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대문 '불쑥', 밤에는 소음 계속…북촌 떠나는 주민들

송우영 기자 2024. 7. 19.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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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의 북촌 한옥마을 주민들이 관광객 때문에 도저히 살 수가 없다고 말합니다. 관광객들이 아무 데서나 용변을 볼 정도라며 '제발 좀 도와달라' 저희 취재 기자의 손을 붙잡았습니다.

밀착카메라 송우영 기자입니다.

[기자]

대형 관광버스가 쉴 새 없이 오가고, 관광객들은 신호를 무시하고 길을 건너기도 합니다.

사진 찍는 여행객들로 붐비는 골목길.

마을 주민들은 이제 집을 나서 이 골목길을 걸으려면, 마음 단단히 먹고 잔뜩 긴장해야 하는 지경입니다.

[북촌 주민 : 지금 이렇게 관광객분들 막 줄로 가시잖아요. 이걸 어떻게 뚫고 가요? 못 가지. 저희 딸은 심지어 저 양산도 무서워해요. 몇 번 찔렸거든요.]

내 집 주차장에 대놓은 차를 끌고 외출하는, 이 지극히 평범한 일상도 이제는 어렵습니다.

[북촌 주민 : 이런 (잘못 주차된) 차들은 다 외부에서 온 차들인 거예요. 지금 그러면 여기 차량 못 지나가요. 저길 지나갈 수가 없어요.]

관광객들을 따라가 봤습니다.

가정집 계단에 올라가 사진을 찍고, 벽에 걸터앉아 쉬기도 합니다.

[북촌 주민 :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냐면 저 밑의 칸까지는 올라가도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렇게 올라가서 사진 찍고. 여기서 떠들면 진짜 옆에서 이렇게 얘기하는 것처럼 들리거든요.]

외국인 관광객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외국인 관광객 : {주거 지역이라 사람이 사는 집이거든요.} 여기 사람이 산다고요?]

사람뿐만 아니라 콜밴과 택시, 배달 오토바이까지 뒤엉키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북촌 주민 : 물 달라는 사람, 심지어 어떤 할머니는 자기 집 대문 앞에 응가를 하고 간 사람도 있었대요, 급하니까.]

JTBC 카메라를 발견한 한 주민은 '제발 좀 도와달라'며 제 손을 잡았습니다.

[북촌 주민 : 아무 데나 소변 누는 거. (공중) 화장실이 없잖아. {말없이 그냥 들어오기도 한다고?} 급하니까 들어오죠, 문 열고.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 어떤 대책이 없는 거야, 현재.]

밤에도 캐리어를 든 관광객들의 발길은 이어지고, 사진 촬영도 계속됐습니다.

종로구는 최근 북촌 골목길 몇 곳엔 오후 5시 이후 관광객이 출입하지 못하도록 안내문을 붙였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게 해답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4년 전 서울시가 규제를 풀면서 마을에 급증한 '무인 한옥스테이'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북촌 주민 : 밤에 12시나 1시에 인천공항에서 오시는 분들이 밴으로 이곳까지 올라와요. 그땐 여기 사람이 없으니까 '여기(무인 한옥스테이) 어디야? 도대체 어디야?' 뭐 이런 게 막 계속 들리는 거예요, 자다가.]

관광객에 시달린 주민 일부가 마을을 떠나고, 주인이 떠난 집을 사들인 외부업체가 숙박시설로 만들고, 이렇게 '관광객만을 위한 마을'이 되어가는 악순환이 시작된 겁니다.

[서채홍/북촌 주민 : 주민들이 살 수 있어야지 그 마을의 풍경이나 한옥 마을의 풍경이나 그다음에 생활사나 이런 것들이 진짜로 보존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많은 북촌 주민들은 자신들도 곧 이곳을 떠나게 될 것 같다는 말을 취재진에게 자주 했습니다.

그러면 '주민 한 명 없는 가짜 마을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했습니다.

북촌이 정말 관광객만 남은 마을이 돼도 괜찮을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작가 유승민 / VJ 김한결 / 취재지원 황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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