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E&S 품는 SK이노베이션…증권가 "관건은 SK온 실적" 한목소리
SK이노베이션이 SK E&S를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증권가에선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재무지표가 크게 개선되기 때문이다.
다만 주가 움직임은 다른 문제다. 주당 지표는 악화된다는 의견이다. 결국 이번 재편의 계기였던 SK온의 실적이 얼마나 빨리 개선되느냐가 관건이라고 증권가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고 SK E&S의 흡수합병을 결정했다. 합병기일은 오는 11월1일이다. 합병비율은 1대1.19이며, SK이노베이션이 발행하는 신주는 같은달 20일 상장된다. 또 2차전지 자회사인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의 합병도 이뤄진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SK그룹의 지배구조 재편에 대해 “최대주주인 SK의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지분율이 36.22%에서 55.9%로 상승해 지배력 강화가 예상된다”며 “이번 합병은 SK이노베이션의 현금흐름 및 재무 안정성 강화와 더불어, 향후 SK의 경영권 관련 잠재 리시크를 선제 대비하는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가스발전과 도시가스 사업을 하는 SK E&S를 SK이노베이션 아래에 두는 데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윤 연구원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중요해진 액화천연가스(LNG)의 역할과 원유·가스에 우호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오는 11월 대선 승기 등은 감안할 때 E&P, 정유, LNG·발전 비즈니스는 향후 수년간 긍정적인 현금흐름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며 “특히 E&P와 트레이딩 영역의 유기적인 시너지 창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SK E&S가 연간 2조원 가량의 법인세·감가상각비 차감 순이익(EBITDA)을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SK E&S는 자본투자(CAPEX)를 감안하더라도 연간 6000억~7000억원의 잉여현금흐름(FCF)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 E&S가 과거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 관련 불확실성도 해소됐다는 분석이다. 위정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당초 금액소멸방식으로 약 3조6000억원 규모의 현금 또는 현물 상환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최근 합병 이후 동일한 조건으로 RCPS를 재발행하는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재무구조 개선 여부에 대한 우려는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주주가치 희석을 우려했다. SK이노베이션의 신주 발행으로 주당 지표가 악화되기 때문이다. 황 연구원은 “이번 합병으로 지배주주 순자산 규모는 30%, EBITDA 현금 창출 능력은 52% 각각 커진다”면서 “통합 후 SK이노베이션의 발행주식은 58% 증가하게 된다. 순자산보다 발행주식이 더 많이 증가해 주당 순자산은 18% 줄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2차전지 회사인 SK온의 실적 개선이 얼마나 빨리 이뤄지느냐가 관건이다. 윤재성 연구원은 “여전히 SK온은 전방 고객사의 수요 부진과 신규 공장 가동에 따른 고정비 부담, 미국 정권이 교체될 때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수취와 관련된 리스크를 안고 있다”며 “SK온의 분기당 영업적자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SK온의 조속한 정상화가 결국 추세적 주가 상승의 핵심이라는 대전제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위정원 연구원은 아예 SK온의 실적 추정치가 하향될 것으로 보며, “SK온이 SK이노베이션 주가 상승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동진 연구원은 애당초 SK이노베이션의 기업가치를 계산할 때 SK온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이번 합병을 통해 SK온이 자체적으로 자금을 충당할 수 있게 되면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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