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약점과 싸우며 성장해온 인류[북리뷰]

박동미 기자 2024. 7. 1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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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뛰어나면서 가장 불안정한 포유류, '인간'이다.

물리적·생물학적 한계를 지식과 기술로 이겨내고 있는 인류에 대해 책은 "이상할 만큼 예민하고 불안정하게 진화했다"고 말한다.

과학과 인문학이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 '인간 탐구'라는 한 지점을 향해 가기 때문이다.

질병과 죽음이 과학적으로는 인간 육체의 결함이지만, 인문학적으로는 인간의 정신을 더 잘 이해하게 해주는 과정이라는 게 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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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완전한 인간
마리아 마르티논 토레스 지음│김유경 옮김│현암사

가장 뛰어나면서 가장 불안정한 포유류, ‘인간’이다. 물리적·생물학적 한계를 지식과 기술로 이겨내고 있는 인류에 대해 책은 “이상할 만큼 예민하고 불안정하게 진화했다”고 말한다. 우리는 계속 발전하지만 결국, 늙고 병들어 죽는다. 왜 ‘자연 선택’은 인간의 결점을 제거하지 못할까. 의사이자 인류학·법의학자인 저자가 이 의문, 즉 생물학의 ‘가장 어두운 구석’을 파고든다. 그는 불완전함을 “호모사피엔스의 매력”으로 본다. 결함과 불안이야말로 새로운 배움과 풍요로움의 동력이라며 말이다.

책은 질병, 노화, 불안, 폭력, 죽음, 두려움 등을 문학작품에서 가져온 후 과학과 접목해 풀어낸다. 과학과 인문학이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 ‘인간 탐구’라는 한 지점을 향해 가기 때문이다. 예컨대, 삶의 유한성은 ‘화성연대기’를 쓴 작가 레이 브래드버리를 통해 고찰하고, 현대인의 수면 장애는 보르헤스의 단편에서 출발해, 미하엘 엔데의 ‘모모’로 마무리 짓는다. 저출생 문제는 코맥 매카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가져와 새로운 감각을 깨우고, 전염병의 경보 시스템인 열(熱)의 유용성을 강조할 때는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을 꺼내 든다. 구성의 독특함뿐만 아니라 이야기 전개 솜씨와 문장의 유려함에 놀라게 되는데, 여기엔 마드리드에서 단편 소설 전문 서점을 운영하는 저자의 또 다른 자아도 한몫한 듯하다.

저자는 의사와 인류학자의 시선을 오가며 인간 종의 모습을 재구성한다. 질병과 죽음이 과학적으로는 인간 육체의 결함이지만, 인문학적으로는 인간의 정신을 더 잘 이해하게 해주는 과정이라는 게 요지다. 그 속에서 우린 한없이 보잘것없다가, 한없이 위대해지기도 한다. 책은 최신 이론과 문학 작품이 가득해 만만찮은 에너지를 요구하지만, 등산처럼 읽어 ‘올라가’ 볼 만하다. 온갖 약점에도 살아남았고, 여전히 죽음과 밀고 당기느라 고군분투한다. 그런 인간사야말로 살아갈 힘을 주니까. ‘반려 책’ 삼아 두고두고 펼쳐보면 어떨까. 292쪽, 1만90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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