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대북 확성기’ 39일 만에 재가동…북한 오물풍선 40여개 낙하
김여정 “삐라·확성기 병행하면 새로운 대응”
오물풍선 200여개 식별, 40여개 경기 북부 낙하
군 당국이 19일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대응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다시 가동했다. 앞서 북한은 남측이 대북 확성기 방송과 대북전단 살포를 병행하면 ‘새로운 대응’을 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북한이 전날부터 날린 오물풍선 40여개가 남쪽 지역에 낙하한 것으로 파악됐다.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저녁부터 이날 새벽까지 북한이 오물풍선을 부양한 지역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를 식별한 직후 확성기 방송 가동 준비에 들어갔다”라며 전날 오후 6시부터 이날 새벽까지 약 10시간 동안 확성기를 송출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오물풍선을 살포하는 시간 동안 대북 확성기 방송을 내보낸 것이다. 북한이 서부지역에서 오물풍선을 띄운 장소를 향해서만 확성기 수 개를 운영했다. 합참은 “군은 북한의 지속적인 오물풍선 살포에 대해 여러 차례 엄중 경고했다”라고 말했다.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이 송출한 건 39일 만이다. 정부는 지난달 4일 남북 9·19 군사합의의 효력을 전면 정지했다. 닷새 뒤에는 약 6년 만에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앞서 합참은 북한이 일곱 번째 오물풍선을 부양한 이튿날인 지난달 27일 “북한이 종이를 넣은 쓰레기 풍선을 계속 보낸다면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군이 이번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적으로 실시하지 않고, 오물풍선에 ‘맞춤형’으로 대응하면서 어느 정도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응해 북한이 대남 확성기 방송을 송출하지는 않은 것으로 군은 파악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특이 동향은 없었고, 대남 확성기 방송도 현재까지 식별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남측의 대북전단 살포와 북측의 오물풍선 살포, 이어 대북 확성기 방송까지 가동되면서 남북 간 긴장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달 9일 담화에서 “만약 한국이 국경 너머로 삐라(대북전단) 살포 행위와 확성기 방송 도발을 병행해 나선다면 의심할 바 없이 새로운 우리의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합참은 이날 “향후 우리 군의 대응은 전적으로 북한의 행동에 달려 있다”고 했다.
북한은 전날 오후부터 이날 새벽까지 남쪽으로 오물풍선을 띄웠다.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는 이번이 여덟 번째다. 합참은 이날 오전 9시 기준 오물풍선 200여개를 식별했으며, 이 가운데 40여개가 남측 경기 북부 지역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합참은 “내용물은 대부분 종이 쓰레기였다”라며 “현재까지 분석 결과, 안전 위해 물질은 없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5월 28일~29일 처음으로 오물풍선을 날리기 시작해 지난달 9~10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오물풍선을 보냈다. 이어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추가로 세 차례 더 보냈다. 앞서 김 부부장은 지난 14일과 16일 북한 지역에서 대북전단(삐라)가 발견됐다며 “처참하고 기막힌 대가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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