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운아" 선발만 바라보고 결심한 韓…'156km 파이어볼러'의 코리안드림, ML 꿈으로 이어질까
[마이데일리 = 울산 박승환 기자] "나는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 4일 고심 끝에 칼을 빼들었다. 지난 2020년 31경기에 등판해 20승 2패 평균자책점 2.54로 엄청난 활약을 펼친 뒤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를 거쳐 다시 KBO리그로 돌아와 31경기에서 13승 9패 평균자책점 2.67의 성적을 남긴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와 동행에 마침표를 찍었다. 일본 시절과 달리 갑작스럽게 너무 많은 이닝을 던졌던 탓일까. 지난 4월부터 줄곧 팔꿈치에 불편함을 호소하더니, 2승 2패 평균자책점 4.76으로 부진한 끝에 짐을 싸게 됐다.
단기전에서는 반드시 '1승' 카드가 돼야 할 에이스의 부진. 시즌 중반 1선발을 교체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두산은 지난 5월부터 미국에 스카우트를 파견했고, 오랜 기간 물색한 끝에 조던 발라조빅을 영입했다. 발라조빅은 지난 2016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 전체 153순위로 미네소타의 지명을 받은 선수. 메이저리그에서는 18경기에서 1승 2패 평균자책점 4.44, 마이너리그에서는 138경기(83선발)에서 29승 28패 7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4.40의 성적을 거뒀다.
발라조빅의 가장 큰 장점은 최고 156km의 강속구. 두산 관계자는 발라조빅을 영입할 당시 "높은 타점에서 나오는 직구가 위력적인 투수다. 직구 구속은 최고 156km, 평균 150km"라며 "이외에도 스플리터, 커브, 슬라이더 등 변화구를 스트라이크존에 넣을 수 있는 투수로 탈삼진 능력이 뛰어나다"고 발라조빅을 소개했다. 그리고 발라조빅은 "우승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두산 베어스가 우승 트로피를 되찾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내며 한국땅을 밟았다.
일주일 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차 적응을 통해 14일 처음 홈 팬들 앞에 선 발라조빅의 투구는 강렬했다. 마운드를 내려오는 과정에서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4⅔이닝 동안 투구수 93구, 1피안타 4볼넷 6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훌륭한 투구를 펼쳤다. 특히 직구는 최고 156km를 마크했고, 스플리터 또한 최고 구속이 145km에 달했다. 외에도 최고 142km-최저 132km의 슬라이더와 130km 중반의 너클 커브를 적극 활용하며 삼성 라이온즈 타선을 훌륭하게 막아냈다.
이승엽 감독은 지난 16일 울산 롯데 자이언츠전에 앞서 발라조빅의 첫 등판에 대한 질문에 "너무 좋았다. 4회까지 아주 좋았다. 5회 삼진과 도루 저지를 통해 승리 요건까지 아웃카운트 1개가 남았었다. 발라조빅 또한 승리 요건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여기서 볼넷, 볼넷이 나오더라. 그래도 첫 선발 등판을 고려하면 굉장히 인상 깊었다"며 "커브는 130km대 중반, 스플리터 또한 140km 중반까지 나왔다. 슬라이더도 140km 초반이 나오더라. 제구력도 굉장히 좋았다. 3회까지 정말 완벽하지 않았나"라고 혀를 내둘렀다.
첫 등판을 마친 뒤 시간이 흘렀지만, 낯선 땅 한국에서 처음 마운드에 올랐던 느낌은 어땠을까. 울산에서 만난 발라조빅은 "한국에서 등판을 하게 돼 매우 좋았다. 열정적인 팬들 앞에서 경기를 할 수 있어서 매우 특별했다. 불펜을 도와주고 싶어서 5이닝은 던지고 싶었는데, 마지막에 아웃카운트 하나가 모자랐다. 그게 가장 아쉬웠다. 다음에는 조금 더 길게 던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당초 발라조빅은 첫 등판에서 80구를 던질 예정이었는데, 무려 93구나 뿌렸다. 때문에 최근 선발 경험이 많지 않았던 만큼 5회에는 구위가 눈에 띄게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발라조빅은 "1년 동안 그렇게 많은 투구를 한 적이 없었다. 솔직히 체력이 조금 떨어졌던 것 같은데 그건 핑계일 뿐이다. 체력이 떨어지는 순간에도 빨리 수정을 해서 스트라이크존에 최대한 공을 넣을 수 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부분이 아쉬웠다"고 KBO리그 첫 등판을 돌아봤다.
이어 발라조빅은 "당연히 타자들일 많이 상대하지 못하고 알지 못했지만, 미국과 살짝 다른 것 같았다. 그리고 시끄러운 분위기의 야구장에서 경기를 치른다는 것이 굉장하다는 생각이다. 선수로서 이런 분위기에서 경기를 나가게 되면 아드레날린도 분비돼 좋다"며 "ABS는 미국의 스트라이크존에 비해서 조금 낮다는 생각이다. 미국에서는 스트라이크로 판정될 수 있는 높은 공들이 볼이 된다는 점에서 적응이 필요할 것 같다. KBO리그 존에 맞게 조금 더 낮게 던져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던 발라조빅.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기회가 더 주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KBO리그행을 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한국에 온 가장 큰 이유는 선발로 기회를 잡고 싶고, 선발 투수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이렇게 승리를 갈구하는 팀에서 선발 투수로 기회를 받은 것을 보면 나는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트리플A에서만 있으려고 야구를 한 게 아니다.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서 야구를 시작했다. 그래서 선발 투수를 준비하고 싶었고, 한국행을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단 한 번의 투구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순 없다. 하지만 최고 156km의 강속구와 140km 중반의 스플리터 등 발라조빅이 4⅔이닝 동안 선보인 투구는 분명 인상적이었다. 발라조빅은 자신의 왼 팔뚝에 '06·18·23'이라는 단어를 새겨놨다. 바로 자신의 빅리그 데뷔 날짜다. 그만큼 메이저리그로 돌아가고 싶은 열망이 강하다. 과연 한국에서 선발 투수로 변신에 성공해 미국 무대로 리턴할 수 있을까. 발라조빅의 코리안 드림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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