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9년 전 포격했던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남북 긴장 고조
김여정은 대북전단 빌미로 새로운 도발 예고…"처참한 대가 각오하라"
우리 군이 최근 북한의 연이은 오물풍선 살포에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면서 남북 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은 대북확성기를 체제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9년 전 직접 포격을 가한 전례도 있다. 최근엔 탈북민 단체들이 종합감기약, 대북전단 등을 담은 풍선을 북한에 보냈다며 '처참하고 기막힌 대가를 각오하라'고 위협했다.
19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지난 18일 저녁부터 이날 새벽까지 북한이 오물풍선을 살포한 지역 인근에서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는 지난달 9일 실시한 이후 40일 만이다. 군은 그동안 대북 심리전 방송을 언제든 재개할 수 있도록 고정식·이동식 확성기를 점검해왔다.
합참은 "우리 군은 북한의 지속적인 오물풍선 살포에 대해 수차례 엄중 경고한 바와 같이 어제 저녁부터 오늘 새벽까지 오물풍선을 부양한 지역에 대해 대북확성기 방송을 실시했다"며 "우리 군의 대응은 전적으로 북한의 행동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는 지난 5월28일부터 전날까지 북한이 오물풍선을 8차례 살포한 데 따른 조치다. 북한은 국내 탈북민 단체들이 보낸 대북전단과 종합감기약, 식량 등을 보낸 것을 빌미로 오물풍선을 날려 보내고 있다. 현재까지 오물풍선 안에 안전을 위협할 물질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오물풍선이 차량과 건물 등에 떨어지며 10여건의 물적 피해를 입혔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은 지난 16일 북한에서 탈북민 단체들이 보낸 대북전단 등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김 부부장은 "우리 국가의 남쪽 국경과 일부 종심지대에서 대한민국 쓰레기들이 날린 대형풍선 29개가 또 발견됐다"며 "처참하고 기막힌 대가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 부부장은 "다시금 엄중히 경고한다"면서 "한국 쓰레기들의 치졸하고 더러운 짓이 계속될 경우 우리의 대응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하게 제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이 언급한 '새로운 대응방식'은 군사분계선(MDL·휴전선) 인근 지뢰매설이나 연평도·백령도 등 서북도서 일대의 해상 도발 등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군은 최근 북한이 MDL 전선 250㎞ 길이에 지뢰를 수만발 추가 매설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매설한 지뢰 중에는 맨눈으로 구분이 어려운 '나뭇잎 지뢰' 등도 포함됐다.
대북확성기는 1963년부터 활용되기 시작한 대표적인 대북 심리전 수단이다. K팝 등 한류 문화나 김정은 정권의 실상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리는 내용 등으로 구성된다. 소리가 잘 전파되는 저녁 시간에는 최대 30㎞ 밖에서도 방송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북한 주민들의 내부 동요가 상당해 김정은 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비전투 수단이다.
9년 전엔 대북확성기를 직접 타격한 전례도 있다. 당시 우리 육군 부사관 2명은 2015년 8월4일 비무장지대(DMZ)에 북한이 설치한 목함지뢰를 밟고 중상을 입었다. 정부는 관련 상응 조치로 2010년 이후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그러자 북한은 8월20일 체제 위협이라고 규정하며 경기도 연천군 28사단 최전방에 배치된 확성기를 겨냥해 14.5㎜ 고사총 1발과 76.2㎜ 평곡사포 3발을 발사했다.
이에 우리 군은 포탄 발사 추정 지점을 향해 155㎜ 자주포를 30발 가까이 쐈고, 북한은 준전시 상태를 선포하고 휴전선에 인접한 부대들에 완전무장을 지시하기도 했다. 또 '48시간 내 대북 방송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강력한 군사행동에 돌입한다'고 위협했다.
당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8월22일부터 25일 새벽까지 무박 4일간 황병서 북한 노동당 총정치국장과 '54시간의 마라톤' 담판 끝에 남북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합의를 했다. 북한은 우리 군의 부상에 유감을 표명했고 우리 군도 군사분계선 일대의 모든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바 있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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