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에서 열리는 ARF…北 최선희 참석 여부에 따른 파장은

조태열, 25~28일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 참석차 라오스 방문
지난 5년간 北외무상 불참…주아세안대표부 북한대사 공석
최선희 참석시 첫 다자무대…북중 관계 ‘이상신호’ 가늠자
현재까지 참석 여부 깜깜이…한미일, 북러 규탄 공동 대응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오는 26~27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 회의에 외교가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27일 열리는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는 북한이 유일하게 참여하는 역내 지역 안보 협의체로, 지난달 평양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 이후 북러가 모두 참여하는 국제행사가 열리면서 양측 관계를 과시할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더욱이 북한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오는 라오스가 의장국이기에 가능성에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아세안 관련 연쇄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5~28일 라오스 비엔티안을 방문한다. 조 장관 취임 후 첫 아세안 회의다.

26일에는 한-아세안 외교장관 회의가, 27일에는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와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ARF가 열린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아세안 등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재확인하고, 우리 대북 정책에 대한 이해와 지지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선희 참석 여부가 미치는 파장=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온 라오스는 올해 아세안 의장국을 수임하는 계기로 이번 ARF에 북한의 참석을 독려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에는 김성남 북한 노동당 국제부장이 라오스를 방문해 통룬 시수릿 주석을 예방하기도 했다. 특히 올해는 ARF 창립 30주년으로, 27개의 대화상대국과 주요 파트너 국가의 참석이 중요한 시점이다.

2000년 7월 ARF에 가입한 북한은 통상 외무상이 참석했고, 이를 계기로 남북 외교장관 회의가 개최된 것만 4차례다. 그러나 북미 정상회담이 교착국면에 들어선 2019년부터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거쳐 지난해까지 외무상을 보내지 않고 대사를 참석시켰다. 최선희 외무상이 취임한 2022년 이후에도 안광일 주인도네시아 겸 주아세안대표부 북한대사가 참석했다.

다만 안 대사가 최근 대사직에서 물러나면서 주아세안대표부 대사는 공석인 상태다. 외교수장들이 모인 국제행사에서 대사의 활동범위에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고, 대사 대행이 대참할 경우 외교적 고립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두 차례의 북러 정상회담 이후 관계를 과시하고 있는 양측이 함께 국제무대에서 관계를 과시하고 공동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ARF가 적합한 무대로 꼽힌다는 점에 무게가 실린다. 북러는 지난달 체결한 신조약에 “국제무대들에서 공동보조와 협력을 강화한다”고 적시했다.

현재까지 라오스측에서 최 외무상의 참석 여부에 대한 공식 확인을 하지 않고 있다. 임 대변인은 전날 “이번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에 북한 외상 참석 여부에 대해서는 의장국인 라오스측이 관련된 소식이 있으면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다만 아직까지 우리 정부도 의장국으로부터 관련된 소식을 듣지는 못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센 상황에서 최 외무상의 입장에서는 국제회의 공식 데뷔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다양한 외교장관 회의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에 대한 거리두기가 계속되는 분위기다.

특히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이번 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북러 밀착 국면에서 북중 관계에 이상 신호가 감지되는 현 국면에서 최 외무상의 참석은 북중러 관계의 척도가 될 전망이다.

▶한중일 외교장관 한자리에…한미·한미일·중일 외교장관 회담 주목=이번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조 장관과 왕 부장,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일본 외무성 대신이 한자리에 모인다.

우리 정부는 이번 다자회의를 계기로 북러 간 불법 협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통된 인식을 도출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한미 또는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가 열릴지 주목된다. 조 장관은 지난 11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를 계기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면담하고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러북 간 불법 협력과 북한의 지속되는 도발에 대한 강력한 규탄 메시지가 발신될 수 있도록 한미·한미일 간 빈틈없는 공조를 유지해 나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번 아세안 회의에서 중일 외교장관 회담도 추진되는 분위기다. 중국 외교부는 왕 부장의 아세안 회의 참석 여부를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으며, 중일 외교장관 회담에 대해서도 “현재로서 공유할 정보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아세안 대화관계수립 35주년…관계 격상 논의=한-아세안은 대화관계 수립 35주년을 맞아 올해 10월 열리는 제25차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할 예정이다. 이번 한-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에서는 관계 격상과 한-아세안 연대구상(KASI)을 중심으로 한 양측 간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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