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대, 교수 호봉제 철폐...누적식 성과연봉제 검토
서울대가 교수 철밥통의 상징인 호봉제를 철폐하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준비 중인 가운데 과거에 받은 성과가 다음해 성과에도 꾸준히 반영되도록 하는 ‘누적식’ 성과연봉제를 추진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린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서울대는 이날 오후 교수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성과연봉제 방향을 논의한다.
최근 서울대는 교수들의 성과에 따라 연봉을 차등 지급하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준비 중이다. 서울대에서 추진 중인 성과연봉제의 가장 큰 핵심은 성과연봉제의 방식이 비누적식이 아닌 누적식으로 가도록 방향이 잡혔다는 것이다. 누적식은 전년도에 낸 성과로 받은 성과급이 다음해에도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것이고 비누적식은 매년마다 성과가 초기화돼 새로이 경쟁하는 방식이다. 앞서 2016년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국립대들은 정년보장 교원에 대해선 비누적식 성과연봉제를 진행하고 있다. 당초 교육부 등은 누적식을 원했으나 국립대 내에서 상대적으로 경쟁의 강도가 높은 누적식에 대한 반발이 있어 비누적식으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본부는 성과에 따라 연봉 차등을 두는 성과연봉제의 본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누적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누적식이 그간의 성과를 꾸준히 반영할 수 있고, 비누적식의 경우에는 매년 성과가 초기화되기에 교수들끼리 돌아가면서 성과를 내는 담합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다만 서울대 내 일각에서는 누적식에 대한 반대 입장도 나온다. 한 서울대 교수는 “누적식이 성과를 더 확실하게 반영하는 효과는 있지만, 단점으로 젊을 때 열심히 성과를 내고 말년에 노는 사람에 비해 젊을 때 헤매다가 말년에 성과 잘 낸 사람이 손해를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본부에서는 “계산 방식을 세밀히 짜면 후반부에 잘한 사람도 충분히 (초반에 잘한 사람을) 따라갈 수 있는 구조”라고 반박했다. 누적식의 경우 시간이 오래 지날 경우 교수들 간의 연봉 격차가 더 커지기에 이 같은 경쟁에 더 크게 노출된다는 점에서 부담을 갖는 이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과 평가 방식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를 두고도 앞으로 논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연구, 교육, 사회공헌 중 교육에 대한 평가 지표를 만드는 것이 가장 난관이 있을 전망이다. 교수 연구를 평가하는 것에 관해선 그간 국제적으로 나온 평가 방식들이 있고 서울대도 국제 표준을 따라가는 것에 대해 크게 거부감이 없는 상태로 전해졌다. 하지만 교육의 경우 이 같은 명확한 평가 방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문제다. 가령 단순히 수업을 들은 수강생의 강의평가에만 의존한다면 성적을 잘 받은 학생이 점수를 잘 주는 ‘결과평가’의 문제가 있을 수 있어 과정에 대한 평가도 세밀히 잘할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단 것이다. 한 서울대 관계자는 “학생들이 이해하기 용이하게 쉬운 내용을 강의하는 교수와 내용 자체는 어렵더라도 전문적인 지식을 강의하는 교수를 어떻게 비교 평가할지 등이 관건”이라고 했다.
한편 서울대 관계자는 “단순히 성과연봉제를 통해 상대평가를 실시하고 교수 사이의 성과급 차이를 얼마나 두는지를 넘어 학교 이름에 걸맞게 경쟁력을 갖춘 보수 체계를 만들어 우수한 교원이 서울대로 오게끔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며 “현재는 서울대 교수 임금이 전체적으로 낮은 편이라 키 작은 사람을 줄 세우는 것과 같은데 이는 결국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서울대는 세금을 받는 곳이고, 성과연봉제 또한 세금 지원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라며 “사회에서 (서울대에) 투자해주는 만큼 효과가 나도록 좋은 안을 고민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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