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주말엔 경기의 맛과 멋 찾아 떠나볼까?

경기=남상인, 경기=김동우 기자 2024. 7. 1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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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유지하며 꿋꿋이 자리 지켜온 '경기노포 32곳'
자기만의 방식과 모습으로 지역 문화·전통의 맥 계승
딸 일곱 낳아기른 칠공주족발·한일 부부가 만든 공간도
옛 정취와 추억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우리 동네 곳곳에 숨어 있는 오랜 가게는 다양한 사연과 이야기를 담아 낸다. 지난해 선정된 경기노포를 소개한 '경기노포 기억을 잇다' 표지. 사진제공=경기도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가게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지만 오랫동안 전통과 문화를 지키며 명맥을 이어온 노포들은 경기 지역 곳곳에서 주민들과 함께 삶을 영위하고 있다.

고난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각자의 모습과 방식으로 정체성을 잃지 않고 꿋꿋이 자리를 지켜온 노포 32곳을 경기도가 선정했다. 경기도만의 정서와 추억, 이야기가 담긴 장수 가게를 발굴하고 이를 생활 관광의 대표 콘텐츠로 육성하기 위해서다. 주말 맛과 멋을 찾아 떠날만한 가치 있는 노포다.

◇ 지리적 특성과 환경이 만들어 내고 지켜온 노포
19일 경기도에 따르면 이번 도가 선정한 노포 32곳은 지역성과 관광연계성, 역사성, 고유성을 고려했다. 지역민의 오랜 사랑을 받으며 전통을 이어온 맛집이 대부분이지만 방앗간과 기름집, 전통음식 떡집, 한복점, 미용실 등 다양한 업종의 점포들도 포함됐다.

선정된 노포는 판매하는 음식이나 물품이 고급스럽거나 값비싼 곳은 아니다. 지리적 특성과 환경이 만들어 낸, 비교적 저렴하고 소박한 가게들이 대부분이다.

쌀과 포도, 상추, 옻나무 등 지역 산물을 주재료로 한 맛집, 미군 부대가 있어 지역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은 부대찌개 음식집 등이 대표적이다.

서민들이 비용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설렁탕·갈비탕·순댓국 등 탕류, 돼지고기·소곱장, 특수부위 등 구이류, 닭고기를 재료로 한 보양식 백숙과 온갖 한약재가 들어간 족발 등 육류집이 주류를 이룬다.

선호도가 높은 보리밥, 쌀밥, 칼국수 등을 주 차림으로 하는 다양한 음식점들도 경기노포에 꼽혔다. 돈까스와 스키야키 등 일본 음식을 파는 음식점과 자장면과 탕수육의 중화요리점 두 곳도 이름을 올렸다.

◇ 3대가 40년간 맛 이어온 소곱창집…간·천엽·소등골 희귀 부위도

참기름소금과 마늘소스에 찍어 먹는 수원 입주집 대표메뉴 소곱장구이. 간·천엽이 서비스로 나온다. 사진은 소곱장구이(왼쪽 위)와 각종 메뉴. 사진=경기도 제공

지역별로 보면 지자체 맏형격인 중부지역 수원시에서 경기노포 6곳이 선정돼 가장 많았다. 국내 대표 관광지인 조선시대 성곽 '화성'과 연계된 점포가 2곳이나 선정된 것이 특징이다.

화성 남문 팔달문 근처에 있는 곱창 맛집이 경기를 대표하는 노포에 이름을 올렸다. 3대가 40년 넘게 이곳에서 자리를 지켜온 '입주집'(入酒)은 소곱창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한식집이다.

막창·대창·염통·콩팥 등 소 특수 부위도 판매하며 신선한 간·천엽·소등골 등 좀처럼 맛보기 힘든 부위도 맛볼 수 있다.

1963년부터 현재까지 3대가 이어온 중화요리 전문 '영화루'도 수원을 지켜온 오랜 역사를 지난 노포로 꼽힌다. 1대 할아버지가 개발한 사천탕수육과 유니자장, 볶음밥 등의 맛 비법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화성행궁 옆 '귀부인', 행궁동 행리단길 '이채휴 우리옷' 두 한복집이 선정된 것도 특이하다. 모두 국내 대표 사적지이자 관광지인 화성과 행궁 근처에 자리하는 공통점이 있다. 이곳을 찾는 내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복을 대여하며 우리의 멋과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있다.

◇ 한옥에서 정통 일본음식 맛볼 수 있는 곳… 힌일 국제 부부가 만들고 꾸민 공간
한옥에서 맛보는 정통 일본음식 스키야키. 달콤, 짭짤한 국물에 살짝 데쳐 먹는 얇게 썬 소고기가 입안에서 사르르 녹을 듯 보인다. 사각하늘의 주메뉴 스키야키
경기 동부지역 남한강이 흐르는 양평군은 노포 4곳(고향식당, 사각하늘, 산마늘밥, 신내보리밥)이 선정됐다. 쌀로 유명한 이천시에서는 예상대로 '임금님 쌀밥집'과 '마산아구 이천쌀밥' 두 곳이 이름을 올렸다.

북한강과 수려한 산세가 어우러진 곳에 자리한 '시각하늘'은 전통 한옥에서 정통 일본요리 스키야키를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건축가인 일본인 남편이 한옥을 직접 설계했다. 한옥에 대한 관심이 많아 별도로 공부를 했다고 한다. 실내 디자인은 사각하늘 대표인 한국인 아내가 직접 맡아 한 한일합작(?) 노포다.

국제 부부가 '자신만의 문화를 파는 공간'이기도 하다. 가게 뒤편 별채에는 다다미가 깔린 다실이 있어 식사 후 말차와 사쿠라모찌(다식)을 먹으며 일본 정통 다도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농장에서 재배하는 각종 산나물로 건강밥상을 차려내는 '산마늘밥'은 양평군이 지정한 웰빙음식점이다. 계절별로 산마늘과 눈개승마, 라즈베리, 오디, 대추, 밤 등 계절별 갖가지 재료로 만든 건강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쪽방 딸린 추억의 칼국수 맛집…소화 잘 되는 '삼색면'도
국내산 멸치와 다시마 국물에 끓여 낸 담백한 칼국수. 국내산 식재료를 사용해 갓 버무린 배추겉절이와 맛의 조화가 기대되는 노포다. 만두칼국수와 갓 버무린 겉절이 모습.
경기 서부권에서는 칼국수 집 2곳(광명, 안산)이 노포에 이름을 올렸다. 7호선 광명사거리 근처에 있는 허름한 가게 '옛진미칼국수'는 쪽방이 딸린 40년된 추억의 맛집으로 통한다. 국내산 멸치와 다시마를 기본으로 맛깔스럽게 면을 끓여 낸다.

각종 야채와 돼지고기 등 만두소 모든 식재료를 국내산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양념을 아낌없이 팍팍 넣은 김치와 섞박지 또한 별미다.

안산 대부도 인근에 자리한 '이조칼국수'는 1990년 영업을 시작한 20년 된 노포다. 주인이 매끼 칼국수를 먹으며 음식 개발에 전념하다 소화장애까지 생겼다고 한다.

그 결과 흰면과 녹면, 흑면으로 이뤄진 소화 잘되는 삼색면을 개발했다. 곁들이 차림 해물파전 반죽도 흑미와 서리태, 메밀가루를 배합한 가게의 건강 별미가 됐다. 본인 소유의 500여평 논과 밭에서 식재료 대부분을 공급한다.

◇ 딸 일곱 낳아 기른 칠공주족발…불 꺼지지 않는 노포
고기 특유의 잡내 없이 불 향이 가득한 족발이 입맛을 돋운다. 칠공주족발 대표메뉴인 족발(오른쪽 아래)과 각종 메뉴
경기 남부에서는 용인 '장수촌'과 오산 '칠공주족발'이 선택을 받았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장수촌'은 누룽지 백숙을 주 차림으로 하는 30년 된 보양 전문음식점이다. 당일 공급되는 신선한 닭을 찹쌀과 각종 한약재, 야채 등을 섞어 솥에 넣고 푹 고아낸 백숙을 맛볼 수 있다.

광교산과 백운산을 품은 고기리 계곡에 가게가 자리해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당일 직접 손으로 무쳐 내는 배추겉절이와 묻어둔 항아리에서 꺼낸 동치미의 어우러진 맛이 입맛을 확 돋운다.

30년 된 '칠공주족발'은 점주가 7명의 딸을 낳아 기르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족발과 돼지국밥이 대표 음식으로 모든 재료를 국내산만 고집하며 고객과 약속을 지키고 있다. 국밥과 수육에 쓰이는 머리 고기는 직접 삶아 뼈와 살을 일일이 손질한다. 육수도 하루 16시간 이상을 고아 내 불이 꺼지지 않는 가게로 알려졌다.

◇ 육사시미 맛볼 수 있는 60년 전통 맛집…제비·치마·토시·안창살 등
황주식대 대표메뉴 육사시미(사진)로 나온 소고기에 흰 꽃이 활짝 피어났다. 차마 손대기가 아쉽다.
경기 북부 동두천에서는 고추장돼지와 갈비탕, 육사시미를 판매하는 '황주식당', 미군부대가 있어 오랜 세월이 흐르면 자연스레 지역 대표 음식이 된 부대찌개·볶음을 주 차림으로 하는 '실비집' 등 4곳(고흥상회, 소담골)이 경기노포에 뽑혔다. 고양시는 '문산순대국', 연천군은 '할매왕족발'과 '고려설렁탕', 포천시는 '포천이동한우갈비'가 각각 지역을 대표하게 됐다.

경기도 북단 대표 맛집 '황주식당'은 1967년부터 60년 가까이 맛을 이어오고 있다. 육사시미, 육회 등 생고기를 주 차림으로 한다. 제비·치마·토시·안창살 등 소고기 모든 부위를 맛볼 수 있는 노포다.

고양시 '문산순대국집'은 지금도 오일장이 서는 일산서구 일산시장 내에 있다. 40년된 순댓국집으로 국내산 사골을 연탄불로 24시간 우려낸 진한 육수를 자랑한다. 순댓국을 원하는 부위로 주문할 수 있다.

경기=남상인, 경기=김동우 기자 namsan408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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