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인캐피탈 지분 희석 2.25%p뿐… 276억원에 이루다 품은 '합병 묘수'?

박종관 2024. 7. 19.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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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시스, 콜옵션 포기하고 이루다 흡수합병 택해
주가 변동으로 클래시스에 유리한 합병 조건 마련
김용한 이루다 창업자는 특별공로금 276억원 챙겨
이루다 소액주주 합병 반대 움직임
이 기사는 07월 18일 09:3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클래시스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베인캐피탈이 클래시스와 이루다의 합병을 추진하는 배경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시너지를 내겠다는 표면적 이유를 내걸었지만 실상은 대주주 지분을 사들이는 것보다 싼 값에 이루다의 경영권을 가져오기 위한 목적의 합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루다의 소액주주들은 이루다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김용한 대표가 자신의 지분만 비싼 값에 팔고, 회사를 헐값에 넘기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클래시스는 오는 10월을 목표로 이루다와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다음달 13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 승인 안건이 통과되면 이루다는 클래시스로 흡수합병된다. 클래시스와 이루다는 둘 다 코스닥 상장사로 미용 의료기기 전문 업체다.

클래시스는 지난해부터 이루다 경영권 인수를 추진했다. 지난해 9월엔 김 대표가 보유한 전체 지분 36.32% 가운데 18%를 주당 1만1000원에 사들이는 주식매매계약을 맺었다. 클래시스는 계약 체결일로부터 18개월 내에 김 대표의 남은 지분 18.32%을 같은 가격에 사들일 수 있는 콜옵션(주식매도청구권)도 받았다. 업계에선 클래시스가 콜옵션을 행사해 김 대표의 잔여 지분을 사들여 이루다의 경영권을 확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클래시스는 콜옵션을 포기하고 이루다와의 합병을 택했다. 주식매매계약을 맺은 후 이루다의 주가는 급락한 반면 클래시스의 주가는 급등해 클래시스에 유리한 합병 조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주식매매계약 체결일인 지난해 9월 4일 종가 기준 9890원이었던 이루다 주가는 이날 6630원에 거래를 마쳐 약 10개월 만에 33% 하락했다. 반면 클래시스 주가는 같은 기간 3만8650원에서 5만1000원으로 32% 올랐다.

클래시스 주가는 오르고 이루다 주가는 하락했기 때문에 시가를 기준으로 합병 비율을 산정한 결과 양사의 합병 비율은 1 대 0.14로 책정됐다. 이 비율로 합병을 하면 클래시스의 최대주주인 베인캐피탈은 지배력을 사실상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루다를 품을 수 있다. 베인캐피탈의 합병 전 클래시스 지분율은 61.57%에서 합병 후 59.32%로 2.25%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친다.

김 대표의 잔여 지분 18.32%(374만6785주)를 주당 1만1000원에 콜옵션을 행사해 가져오려면 412억원이 필요하지만 콜옵션 대신 합병을 택하면 이 비용도 아낄 수 있다. 다만 클래시스는 김 대표와 지난해 9월 맺은 주식매매계약에 따라 김 대표에게 특별공로금으로 276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이는 주식매매계약을 맺은 이후 주가 변동에 따라 김 대표가 보게 되는 손해에 대한 보상금 개념이다. 김 대표에게 특별공로금으로 276억원을 주더라도 콜옵션 행사에 들어가는 비용보다는 적다.

소액주주들은 김 대표가 자신만 주식매매계약 시점에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되던 이루다 주가를 기준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약속받아 수백억원에 달하는 특별공로금을 챙기고, 이루다에 불리한 흡수합병에 동의해줬다고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클래시스 측은 특별공로금은 합병과는 무관하게 지급하는 돈이라고 해명했다.

클래시스는 최근 합병 내용을 담은 증권 신고서를 정정하면서 김 대표에게 지급하는 특별공로금의 정당성에 대한 설명을 200자 원고지 약 25매 분량으로 추가했다. 특별공로금 지급은 지난해 9월 주식매매계약을 맺을 당시 약속한 내용이고, 합병 협의는 그 이후에 진행되기 시작했으므로 합병의 대가로 특별공로금을 지급한 게 아니라는 게 클래시스의 주장이다.

다만 클래시스와 김 대표가 주식매매계약을 맺을 때 '클래시스가 요청하는 경우 클래시스와 이루다 간의 합병에 관해 협의하기로 한다'는 내용도 담은 만큼 김 대표가 특별공로금을 받는 조건으로 향후 클래시스가 합병을 추진할 시 이루다 이사회에서 이를 우호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묵시적 약속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루다 이사회는 김 대표와 이루다에서 11년 이상 근무한 임원 두 명 등 총 세 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루다의 소액주주들은 이루다에 불리한 이번 합병을 반대하자는 뜻을 모으고 있다. 회사 측은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주주들로부터 합병 반대 의사를 접수받는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주식매구청구권을 행사해 이 주식매수가액의 합이 300억원을 넘어서면 클래시스와 이루다는 합병 진행 여부를 다시 협의할 예정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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