용하기가 곤란해 1GW인 APR1000을 선택한 것이다. APR1000은 APR1400에 구현된 모든 혁신 안전설비를 그대로 승계했을 뿐 아니라 체코 규제요건 및 사업자요건을 충족토록 개발하여 2023년 유럽사업자요건 인증을 취득하였다. 이미 8기(한국 4기, UAE 4기)가 건설되어 원활하게 운용 중인 APR1400의 우수한 성능에 더해 충분한 안전성을 갖춘 APR1000 기술력에 대한 신뢰가 첫 번째 우수 평가 요소였음은 분명하다.
다만 APR1000은 APR1400에 비해 단위 용량당 건설비가 비싸다. 체코가 책정한 1기당 총사업비 86억 달러이다. 이를 kW당 사업비로 환산하면 8600달러(86억달러÷100만kW)이다. 사업비에는 사업주가 집행하는 비용과 예비비 등이 포함되기에 향후 협상과정에서 결정될 공급 계약 금액은 알 수가 없다.
UAE APR1400의 경우 4기의 총 수주금액이 200억 달러라 건설비가 1기당 50억달러, kW당 약 3600달러(50억달러÷140만kW)이다. 건설비가 제일 큰부분을 차지할 체코 APR1000 kW당 사업비는 UAE APR1400 kW당 건설비보다 2.4배나 비싸므로 한수원도 상당한 높은 공급단가를 제시했겠지만 EDF가 제시한 공급단가보다는 꽤 쌌을 것이기에 경제성이 우월함이 두 번째 우수 평가 요소가 됐을 것이다.
현재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APR1400인 신한울 3·4호기는 총건설비 11조 7천억원으로 kW당 건설비는 약 3000달러이다. 체코 건설비가 국내 건설비보다 2배 이상이겠지만 그래도 EDF보다 싸기에 가격 경쟁력이 높고, 이런 수출이 국내 유관 산업 발전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건설 관점에서는 우리나라가 UAE 원전을 정해진 예산으로 적기에 완공한 실적에 대한 신뢰가 10년 이상 공기가 지연된 프랑스 EPR 원전 건설 이력에 대비되어 세 번째 우수 평가 요소가 됐을 것도 분명하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 프랑스, 영국, 폴란드, 루마니아, 불가리아, 스웨덴, 핀란드, 네덜란드 등 유럽 10여개국이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각국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러시아나 중국 원전 도입은 배제하고 있다. 그런데 서방 국가인 미국, 프랑스, 우리나라 중 우리나라 원전의 경쟁력이 가장 우수함이 이번에 객관적으로 입증됐다. 따라서 체코 원전 사업 수주는 향후 유럽에서 확대될 원전 건설에서 우리나라 추가 진출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는 데 특별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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