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의 신’ 동상에 매달린 관광객, 입맞춤까지…이탈리아 뒤집은 사진 한장

김자아 기자 2024. 7. 1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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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피렌체의 베키오 다리 인근에 있는 '바쿠스' 동상에 올라간 한 관광객이 입을 맞추는 듯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인스타그램

이탈리아 피렌체를 방문한 한 관광객이 유명 동상에 올라가 음란한 행위를 하는 모습이 공개돼 공분을 사고 있다.

18일(현지시각) 영국 BBC에 따르면 최근 소셜미디어(SNS) 계정 ‘웰컴투피렌체(Welcome To Florence)’에는 한 여성 관광객이 술의 신으로 불리는 ‘바쿠스’ 조각상에 올라가 입을 맞추거나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동작을 취한 모습이 담긴 사진이 올라왔다.

이를 본 이탈리아 시민들은 격분했고, 게시물 댓글에는 이 여성 관광객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뒤덮였다.

일각에서는 “문제의 여성 관광객을 찾아 체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시민은 “문화유산의 도시인 피렌체를 놀이터인 디즈니랜드로 바꾸려 한 시도의 결과”라며 이 관광객을 체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탈리아의 문화유산을 홍보하는 협회인 콘쿨투라의 회장 파트리치아 아스프로니 역시 “무례하고 야만적인 행동이 반복되는 것은 (이러한 행동에도)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이라며 “싱가포르처럼 엄격한 통제와 엄청난 벌금,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관광객이 문제의 행위를 한 바쿠스 조각상은 16세기에 만들어진 원본 작품의 복제품으로, 유명 관광지인 베키오 다리 인근에 있다. 현재 진품은 바르젤로 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피렌체의 고고학 및 미술 관리자인 안토넬라 리날디는 “관광객은 환영받아야 할 존재지만 그들은 우리의 예술 작품을 존중해야 한다. 그것이 원본이든 복제품이든 말이다”며 “비록 내가 비난하는 이 여성 관광객이 그 차이를 알고 있을지 의심스럽긴 하다”고 지적했다.

작년 6월 남성 관광객이 콜로세움 벽에 열쇠로 ‘이반+헤일리 23(Ivan+Hayley 23)’이라고 자신의 이름 등을 새기고 있다. /로이터 뉴스1

이탈리아에서는 관광객들의 몰지각한 행동으로 현지인의 공분을 일으킨 사례가 종종 벌어지고 있다.

작년 1월에는 피렌체의 보행자 전용 베키오 다리에서 미국인 관광객이 차를 운전하다 적발됐다. 이 미국인은 다리 위에서 운전한 혐의로 500유로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지난달 한 네덜란드 관광객은 이탈리아 남부를 여행하던 중 고대 로마시대 문화재에 낙서를 했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또 작년 로마에서는 스위스와 독일 등에서 온 10대들과 영국의 한 20대 관광객이 각각 콜로세움 구조물에 이름을 쓰다 붙잡히는 일도 있었다.

관광객들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자 피렌체를 비롯한 유럽 주요 관광지는 ‘오버 투어리즘(과잉 관광)’ 현상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실제로 피렌체에는 작년 6월과 9월 사이에만 약 15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했다. 3개월간 방문한 관광객 수만 해도 피렌체 인구 약 38만명의 4배가 훌쩍 넘는다. 이로 인해 지역 주민들은 좁은 골목길이 인파로 뒤덮여 통행에 어려움을 겪는 등 여러 불편함을 겪어왔다.

이에 일부 도시들은 관광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시장은 5년 안에 도시에서 단기 관광객 임대업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고, 이탈리아 베네치아나 일본의 후지산과 같은 여러 인기 지역은 숙박객 수를 제한하기 위해 관광객들에게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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